삼성전자·SK하이닉스 덕에 엄청나게 걷히는 세금, 이렇게 쓰인다 (정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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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로 떼어내 미래 성장 종잣돈으로... '미래대응기금' 신설
반도체 호황으로 급증한 세수를 별도로 떼어내 미래 성장의 종잣돈으로 삼는 '미래대응기금'이 내년부터 신설된다. 늘어난 세수를 경기 부양이나 소비성 지출, 단순 채무 상환에 소진하기보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취지다. 내국세의 5분의 1가량을 자동으로 배정해 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은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하도록 55년 만에 대폭 개편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재정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고 기획처가 밝혔다.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추가세수'를 따로 적립해 활용할 수 있도록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한다. 세수가 많이 걷힐 때 지출을 함께 늘리고 세수가 줄면 긴축하는 경기동행적 재정운용을 완화하는 동시에 청년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분야에 재원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장관은 "남을 때 저장해 두었다가 부족할 때 쓸 수 있는 '재정 곳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급격히 증대되는 세수를 적립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고 이를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는 재정안정화 장치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또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과정에서 반도체 호황을 맞이했고 상당한 규모의 세수가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이 재원을 일시적 지출로 소진하거나 소극적인 재정건전성 관리에 활용하기보다는 미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생산적 지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금 재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분야에 집중 투입된다. 지원 사업은 인적·물적 자본 형성, 과감하고 선도적인 투자, 탄력적인 집행, 투자 시급성 등 이른바 'NEXT 원칙'에 따라 선정한다.
청년 분야에서는 취업과 주택 마련, 결혼, 출산, 양육 등 생애주기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청년 문화예술패스 대상을 현재 19~20세에서 법적 청년 연령으로 넓히고, 지원 범위도 문화예술에서 스포츠 활동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청년 세대는 단순히 특정 세대에 대한 지원 개념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의 영역이라고 보고 있다"며 "조만간 청년정책을 종합적으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장동력 분야에서는 프론티어급 AI 개발과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소형모듈원자로(SMR)와 핵융합, 첨단바이오, 우주항공, 양자 등 7대 SEED(씨앗) 프로그램에도 투자한다. 지방 분야에서는 생활 인프라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행정통합과 공공기관 이전 등을 통해 성장 거점을 조성한다. 교육·인재 분야에는 첨단산업 핵심 인재 양성과 국외 인재 유치, 영유아 보육환경 개선, 지방 거점 국립대 경쟁력 강화 등이 담긴다.
미래대응기금은 추가세수를 주축으로 조성된다. 추가세수는 다음 연도 예산안의 내국세 세입예산이 내국세 '추세치'를 웃도는 경우 그 상회분을 뜻한다. 추세를 판단할 때는 내국세 결산액의 최근 10년 연평균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는다. 추세치를 넘는 내국세는 일반회계에서 미래대응기금으로 전입하고, 반대로 내국세가 추세치에 못 미치면 기금 자금을 일반회계로 전출한다. 이런 방식으로 기금을 재정 변동성을 줄이는 안전판으로도 쓴다는 구상이다. 초과세수와 세계잉여금 잔여 재원, 여유자금 운용수익도 기금 수입으로 삼는다.
기금의 구체적인 규모는 다음 달 초 내년도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할 때 공개된다. 정부가 설명한 방식으로 계산하면 2027년 추세치는 370조원 수준이다. 박 장관은 지난달 2027년 국세 수입이 500조원+α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수년간 국세 수입에서 내국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88∼89% 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추가세수 규모는 60조~70조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호조로 세수가 더 늘면 기금이 100조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국세 수입이 600조원까지 늘어날 경우 추가세수가 160조원에 달하고, 9월 말께 발표될 초과세수까지 더하면 기금이 20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획처가 관리주체로서 기금 운용을 총괄하고 유관 부처가 소관 재정사업을 직접 수행한다. 여유자금은 전담운용기관을 통해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해 국채이자율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한다. 다음 연도 세입 부진이 예상되거나 연도 중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적립된 여유자금으로 재정 여력을 보강하고, 필요하면 국채 상환에도 쓸 수 있다.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맞춰 지방교부세 산정 방식도 조정된다. 현재 내국세의 19.24%를 지방교부세로 배분하는 구조는 유지하되, 앞으로는 내국세에서 미래대응기금 적립액을 뺀 나머지의 19.24%로 계산한다. 연동 비율은 그대로 두고 기준이 되는 모수만 바꾸는 것이다. 기금에 설치되는 지방계정을 활용해 지역 성장 거점을 만들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데 재투자한다.
가장 큰 변화는 교육교부금이다. 현재는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정하지만, 앞으로는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반영해 금액을 산정한다. 1972년 시작된 내국세 연동 구조가 55년 만에 막을 내리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율을 35%만 반영하는 것은 교직원 인건비처럼 학생 수가 줄어도 곧바로 줄지 않는 고정비를 고려한 조치다. 새 산식은 지난 40년간의 재정 여건을 분석해 마련했으며, AI 교육과 돌봄, 노후 학교 개선 등 교육 현장 수요와 인건비도 반영했다.
박 장관은 "과거의 경직된 연동 구조로 인해 오히려 불안정성이 심화됐다"며 2023년과 2024년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서 예산을 세우고 집행한 지방교육청이 사후에 부담을 떠안았다고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호황으로 급증한 세수가 교육교부금에 일률적으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내년 교육교부금은 78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3% 이상 늘지만, 현행 산식을 적용했을 때보다는 약 21조원 줄어든다. 이 차액은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계정에 적립돼 영유아와 고등·평생교육 등에 재투자된다.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교육에 주로 쓰이던 교육교부금의 칸막이를 허물어 다양한 교육 분야에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만 개편에 따른 재원이 교육·인재계정에 본격적으로 쌓이는 시점은 2028년부터로, 2027년에는 개편 차액으로 직접 들어오는 재원이 사실상 없어 기금 총괄계정에서 재원을 이전해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
정부는 초·중등 교육재정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새 산식으로 계산한 교부금이 전년보다 적으면 그 차액을 보전해 총액이 줄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교부금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교부금이 감소할 때 보전하는 것 외에 국가 정책상 추가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도 중앙정부가 재정을 지원한다.
최 장관은 "학령인구 감소나 경제와 세수 여건 변화 등 달라진 교육환경을 반영하면서도 초·중등교육에 안정적인 재정투자를 지속하고, 영유아 교육, 고등교육, 평생교육 등으로 투자를 확대하여 생애 전 단계에 걸친 교육 발전을 이루어 내겠다"고 말했다.
교육감과 교육단체 등은 개편안에 강하게 반대했다. 전국 시도교육감 모임인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공동입장문을 내고 "미래교육과 학교 현장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현행 내국세 연동률 20.79%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며 교육현장이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물가와 인건비, 학교 운영비 등이 계속 오르는 만큼 총액이 같더라도 실질 재정 여력은 오히려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 363개 교육·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편안 백지화를 촉구했다. 긴급행동은 "20.79% 연동제 폐지를 강행한다면 전국의 교육감, 교원, 학부모, 교육노동자, 교육시민사회와 함께 강력한 공동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장관은 우려와 반발에 대해 "재정을 맡고 있는 장관으로서 다시 한번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 결코 유·초·중등 우리 아이들의 교육 예산이 줄어들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기금이 조성되면 국회 심의가 필요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고도 재정 투입을 늘릴 수 있어 사실상 '상시 추경'이 가능해지고 국회의 예산심의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장관은 "결코 그러지 않는다"며 "몇 년에 걸쳐서만 들어올 수도 있는 큰 규모의 재원을 한꺼번에 소모적으로 쓸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이를 다 재정건전성에만 투입하면 내년, 내후년에는 수입과 지출의 차이 때문에 또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국회 통제 없이 집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는 "당연히 국회의 심의와 법률적 근거에 따라서 집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런 계획을 담은 패키지 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와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달 3일 내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