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선배님 죄송합니다"라며 공식적으로 사과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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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정치검찰의 패악질에 편승해 읍참마속"
김민석도 "검찰이 조작으로 생사람을 잡은 케이스"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21일 "선배, 죄송하다"라며 뒤늦게 사죄했다. 이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 노 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한 일을 두고 "정치검찰의 패악질에 편승해 읍참마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시절인 2024년 2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노웅래 당시 민주당 의원(서울 마포갑)을 면담하며 '많이 억울하겠지만 당이 엄정하게 다룰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농성 중단을 권유한 바 있다. 당시 뉴스1이 촬영한 사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시절인 2024년 2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노웅래 당시 민주당 의원(서울 마포갑)을 면담하며 "많이 억울하겠지만 당이 엄정하게 다룰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농성 중단을 권유한 바 있다. 당시 뉴스1이 촬영한 사진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X에서 "아픔과 회한 속에 그나마 무고함을 증명받고 영어(囹圄)의 위험을 벗어난 노 선배님께 축하 말씀과 함께 뒤늦은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다시는 국가권력의 악용으로 무고한 국민이 희생당하지 않는 나라를 꼭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노 전 의원님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대학 선배님이시자 몇 안 되는 정치적 조력자였으며, 민주당으로서는 서울 마포갑 지역에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을 공격하는 정치검찰은 검찰 수사를 받으며 거미줄에 걸린 나비 신세가 된 어떤 피의자의 믿기 어려운 진술 외에 제대로 된 증거라고는 뇌물받는 '부스럭 소리'밖에 없었음에도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고 했다. 이어 "국회에서 다행히 구속영장 표결은 부결돼 노 선배님은 구속은 면했지만 집요한 정치검찰의 먹이가 돼 결국 부정부패사범으로 몰려 기소됐다"고 했다.

그는 "정치검찰을 등에 업은 윤석열 정권이 집권한 후 2024년에 치러진 총선은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달린 중차대한 선거였고, 민주당은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였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휘하던 저는 눈물을 머금고 노 전 의원님을 공천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검찰에 의해 기소되고 당에 의해 정치 생명까지 박탈당한 노 선배님께서 얼마나 억울했을지 당사자가 아닌 한 어떻게 짐작이나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공천 배제 후 마포갑 선거에서는 신인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고, 노 선배님은 자신이 정치 생명을 박탈당한 그 선거를 돕겠다고 지원 유세까지 하셨지만 결국 패배했다"고 했다. 또 "노 선배님은 천신만고 끝에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검찰은 굳이 항소했다"며 "항소심 판결로 다시 무죄가 선고됐지만 노 선배님과 민주당 그리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글 말미에 "노웅래 선배, 죄송하다. 존경한다.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 전 의원의 항소심 무죄 판결을 두고 "검찰이 조작과 프레임으로 생사람을 잡은 케이스"라며 "조작 기소를 당해본 사람들은 안다. 송영길, 노웅래…"라고 적었다. 김 대표는 "조작 기소됐지만 끝까지 재판받아보라? 야만이다"라며 "이쯤 되면 결자해지, 석고대죄해야 양심검찰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축하받기도 어려울 만큼 멍들었을 노 전 의원의 가슴에 위로를 보내고 대를 이어 마포의 자부심이었던 노 전 의원께 사필귀정의 회복이 있으시길 기원한다"고 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당 안팎에서는 노 전 의원 검찰 수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겨냥한 비판도 잇따랐다. 한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던 2022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노 전 의원 체포동의안을 설명하며 "청탁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돼 있는 녹음파일이 있다", "목소리와 돈봉투 부스럭 소리까지 그대로 녹음돼 있다", "이렇게까지 돈거래가 명확히 녹음된 사건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체포동의안은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기소됐다가 위법 증거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은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노 전 의원 항소심도 무죄판결"이라며 "한동훈은 응답하라"고 적었다. 송 의원은 별도의 글에서 "한 의원이 돈봉투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는 등 허위 사실을 말하면서 국회의원들을 기망했다"며 "노 전 의원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게 되면 한 의원에게 엄중한 정치적·사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의원의 돈 세는 소리가 들린다는 허위 진술에 치가 떨린다"고도 했다.

5선의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노 전 의원에 대한 정치검찰의 조작 기소 사건, 오늘 항소심에서도 무죄"라며 "이 억울함을 어떻게 보상하겠는지 검찰과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의원은 답변해야 한다"고 적었다. 박 의원은 "특히 한 의원은 구속영장 본회의 청구 연설에서 돈봉투 부스럭 소리가 증거라고 주장했다"며 "부스럭 소리는 무죄가 아니다. 책임지고 석고대죄하라"고 했다.

임명희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기소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의원은 국회 본회의 단상에서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직접 설명한 바 있다"며 "그토록 자신했던 유죄 확신이 지금도 유효한가. 검찰의 불법한 수사가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검찰 수사권을 지켜줘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임 대변인은 "적법 절차를 무시한 수사로 개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법 정의를 후퇴시킨 검찰은 반성하고 사죄하라"며 "이에 앞장서서 여론 재판을 선동했던 한 의원 역시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했다.

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같은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 의원은 "노 전 의원은 실제로 돈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무죄 받은 것이 아니라 '위법수집증거(녹음파일 등) 배제'라는 형식적 이유로 무죄 받은 것"이라며 "법원 재판 단계에서 그날 돈을 받은 것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치 억울하게 수사받고 재판받은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8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대화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 뉴스1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8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대화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 뉴스1

한 의원은 송 의원을 향해서도 "송 의원도 마찬가지로 실체가 아니라 '위법수집증거 배제'라는 형식적 이유로 무죄 받은 것"이라며 "돈봉투로 윤관석 전 민주당 의원, 먹사연(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 불법 자금으로 송 의원 보좌관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참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고 적었다.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을 겨냥해 "노 전 의원 돈봉투 사건으로 신파 역할극을 하려 한다"며 "'자기 사건 공소취소 빌드업'을 하려는 뻔한 속셈이 다 보인다"고 했다. 김 대표에 대해서는 "본인이 9억2000만원 뒷돈을 받은 사건은 조작조차 아닌 것이냐"고 반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김용중 김지선 소병진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노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사업가 박모씨의 배우자 조모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된 이 사건 단서가 위법수집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알선수재 사건과 관련해 조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고, 이 과정에서 노 전 의원의 혐의 단서를 포착했다.

1심은 이러한 증거가 별도의 범죄 수사 도중 임의로 확보됐다고 판단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증거 배제된 박씨의 휴대전화 전자정보에 대해서는 원심이 잘못 판단했다면서도 "배제 결정을 취소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공소사실 입증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씨에 대한 항소심 결론도 1심과 같았다. 재판부는 노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이 전 부총장에게 선거비용 등 명목으로 3억3000만원을 건넨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5개월을 선고했다. 보석 상태로 재판받아 온 박씨는 이날 선고기일에 재차 출석하지 않아 보석이 취소됐다.

노 전 의원은 2020년 2∼12월 물류센터 인허가 알선, 발전소 납품 사업·태양광 발전 사업 편의 제공 등의 명목으로 박씨에게서 5차례에 걸쳐 총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23년 3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 가운데 일부가 총선 전 선거자금과 당 전당대회 선거비용 명목으로 건네진 것으로 판단했다. 노 전 의원에 대한 검찰의 구형량은 1·2심 모두 징역 4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5000만원이었다.

노 전 의원은 항소심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정치검찰의 조작기소, 조작수사를 바로잡는 데 3년 9개월이 걸렸다"며 "영장 없이 임의로 휴대전화 정보를 증거로 해 나를 범법자로 몰려고 한 정치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이제 끝장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한 잡음을 '돈봉투 부스럭 소리'라고 증거조작한 한 의원은 이제 확실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