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까지 땄는데…'병역 특례 위반' 누명 4년 만에 벗은 국가대표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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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실수로 1시간 30분 허위 제출, 김진야 병역법 위반 무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병역 특례를 받은 축구선수 김진야가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한 형사 책임에서 최종적으로 벗어났다.

사건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서 시작됐다. 문체부는 2022년 말 제출된 김진야의 공익복무 자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날짜와 시간이 겹치는 부분, 확인대장 일부가 합성된 정황 등을 발견했다. 이후 김진야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고, 관련 내용을 수사기관에 알렸다.

2020년 대한민국 김진야가 일본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3차전 대한민국과 온두라스의 축구 경기에서 6대0으로 승리를 거둔 기도하고 있다.  / 뉴스1
2020년 대한민국 김진야가 일본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3차전 대한민국과 온두라스의 축구 경기에서 6대0으로 승리를 거둔 기도하고 있다. / 뉴스1

김진야는 문체부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행정법원에서는 문체부의 경고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김진야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됐다.

그러나 인천지방법원은 형사재판에서 김진야에게 병역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제출된 서류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김진야가 직접 허위 자료를 만들거나 이를 알고 제출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재판부는 김진야가 공익복무 실적을 직접 정리해 제출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행정 업무를 맡아온 에이전트에게 관련 업무를 맡겼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복무 과정에서도 김진야가 전혀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복무 시간과 장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촬영했고, 이를 에이전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재판부는 에이전트 측의 실수나 업무 편의를 위한 편집 과정에서 서류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가 중요하게 본 부분은 실제 복무 여부였다. 김진야는 문제가 된 날짜에도 실제로 공익복무를 수행한 것으로 인정됐다. 즉 복무 자체를 하지 않은 시간을 허위로 만들어 병역 의무를 대신하려 했다는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시간의 규모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김진야의 전체 공익복무 시간은 544시간이었지만 허위로 제출된 것으로 지적된 부분은 1시간 30분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이 1시간 30분을 추가로 인정받기 위해 김진야가 일부러 서류를 위조했다는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병역 대체 복무 가운데 극히 일부의 시간이 문제가 된 만큼, 이를 이유로 형사처벌을 할 정도의 고의를 인정하려면 보다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2020년 대한민국 김진야가 일본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3차전 대한민국과 온두라스의 축구 경기에서 추가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2020년 대한민국 김진야가 일본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3차전 대한민국과 온두라스의 축구 경기에서 추가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병역법의 특성도 이번 판결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했다. 허위로 공익복무 실적을 제출한 행위는 고의가 입증돼야 처벌할 수 있으며, 단순한 과실이나 업무상 착오까지 형사책임을 묻는 규정은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결국 법원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해 김진야의 고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 역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진야의 병역법 위반 사건은 더 이상 상급심에서 다뤄지지 않게 됐다.

김진야 측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병역 의무를 고의로 회피하려 했는지 여부였다고 설명했다.

김진야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 박필웅 변호사는 “병역법의 경우 벌금형이 없으며,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선수등록이 금지되기 때문에 무죄를 입증해야만 했다. 김진야 선수는 병역 의무 이행을 회피할 아무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고의 여부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김진야는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오랜 기간 걱정해 주신 팬들과 구단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축구와 봉사활동에 더욱 전념하고, 그라운드 위에서 팬들께 실력으로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야의 에이전트도 “회사 측 잘못으로 선수에게 큰 부담을 줘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께도 죄송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에이전트 업무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 축하 꽃다발을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 축하 꽃다발을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김진야는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태며 병역 특례 대상이 됐다. 이후 K리그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왔고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 등을 거쳐 현재 대전하나시티즌에서 뛰고 있다.

병역특례란…김진야에게 적용된 '예술·체육요원' 제도

김진야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받은 이른바 '병역특례'는 정확히 말하면 예술·체육요원 편입 제도다. 병역을 완전히 면제받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체육인이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정해진 의무를 이행하는 방식이다. 병역법은 예술·체육요원의 편입과 복무에 관한 사항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축구의 경우 국제대회에서 일정한 성적을 거두는 것이 대표적인 편입 요건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진야 역시 이 제도를 적용받았다. 따라서 김진야에게 병역 의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예술·체육요원으로서 별도의 의무를 이행하는 절차가 뒤따랐다.

예술·체육요원에게는 특기를 활용한 공익복무 의무도 부과된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예술·체육요원은 의무복무기간 동안 총 544시간의 공익복무를 해야 한다. 공익복무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체육 활동이나 미취학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체육 지도·교육 등이 포함된다.

공익복무 시간은 임의로 채우는 방식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익복무 일정과 장소 등을 포함한 연간 운영계획을 마련하고, 개인별 복무 실적을 병무청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분기별 공익복무 역시 최소 24시간 기준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