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모든 공장이 멈췄다... 10년 만의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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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면 파업 돌입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이 21일 하루 8시간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차 국내 공장 생산라인이 하루 종일 멈추는 전면 파업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모습. / 뉴스1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모습. / 뉴스1

노조의 전면 파업 지침에 따라 이날 오전 6시 45분 업무를 시작하는 기술직(생산직) 오전조 조합원들은 출근하지 않았다. 오후 3시 30분부터 근무하는 오후조도 출근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울산·전주·아산공장 모든 생산라인이 하루 종일 멈춘다. 오전·오후조가 각각 8시간씩 파업하는 만큼 생산라인은 이날 16시간 가동을 멈춘다. 생산직뿐 아니라 사무직까지 포함해 전체 조합원 3만9000명가량이 파업에 참여한다.

노조는 지난 5월 6일 교섭 상견례 이후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2~6시간 부분 파업을 수시로 벌였으나 하루 8시간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 집행부와 대의원 등은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을 찾아 상경 투쟁을 벌인다. 금속노조가 주최하는 '자동차 업종 공동 파업대회'에도 참가한다.

이날 전면 파업으로 올해 현대차 노조의 누적 파업 시간은 60시간으로 늘었다. 오전·오후조 파업이 겹쳐 실제 생산라인이 멈춘 시간은 그 두 배인 120시간이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가 시간당 약 460대를 생산하는 점을 고려하면 누적 생산 차질이 5만5200대에 이르고, 차량 대당 판매 단가를 반영한 누적 매출 차질액은 2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노조는 오는 24~25일에도 조별로 4시간씩 부분 파업을 예고해 차질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현재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달 국내외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5.1% 줄어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하반기 그랜저, 신형 아반떼 등 주력 모델을 앞세워 반전을 노렸으나 파업이 길어지면서 생산 계획과 신차 출시 일정 등 전반적인 전략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신형 투싼 출시도 준비 중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으로 자전거를 가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 뉴스1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으로 자전거를 가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 뉴스1

올해 임금협상 교착의 핵심은 상여금 인상, 해고자 복직, 정년 연장 등이다. 임금 인상과 별도로 노조가 요구한 안건이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 인상, 정년 2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상여금 인상 이유로 조합원이 받는 임금 가운데 기본급 등 고정임금 비율이 54.8%에 불과하다는 점을 든다. 생활임금을 유지하려면 잔업과 특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노조는 "2007년 11조4000억원이던 사내유보금이 지난해 기준 101조3000억원으로 9배 가까이 늘었는데도 고정임금 비율은 54.8%에 그친다"며 "상여금 50% 인상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년 연장에 대해 노조는 정부 부처의 공무직 정년 단계적 연장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등으로 사회적 합의가 확립되고 있다고 본다. 노조는 "정년 2년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은 연간 최대 1800억원 수준으로, 연간 13조원 규모의 순수익을 내는 현대차가 감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법 개정과 무관하게 단체교섭으로 정년을 연장해 온 역사가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일괄 상향하고 임금 삭감이나 고용 불안 없는 계속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한다. 특히 만 60세 정년 퇴직자를 최대 2년간 촉탁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면서 신입사원 수준의 임금을 주는 '숙련재고용' 제도를 폐지하고, 정년 연장으로 숙련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고자 복직에 대해 노조는 "회사가 법원 판결과 교섭 대상 불가라는 핑계로 노조 활동 중 해고된 조합원의 복직을 거부하는 것은 현장 탄압"이라며 "역대 노사 합의를 보면 해고자 모두 노사 자율 합의로 복직해 온 만큼 해고자 복직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3가지 요구안이 올해 임금협상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해고자 복직은 대법원이 정당한 해고로 판결한 사안이어서 복직시킬 명분이 없고, 정년 연장은 정치권 논의를 거쳐 법제화되기 전에 개별 기업이 먼저 결론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여금 인상에 대해서도 실적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을 키우는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성과급에 쓸 수 있는 재원도 한정적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현대차는 지난 18일 열린 16차 교섭에서 기존 태도를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매체에 따르면 올해 임금협상이 마무리되면 일부 해고자의 복직 의사를 확인하고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등을 논의해 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현대차는 상여금 인상, 정년 연장 사전 합의, 해고자 복직 요구를 철회하면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또 정년 연장이 법제화되면 곧바로 시행을 준비하겠다며 보충교섭을 열어 시행 시기와 임금피크제 등을 논의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노조는 정년 연장과 상여금 인상에 대한 구체적 제안이 없었다며 3대 요구를 모두 관철하겠단 입장에서 전면 파업을 강행했다. 노조는 진전된 협상안이 나와야 다시 교섭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회사가 새 협상안을 내놓지 않으면 오는 25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추가 파업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