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실명까지 꺼낸 김여정…“한국은 허수아비” 거친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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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이틀 연속 담화…4개월 만에 이 대통령 실명 거론
한미훈련 축소 조롱하며 “이중적 언행” “허수아비 군대” 비난
북한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약 4개월 만에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가운데 북한은 같은 날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까지 발사하며 대남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여정은 20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그리도 즐겨하던 전쟁놀이를 못하게 된 서울의 가긍한 처지’라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축소된 것을 거론하며 한국을 집중적으로 비난했다.
김여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한국이 이른바 ‘전쟁놀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훈련 축소를 두고 “몸통이 잘린 반쪽짜리 연습”, “노른자위가 빠진 빈껍데기 연습”이라고 조롱했다.
한미동맹을 향해서도 거친 표현을 이어갔다. 김여정은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에 한국이 항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한국군을 “허수아비 군대”라고 표현했다. 이어 한미 관계를 “주종관계”라고 규정하며 한국의 국방과 안보가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재명 대통령 직접 겨냥…“안팎 다른 이중적 언행”

이번 담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김 부부장이 이재명 대통령을 실명으로 직접 비난했다는 점이다.
김 부부장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축소 결정에 경의를 표하고 “고심이 담긴 큰 결정”이라고 평가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다른 한편으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자주국방과 독자적인 군사력 확보를 강조했다며 “안팎이 다른 이중적 언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한국의 “불안초조한 모순심리”라고 표현했다.
한국 정부가 UFS 축소를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변화의 계기로 평가한 데 대해서도 비난을 이어갔다. 김 부부장은 한국 정부가 이번 결정을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 계기’와 ‘관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단초’로 평가한 것을 두고 궁색한 변명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미국의 안보 지원을 놓고도 한국을 겨냥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의 안보 지원이 더 이상 공짜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의 처지를 비꼬았다. 담화 말미에는 한국을 향해 “괴뢰”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번 담화는 김 부부장이 이틀 연속 내놓은 메시지다. 전날인 19일에는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평가절하하면서 미국과 한국을 함께 겨냥했다. 당시 김 부부장은 훈련 축소에 대해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중단이 아닌 축소만으로는 북한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다만 미국을 향한 태도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나타났다.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를 두고 여전히 좋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놨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까지 부정하지는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한미 연합훈련 규모 축소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UFS는 당초 27일까지 11일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21일까지 5일 일정으로 단축됐다. 매년 UFS에서 진행되는 1부 방어 연습과 2부 반격 연습 가운데 이번에는 1부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2부는 생략됐다. 일부 야외기동훈련도 축소되거나 일정이 조정됐다. 진행 중이던 전구급 한미 연합훈련의 기간과 규모가 중간에 줄어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담화 전에는 방사포 추정 미사일 10여 발 발사

김 부부장의 대남 담화가 나온 이날 북한은 군사 행동에도 나섰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20일 오후 5시께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약 300㎞를 비행했으며 한미 군 당국은 정확한 제원을 분석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 12일 이후 8일 만이다. 올해 들어서는 12번째 탄도미사일 발사였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600㎜ 초대형 방사포 KN-25를 동원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발사체를 600㎜ 방사포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 무기에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북한은 UFS를 앞둔 지난 6일과 12일에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각각 1발씩 발사했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약 2주 사이 세 차례 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선 셈이다. 12일 발사체는 700㎞ 이상을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번 발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내비친 상황에서 이뤄졌다. 김 부부장이 전날 훈련 축소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뒤 하루 만에 실제 무력시위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이후 김 부부장은 다시 담화를 내고 이번에는 비난의 초점을 한국과 이재명 대통령에게 맞췄다. 전날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언급하며 북미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은 반면 다음 날에는 한국을 향해 “허수아비”와 “괴뢰”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별개로 대남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흐름으로 읽힌다. UFS가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크게 축소됐지만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김 부부장의 연이은 담화를 통해 훈련 축소만으로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에는 별도의 여지를 남기면서 한국과 미국을 향한 메시지의 온도차도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