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B, 스테이블코인 현금성자산 인정 추진…발행사 직접 상환권 등 3조건 충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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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B, 스테이블코인을 현금성자산으로 인정하는 회계기준 개정안 8월 18일 공개
발행사 직접 상환권·1대1 준비금 등 3대 조건 충족해야…11월 19일까지 의견수렴

미국 회계기준을 관장하는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가 스테이블코인을 현금성자산(cash equivalents)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공식 추진한다. FASB는 8월 18일(현지시각) “현금성자산—공시 강화 및 특정 디지털자산 평가”라는 이름의 회계기준 개정안(ASU)을 공개했다. 이번 개정안은 현금성자산의 정의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이 그 정의를 충족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코인베이스(Coinbase) 같은 기업이 USDC를 보유하면서도 이를 현금성자산으로 볼지 크립토자산으로 볼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란을 겪었던 문제를 정리하려는 시도다. FASB는 11월 19일(현지시각)까지 90일간 의견수렴을 진행한다.
3중 테스트…스테이블코인이 통과해야 할 조건
개정안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이 현금성자산으로 인정받으려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첫째, 보유자가 발행사에 직접 요구할 수 있는 상시 계약상 현금 상환권을 가져야 한다. 둘째, 상환은 참조 법정화폐 기준 정액(par value)으로 금액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야 한다. 셋째, 발행사는 단기 고유동성 자산으로 최소 1대1 비율의 분리된 준비금(segregated reserves)을 유지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2차 시장에서의 유동성만으로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발행사에 직접 찾아가 현금을 요구할 수 없다면 현금성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FASB의 일반적인 현금성자산 기준은 만기 3개월 이하의 고유동성 자산이라는 점도 전제로 깔려 있다. 레저인사이츠(Ledger Insights)는 이 기준을 두고 왜 제3자를 통한 상환이나 매도로는 충분하지 않은지, 테더(Tether) 같은 발행사가 실제로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짚었다.

왜 지금인가…회계 처리 혼란과 코인베이스 사례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진행된 의제 협의 절차에서 나온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이 미국 일반회계기준(GAAP)상 현금성자산 정의를 충족하는지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반복해서 제기됐고, 이 때문에 기업마다 처리 방식이 제각각이었다는 게 FASB의 설명이다. 일부 기업은 스테이블코인을 다른 크립토자산과 마찬가지로 무형자산으로 분류해 시가 평가했고, 다른 기업은 이를 수취채권(receivables)으로 처리했다. 대출기관이 기업의 상환 능력을 평가할 때 쓰는 유동성 계산에서도 현금성자산은 무형자산보다 훨씬 유리하게 취급된다.
실제 사례로 코인베이스가 있다. 야후파이낸스 보도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2024년까지 자사 재무제표에 USDC 12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를 크립토자산으로 분류해야 했다. 이후 딜로이트(Deloitte)의 감사를 받아 현금성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됐지만, 이는 담당 회계사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같은 보도는 한 기업이 1억 달러 자산 중 5,000만 달러를 현금, 5,000만 달러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보유한다면 지금까지는 재무제표상 현금으로 5,000만 달러만 인정받았지만 새 기준이 확정되면 전액 1억 달러를 현금성자산으로 인정받아 국경 간 결제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시 의무 강화와 지니어스법과의 이중 구조
개정안은 분류 기준뿐 아니라 모든 보고기업에 적용되는 공시 의무도 새로 담았다. 스테이블코인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기업은 연차 보고 시 현금성자산의 주요 구성요소를 공개해야 한다. 국채(Treasury bills), 기업어음(commercial paper), 머니마켓펀드, 그리고 해당하는 경우 스테이블코인까지 구체적으로 구분해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유사한 공시 요건과도 맞춰가는 방향이라고 FASB는 설명했다.
회계법인 CBIZ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준비자산의 품질과 유동성을 입증해야 하는 압박이 커질 것이고, 보유자는 자신의 스테이블코인 포지션이 현금성자산 정의를 충족하는지 판단할 명확한 사례를 갖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재무제표 작성자 입장에서는 현금성자산 잔액에 더 세부적인 공시가 필요한지 재평가하고 내부통제를 손봐야 하며, 현금흐름표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활동을 어떻게 표시할지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캐스트(Forkast)는 이번 FASB 개정안이 미국 재무부의 지니어스법(GENIUS Act) 규정 제정안(NPRM)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짚었다. 지니어스법이 준비금 규정과 발행사 요건 등 규제의 바닥선을 정한다면, FASB 개정안은 그 자산을 장부에 어떻게 반영할지 정하는 회계상의 천장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CBIZ는 지니어스법이 “규범적이라기보다 맥락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짚었고, FASB도 보유자들이 관련 법과 규정을 모두 함께 검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형 컨소시엄들 이미 움직인다…남은 과제
이번 회계 기준이 자리 잡으면 이를 활용하려는 대형 금융 컨소시엄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씨티(Citi), 웰스파고(Wells Fargo) 등이 참여하는 클리어링하우스(The Clearing House)의 토큰화 예금 네트워크는 2027년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card), 스트라이프(Stripe), 블랙록(BlackRock) 등 140여개 파트너가 참여한 OUSD 수익공유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도 이런 제도적 정비를 발판으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이런 흐름은 여러 플랫폼 기업이 결제·보상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검토하는 등 기업들의 스테이블코인 관심이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는다.
다만 레저인사이츠는 실제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현금성자산으로 분류하려면 발행사와의 직접적 관계와 상시 상환 권리가 있어야 하고, 보유 규모가 상당히 커야만 이런 절차를 밟을 실익이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개정안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90일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초안 단계다. FASB는 수정된 전진적용(modified prospective approach) 방식으로 전환하되 조기 적용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야후파이낸스는 이런 변화가 “조용히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이며 크립토 업계 채택이 마지막 관문이었던 회계 부서에까지 도달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