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한국 축구 임시 감독 후보 분석…가장 유력하다는 '톱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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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감독 3명, 네덜란드, 세르비아, 한국의 다음 사령탑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든 한국 축구대표팀이 새 사령탑 선임에 앞서 임시 감독 체제를 가동한다.
대한축구협회는 9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A매치 6경기를 맡을 임시 감독을 공개채용 방식으로 찾고 있다.
이번 임시 감독은 9월과 10월 A매치 기간에 에콰도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 등을 상대하고 11월 일정까지 책임지게 된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달 안에 선임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페인 3명에 네덜란드·세르비아까지…5명의 색깔은
현재까지 알려진 최종 면접 대상자는 외국인 지도자 5명이다. 로베르트 모레노, 도메네크 토렌트, 헤수스 카사스 등 스페인 출신 3명과 네덜란드의 에르빈 쿠만, 세르비아의 드라간 스토이코비치가 이름을 올렸다.
1. 서류 최고점 모레노, 가장 눈에 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로베르트 모레노다. 1977년생인 모레노는 선수보다 지도자와 분석가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그는 현재 파리 생제르맹 감독으로 부임 중인 세계적인 명장 루이스 엔리케 감독을 보좌했었다. AS로마, 셀타 비고, 바르셀로나에서 코치로 일했고,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엔리케의 참모 역할을 했다.
엔리케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표팀을 떠났던 2019년에는 감독대행을 맡아 스페인을 이끌어 유로 2020 예선에서 7승2무, 무패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이후 AS모나코와 그라나다에서는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으나, 독립적인 감독 경력을 쌓으며 러시아 클럽 소치에서는 3년 재계약을 맺기도 했다.
모레노의 강점은 후보들 가운데 최신 축구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트렌디한 감독이라는 것이다.
특히 전술적으로 스페인식 점유와 패스 플레이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는 편이다. 분석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상대에 맞는 전술을 준비하는 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과의 인연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3년에도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했고 당시 한국 축구 분석과 운영 계획을 담은 50장 이상의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서류전형에서는 5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2. '과르디올라의 오른팔' 토렌트, 전술적 색깔이 강점

도메네크 토렌트는 조금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바르셀로나 B팀에서 인연을 맺은 뒤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에서 11년 동안 과르디올라를 보좌했다. 이 기간 유럽 최고 수준의 전술 시스템을 경험했고 수많은 우승 트로피도 함께 들어 올렸다.
이후 뉴욕시티FC, 플라멩구, 갈라타사라이, 아틀레티코 산루이스, 몬테레이 등을 직접 지휘하며 자신의 감독 경력을 쌓았다.
토렌트가 추구하는 축구는 점유율과 위치 선정에 기반한 포지션 플레이다. 후방에서 짧게 공을 연결하고 선수 간 간격을 유지하면서 상대 압박을 벗어나는 방식이다. 공을 빼앗겼을 때 즉각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특징이다.
과르디올라와 오랜 시간 함께했다는 점에서 한국 축구가 추구하는 기술적이고 능동적인 축구와 접점이 있다. 다만 대표팀 감독 경험이 없고, 독립 감독으로는 빅클럽에서 장기간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이 약점이다.
3. 한국이 이미 겪은 카사스, 이강인 대응법도 보여줬다

헤수스 카사스는 한국 축구 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후보 중 한 명이다. 카사스는 바르셀로나에서 스카우트와 경기 분석 업무를 경험했고, 왓퍼드에서 코치로 일한 뒤 스페인 대표팀에서 루이스 엔리케와 모레노 등을 보좌했다.
이후 이라크 대표팀 감독을 맡아 2023 아시안컵에서 일본을 꺾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시아 무대와 한국 축구를 직접 경험했다는 것이 다른 후보와 구별되는 부분이다.
카사스의 이라크는 4-2-3-1을 기본으로 하면서 수비 상황에서 4-4-2 형태로 전환하는 축구를 보여줬다. 강한 압박과 빠른 전환, 측면 활용이 핵심이었다. 아시아 팀들의 경기 특성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한국 대표팀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
한국과의 2024년 월드컵 예선에서는 이강인을 집중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두 명의 레프트백을 활용하는 맞춤형 전술까지 선보였다.
반면 이라크 대표팀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경질됐다는 점은 부담이다. 카사스는 이후 싱가포르 라이언시티를 맡아 다시 클럽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4. 히딩크 사단 경험한 에르빈 쿠만

에르빈 쿠만은 네덜란드 축구의 경험을 대표팀에 가져올 수 있는 인물이다. 로날트 쿠만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의 친형이기도 한 그는 선수 시절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뛰었고 PSV, 흐로닝언, 메헬렌 등에서 활약했다.
지도자로 전향한 뒤에는 RKC 발베이크와 페예노르트, 헝가리 대표팀 등을 거쳤다. 이후 사우샘프턴과 에버턴에서 동생 로날트 쿠만을 보좌했고, 오만과 베이타르 예루살렘에서도 감독을 맡았다. 네덜란드 대표팀 코칭스태프로도 활동한 경력이 있다.
한국과의 인연도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PSV 아인트호벤 시절, 수석코치로 일하며 박지성, 이영표와도 함께했다.
쿠만의 장점은 국가대표팀과 클럽을 두루 경험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독립 감독으로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준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5. 스토이코비치, 가장 강한 '국가대표팀 경험'

드라간 스토이코비치는 선수 시절부터 세계적인 이름을 알린 세르비아 축구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지도자로는 일본 나고야 그램퍼스와 중국 광저우 등을 거쳤고,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세르비아 대표팀을 맡았다. 현재는 무소속이다.
스토이코비치의 가장 큰 강점은 대표팀 운영 경험이다. 월드컵 예선과 본선을 모두 경험했고,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활용해 공격적인 축구를 만드는 데 익숙하다. 세르비아 대표팀에서는 3-4-1-2를 주로 활용했으며, 공격진에 창의적인 선수들을 배치하는 방식이 눈에 띄었다.
한국 대표팀에도 손흥민 이후 이강인 등 공격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 스토이코비치가 이들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다만 수비 조직과 경기 운영에서 기복을 보였던 세르비아 대표팀의 사례는 평가 과정에서 함께 검토될 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최종 후보 5명 가운데 3명이 스페인 국적이라는 사실이다.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지만 한국 축구가 다음 세대의 전술적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과 연결해 볼 여지도 있다.
특히 대표팀은 이강인을 중심으로 기술과 패스, 점유를 중시하는 선수들이 새로운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스페인식 축구 철학을 가진 지도자들이 대거 평가 대상에 오른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강위, 온라인 면접 뒤 우선협상 대상자 가린다
이번 선임 과정은 과거와 달라진 점이 많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에 임시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사단 형태로 공개 모집했다. 홍명보 감독의 사퇴 이후 단기간에 대표팀을 안정시키면서도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지원서 접수는 지난 9일 마감됐고, 서류 적격성 검토를 거쳐 5명이 최종 면접 대상에 올랐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면접을 진행했다. 서류만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각 후보의 지도 철학과 전술, 선수단 관리 방식, 대표팀 운영 계획 등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후 평가 결과를 토대로 우선협상 순위를 정하고 계약 협상에 들어가는 수순이 예상된다.
이번에는 특히 임시 감독이라는 조건도 중요한 변수다. 새 사령탑은 9월부터 11월까지 총 6차례 A매치를 지휘한다. 9월 24일 에콰도르, 28일 우루과이와 맞붙고 10월에는 베네수엘라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한다. 11월 두 경기까지 포함하면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짧은 기간에 선수단을 파악하고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이 평가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진짜 과제는 2027 아시안컵
이번 임시 감독의 임기는 11월까지다. 하지만 대표팀이 바라봐야 할 다음 큰 무대는 2027 아시안컵이다. 대회는 2027년 1월 7일부터 2월 5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다.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6경기는 사실상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마지막 실전 무대가 될 수 있다.

대표팀 세대교체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손흥민(LAFC)을 비롯해 1992년생을 중심으로 한 주축 선수들은 다음 아시안컵에서 30대 중반에 접어든다. 이재성(마인츠), 황희찬(울버햄튼, 96년생), 김승규(도쿄) 등 베테랑 선수들의 활용 방식 역시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베테랑을 제외하고 젊은 선수를 많이 뽑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역할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중요하다.
그 중심에는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오현규(베식타시) 등 젊은 세대가 있다. 이강인은 이미 대표팀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았고 오현규 역시 최전방 경쟁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여기에 유럽에서 성장하는 이영준(호펜하임), 엄지성(스완지시티), 배준호(스토크시티), 김민수(지로나), 이한범(클럽브뤼헤) 등이 더해지면서 대표팀의 무게 중심도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축구협회에게는 2027 아시안컵과 그 이후를 고려해 어떤 선수를 핵심으로 판단하고 어떤 조합이 한국 축구의 다음 세대에 적합한지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번에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봐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부터 홍명보 감독까지 이어진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은 한국 축구에 적지 않은 불신을 남겼다. 감독 선임 절차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반복되면서 대한축구협회는 운영 체계를 다시 손보는 작업에 들어갔다.

K-축구 혁신위원회 역시 협회 거버넌스와 회장 선거 제도 등을 중심으로 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혁신위 출범 당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대표팀 감독 선임은 전력강화위원회가 책임지고 진행해야 할 영역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임시 감독 선임은 그 변화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좋은 감독을 뽑는 것뿐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절차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새 사령탑이 대표팀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동시에 한국 축구가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