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돈 문제만 아니었다…'고소득 1인 가구'가 고립되기 더 쉬운 예상 밖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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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별 짓기 문화' 요인으로 지적돼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다만 혼자서 고립된 삶이 형편이 넉넉지 않은 이들만의 이야기라는 통념은 사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소득이 높은 1인 가구일수록 관계의 폭이 좁아지고 그만큼 고립의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을 표현한 자료사진. AI툴로 생성됐습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을 표현한 자료사진. AI툴로 생성됐습니다.

지난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1인 가구를 연구해 온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출연해 이 같은 현실을 짚은 바 있다. 그는 고소득 1인 가구를 '사회적 고립의 사각지대'라고 표현하며 익숙한 복지의 문법으로는 잘 잡히지 않는 새로운 고립의 유형을 설명했다.

10년 새 두 배로… 1인 가구 '1천만' 시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가 1인 가구 증가와 고립 현상에 대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 유튜브 'tvN D ENT'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가 1인 가구 증가와 고립 현상에 대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 유튜브 'tvN D ENT'

김 교수에 따르면 2015년 500만 명 정도였던 1인 가구는 10년 사이 빠르게 늘어 2025년 기준 약 1000만 명 수준에 이르렀다. 가구 수로 따지면 열 가구 중 네 가구가량이 1인 가구인 것이다.

이는 한국만의 흐름은 아니다.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1인 가구 비중이 60%에 이르고, 소수의 개발도상국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나라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이런 세계적 추세를 '초솔로 사회'라는 말로 압축했다.

흔히 1인 가구라 하면 청년이나 노년층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2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전 연령대에 고르게 나타난다. 소득 계층에서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저소득층 위주로 다뤄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전문직과 관련 종사자가 2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빈곤층 중심의 복지 정책에서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꿀 때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고소득일수록 더 외로운 역설… '구별짓기'가 부른 고립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가 1인 가구 증가와 고립 현상에 대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 유튜브 'tvN D ENT'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가 1인 가구 증가와 고립 현상에 대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 유튜브 'tvN D ENT'

김 교수는 1인 가구가 유독 많은 직업군이 따로 있다고 봤다. 금융업, 문화산업과 예술계, IT 산업, 프리랜서 직종이 대표적이다. 24시간 불규칙하게 일하거나 개인의 성과와 개성이 크게 중시되는 일자리일수록 혼자 사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풀이됐다.

이런 이들은 대개 직장 가까운 원룸에 자리를 잡는 '직주 근접'의 삶을 산다. 자연히 생활 공간마저 일 중심으로 꾸려지고 집은 지친 몸을 누이고 잠을 자는 곳이 된다. 소진된 자신을 다독이려 상담 유튜브나 심리학 서적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를 두고 직장에서 자기를 생산하고 집에서 자기를 재생산하는 패턴이 반복된다고 표현했다.

여기서 그가 특히 주목한 대목이 '고소득층의 고립'이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으니 모임도 잦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고소득 1인 가구 중에는 오히려 친구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원인으로는 와인이나 골프처럼 취향과 교양이 비슷한 사람을 가려 만나려는 마음이 지목됐다. 김 교수는 이런 '구별짓기 문화'가 의도치 않게 관계를 좁히고 결국 상당수 고소득 1인 가구를 '고립 우울 집단'으로 밀어 넣는다고 지적했다.

혼자의 일상을 지키는 법… 작은 루틴이 안전망이 된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을 표현한 자료사진. AI툴로 생성됐습니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을 표현한 자료사진. AI툴로 생성됐습니다.

전문가들이 1인 가구에게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거창한 대책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생활의 리듬이다. 혼자 살수록 하루의 틀이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끼니를 거르지 않으며, 일과 휴식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만으로도 심신의 안정은 크게 달라진다. 특히 재택근무나 프리랜서처럼 일터와 집이 겹치는 경우에는 옷을 갈아입거나 잠깐이라도 바깥 공기를 쐬는 식으로 '출근과 퇴근'의 감각을 스스로 만들어 두는 편이 좋다.

관계의 끈을 느슨하게라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깊은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더라도 안부를 주고받는 몇몇과의 가벼운 연결은 위기의 순간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동네 모임이나 취미 동호회, 운동 클래스처럼 정기적으로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를 하나쯤 두면 고립감은 줄어들 수 있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마다 1인 가구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나 소셜 다이닝, 안부 확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도 있어 거주 지역의 지원 제도를 한 번쯤 살펴볼 만하다.

건강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대비도 빼놓을 수 없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몸의 이상을 조기에 살피고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비해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에게 비상 연락이 닿도록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응급 상황을 자동으로 알려 주는 스마트기기나 지자체의 안부 확인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집 안에서는 화재·가스 점검, 미끄럼 방지처럼 사소해 보이는 안전 관리가 결국 자신을 지키는 장치가 된다.

마지막으로 집을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회복의 공간으로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규칙적으로 환기하고 정리하며, 화분 하나라도 곁에 두면 일상의 온도가 달라질 수 있다. 혼자 먹는 밥이라도 대충 때우기보다 제대로 차려 먹는 습관, 하루 한 번쯤 몸을 움직이는 루틴은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