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민주당 30년 '연속 집권' 판 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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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전 총리 묘역 찾아 참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이 오래도록 집권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단순한 총선 승리가 아니라 20년, 30년 민주당의 황금시대를 바라보면서 연속 집권의 판을 짜겠다”고 말했다.
집권여당의 새 사령탑에 오른 직후 정치적 스승으로 꼽아온 이해찬 전 총리를 찾은 자리에서 장기 집권 구상을 공개적으로 꺼내든 것이다.

“한 번 이기는 게 아니라, 판을 길게 보겠다”
김 대표는 20일 오전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마련된 이해찬 전 총리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2045년 해방 100년, 2055년 민주당 100년까지를 언급하며 “30년 민주의 황금시대를 여는 연속 집권의 판을 확실하게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목표를 ‘다음 선거’에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차기 총선 승리를 넘어 장기간 민주당이 집권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과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는 새 지도부가 단순히 선거를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주당의 장기적인 집권 전략과 정치적 세력 재편까지 염두에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과거 민주연구원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이해찬 전 총리와 대담했던 일화도 꺼냈다. 당시 이해찬 전 총리가 ‘계속 집권’을 이야기했고, 자신이 “연속 집권이라는 표현이 듣기 좋은 것 같다”고 말하자 이해찬 전 총리가 표현을 바꿨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 전 총리를 두고 “시대를 보고 큰 진영과 세력의 판을 만드는 정치를 하셨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신 역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철학적으로 잇고, 당내 역할에서는 이해찬 전 총리의 뒤를 잇는 전략가이자 ‘판메이커’의 계보를 이어야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밝혔다.
그가 이해찬 전 총리에게서 강조한 것은 지혜와 결기뿐만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선당후사의 투명성”을 언급하며 이를 토대로 다음 총선과 연속 집권으로 이어지는 큰 판을 짜겠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묘역에서 시작한 ‘통합 행보’
이번 묘역 참배는 김 대표가 취임 직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도자들을 찾는 행보의 하나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8·17 전당대회 기간 이해찬 전 총리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자신의 ‘정치적 은인’으로 소개했다. 이 전 총리에게서는 원칙의 정치를, 김 전 의장에게서는 도덕적인 정치를 배우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이해찬 전 총리 묘역에 이어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 있는 김근태 전 의장의 묘역도 찾았다. 앞서 18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를 맞아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고, 19일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뒤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민주당의 역대 지도자와 주요 인사들을 잇달아 찾는 것은 새 대표 체제의 출발점을 당내 통합과 민주당의 역사적 정통성에서 찾겠다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실제 김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내 계파와 세대를 넘어 통합하는 지도력을 강조해왔다.
다만 이날 김 대표가 밝힌 ‘30년 황금시대’ 구상은 구체적인 집권 로드맵이나 정책 계획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발언의 중심은 장기적인 정치적 목표와 당의 전략적 방향에 맞춰져 있었다. 향후 실제로 어떤 조직과 정책, 선거 전략을 통해 이를 구현할지는 새 지도부가 풀어야 할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참배 이후 조정식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민생법안의 신속한 처리 등을 논의했다. 동시에 최근 논란이 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 포럼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여야 정치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민주의 황금시대”와 함께 꺼낸 강경 메시지
김 대표의 장기 집권 구상과 함께 이날 민주당이 내건 메시지도 주목받았다. 김 대표는 전날 김남준 홍보위원장을 임명한 뒤 첫 지시를 내렸다며 전국에 두 종류의 현수막을 게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나는 “민주의 황금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문구이고, 다른 하나는 “법치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이다. 김 대표가 집권여당의 장기적인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현 정부와 여당이 맞닥뜨린 사법부 관련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강한 메시지를 내놓은 셈이다.
이는 김 대표가 향후 민주당을 운영하는 방식과도 연결될 수 있다. 정부와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집권여당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당이 민심과 정책을 주도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국정 지원과 당의 독자적인 정치 메시지를 동시에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17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후보를 꺾고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권리당원·전국대의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최종 득표율은 김 대표 54.08%, 정 후보 45.92%였다. 임기는 2년으로 2028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여당을 이끌게 된다.

학생운동부터 국무총리...그리고 민주당 당대표까지
김민석 대표는 1964년 5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태어났다. 숭실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이후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공공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칭화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학위(LL.M.)를 취득했고, 미국 럿거스 뉴저지주립대학교 뉴어크캠퍼스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부터 정치와 사회운동에 참여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전국학생총연합 회장으로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1985년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과 관련해 수감되기도 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되면서 제도권 정치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첫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바로 당선되지 않았다. 1992년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해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제16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에서 당선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로 있던 시절 총재 비서실장을 맡았으며, 당 대변인 등 주요 당직도 경험했다.
2002년에는 정치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제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의 합당 과정 등을 거쳐 민주당으로 복귀했다. 이후 한동안 원외 생활을 했지만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을에 다시 당선됐고,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에서 승리하며 국회에 복귀했다. 현재까지 제15·16·21·2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 대표는 국회 복귀 이후 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고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과정에서는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됐고,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총리로 임명됐다. 총리 재임 기간에는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2026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당대표 선거에 나섰고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