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비껴갔었는데…초강력으로 세력 키우는 18호 태풍 ‘사우델’, 한국행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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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태풍으로 발달 예상되는 제18호 태풍 '사우델'

지난 19일 발생한 제18호 태풍 '사우델(SAUDEL)'이 하루 만에 몸집을 불리며 빠르게 북서진하고 있다. 올여름 들어 지금까지 만들어진 태풍 17개가 모두 한반도를 피해갔지만, 사우델은 며칠 안에 초강력급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기상 당국이 진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 기상위성에 포착된 제18호 태풍 '사우델' / himawari8
일본 기상위성에 포착된 제18호 태풍 '사우델' / himawari8

제18호 태풍 '사우델', 하루 만에 세력 키우며 북서진...초강력 태풍 발달 예상

사우델의 뿌리는 지난 19일 새벽 괌 남동쪽 먼바다에서 관측된 제35호 열대저압부다. 이 저기압은 시속 48㎞ 안팎의 빠른 속도로 서쪽으로 이동하다가 19일 정오 무렵 태풍 등급으로 올라서며 사우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발생 초기 중심기압은 1002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18m로 가장 낮은 등급인 강도 1 수준이었다.

이후 사우델의 이동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19일 오후 3시 시속 4㎞에 불과했던 속도가 오후 9시 15㎞, 20일 오전에는 20㎞대까지 올랐다. 20일 오전 9시 현재 사우델은 괌 동남동쪽 약 780㎞ 부근 해상에서 서북서 방향으로 이동 중이며, 중심기압은 996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20m(시속 72㎞)를 기록했다. 강풍반경은 230㎞로 아직은 크지 않은 규모다.

태풍이 지나는 서태평양 해역의 수온이 28~29도에 이르는 만큼, 사우델은 앞으로 바다에서 풍부한 에너지를 공급받으며 몸집을 빠르게 불릴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오후 포착된 제18호 태풍 '사우델' 위성 사진 / himawari8
20일 오후 포착된 제18호 태풍 '사우델' 위성 사진 / himawari8

사흘 만에 초강력급으로…23~24일 정점

기상청 예보를 종합하면 사우델의 세력 확장 속도는 상당히 가파르다. 21일 오전에는 최대풍속이 초속 27~29m로 높아지며 강도 2에 진입하고, 같은 날 밤에는 초속 35~39m까지 강해지며 강도 3 문턱을 넘어설 전망이다. 22일에는 중심기압이 960hPa 안팎, 최대풍속은 초속 39~43m까지 치솟으며 강도 3 세력을 굳힐 것으로 보인다.

세력 확장의 정점은 23~24일로 예측된다. 23일 오전 중심기압이 935~945hPa까지 떨어지고 최대풍속은 초속 45~49m(시속 최대 176㎞)에 이르러 강도 4 태풍으로 발달할 전망이다. 강풍반경 역시 400㎞ 안팎까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상태는 24일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며, 25일 오전에는 최대풍속이 초속 45m 안팎으로 소폭 낮아지지만 여전히 강도 4 수준을 유지한 채 일본 오키나와 동남동쪽 500~730㎞ 부근 해상까지 북상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기상청은 올해부터 태풍 강도 표기를 기존 '중·강·매우강·초강력' 대신 숫자 1~5단계로 바꿔 발표하고 있다. 강도 4는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44m 이상 54m 미만인 경우를 가리키며, 통상 '초강력'에 준하는 위력으로 분류돼왔던 구간이다.

25일 이후가 관건…예측 모델마다 제각각

문제는 25일 이후다.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예상 경로는 25일 오전까지로, 이 시점 예상 위치의 70% 확률반경만 440㎞에 달할 만큼 이후 진로의 변동성이 크다. 해외 주요 수치예보모델의 전망도 하루 사이 크게 엇갈렸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와 미국 글로벌예측시스템(GFS)은 전날까지만 해도 사우델이 제주와 남부지방 쪽으로 향할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20일 기준으로는 두 모델 모두 오는 28일 중국 저장성 인근인 닝보 부근에 상륙하는 경로로 전망을 바꿨다.

제18호 태풍 '사우델' 예상 경로 / 기상청
제18호 태풍 '사우델' 예상 경로 / 기상청

일본 역시 사우델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후지TV는 사우델이 마리아나제도를 지나 도쿄도 남쪽의 오가사와라제도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후 진로에 따라 오키나와 지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기상예보사는 방송에서 "남쪽 해상에서는 태풍의 씨앗인 열대저기압이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8월 후반, 9월에 걸쳐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므로, 남쪽 해상에 대해 계속 주의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기상청 우진규 통보관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우델 이후 경로에 대해 "수치모델 90% 이상이 중국 남부로 방향을 예측하고 일부 모델은 일본으로 전향한다고 봤다"면서도 "태풍 도달 간극이 3천~4천㎞에 달하는 오차를 보여 일주일 이후 태풍 경로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25일 이후 진로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며 향후 태풍의 이동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예보를 갱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도 "수치예보모델마다 태풍의 이동 경로와 발달 정도에서 차이가 크게 나고 있다"며 "태풍 경로나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어막 걷힌 하늘길…"태풍의 길 열렸다"

올여름 한반도는 유독 태풍의 무풍지대였다. 최근 북서태평양에선 제13호 '돌핀'부터 제17호 '낭카'까지 5개 태풍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모두 한반도를 비껴갔다. '돌핀'은 중국, '찬홈'은 일본에 상륙하며 비구름을 몰고 왔을 뿐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준 태풍은 없었다. 올해 첫 영향 태풍으로 기록된 제6호 '장미' 역시 남해 먼바다에만 흔적을 남기고 지나갔다.

이렇게 태풍이 번번이 한반도를 피해간 배경에는 대기 상층부터 하층까지 두텁게 자리 잡았던 고기압대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그동안 한반도 상공을 뒤덮었던 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며 동쪽으로 물러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태풍의 길이 열린 셈이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20일 KBS와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북서 태평양이 열려있는 상태에서는 주변에 방해하는 고기압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이동해 우리나라 쪽으로 접근하는 환경이 갖추어진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세계 각국의 예측 모델 역시 한반도 주변으로의 북상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바람에 우산 쓴 시민들 자료 사진 / 뉴스1
비바람에 우산 쓴 시민들 자료 사진 / 뉴스1

위력도 만만치 않다…약해질 요인 없어

문제는 진로뿐만이 아니다. 사우델이 실제로 한반도 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위력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나간 태풍 '돌핀'이 서태평양 바다의 열을 어느 정도 흡수하며 수온을 낮춰놓은 상태이긴 하지만, 그 이후 다시 열이 채워지고 있어 태풍이 북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힘이 빠지길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강남영 교수는 "지난 태풍 돌핀이 바다의 열을 다소 빼앗아 조금 식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사이 열이 다시 채워지고 있어서 태풍 북상 시 그 힘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 우진규 통보관도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우델 이후 경로에 대해 "수치모델 90% 이상이 중국 남부로 방향을 예측하고 일부 모델은 일본으로 전향한다고 봤다"면서도 "태풍 도달 간극이 3천~4천㎞에 달하는 오차를 보여 일주일 이후 태풍 경로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 역시 "수치예보모델마다 태풍의 이동 경로와 발달 정도에서 차이가 크게 나고 있다"며 "태풍 경로나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태풍은 통상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 만큼, 사우델이 오키나와 인근 해상까지 올라온 이후 이 고기압 세력이 어디까지 확장하느냐가 최종 진로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기상청은 태풍의 구체적인 진로와 한반도 영향 여부는 이번 주 후반쯤 좀 더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기상청 소속 한 예보관은 사우델의 발생을 미리 언급하며 8월 말에서 9월 사이 강한 태풍이 한반도로 북상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따뜻한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가 태풍의 에너지원인 만큼 태풍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사우델'이라는 이름은 미크로네시아가 제출한 것으로, '전설 속 추장의 호위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우델 다음으로 발생할 제19호 태풍은 '나라', 제20호 태풍은 '개나리'로 이름 지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