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만평] 폐버스에 이어 욕조 고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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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 설치 허용, 고시원 주거 현실화의 첫걸음인가
청년 주거난 해결, 규제 완화만으로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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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시원 개별실에 욕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건축기준을 바꾸기로 하면서 청년 주거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 정치권의 ‘폐버스 청년주택’ 제안이 논란을 일으킨 직후여서 온라인에서는 고시원 욕조까지 연결한 풍자도 확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2일 행정예고한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은 고시원 각 방의 욕조 설치 금지와 책상 등 학습시설 의무 설치 규정을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국토부는 고시원이 과거 시험 준비생을 위한 학습·숙박시설에서 벗어나 1인 가구의 실질적인 생활공간으로 사용되는 현실을 반영해 안전과 직접 관련이 없는 규제를 정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견수렴은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현행 기준은 욕조와 개별 취사시설을 금지하면서 책상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방음 기준과 공용 취사·세탁시설, 복도 폭, 범죄예방시설 등에 관한 규정도 별도로 두고 있다. 이번 개정은 이 가운데 욕조와 학습시설 규제를 손보는 것이다.

정책의 변화도 눈에 띈다. 국토부는 2015년 해당 기준을 처음 만들면서 개별 욕조와 취사시설을 금지한 이유 중 하나로 고시원이 독립된 주거시설처럼 편법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11년 뒤에는 고시원이 이미 1인 가구 주거공간으로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규제를 완화하는 셈이다.

논란이 커지는 배경에는 청년층의 열악한 주거 현실이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연구를 인용한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20대 주거취약계층 가운데 79.5%가 고시원에 거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청년월세지원 대상자 가운데 고시원 거주자의 수혜 비율이 매우 낮다는 지적도 올해 국회에서 제기됐다.

때문에 욕조 설치 허용 자체보다 정책의 방향이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낡은 규제를 현실에 맞게 바꾸는 것은 필요하지만, 고시원을 더 주택처럼 만드는 데 머물 경우 좁은 면적과 주거비 부담 등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고시원 거주자를 공공임대로 이주시키거나 시설 개선을 지원하는 사업을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결국 청년 주거정책의 평가는 고시원에 무엇을 더 설치할 수 있느냐보다, 청년들이 원할 경우 더 안정적인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는 선택지를 얼마나 넓혀주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