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 파괴 조희대 물러나라' 현수막 전국에 걸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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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홍보위원장을 임명한 뒤 첫 지시를 내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을 강하게 비판하며 전국 단위 여론전에 나섰다. 취임 직후 공개적으로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관련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전국에 게시하도록 지시했다.

취임 후 첫 지시…전국에 현수막 두 장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대표는 20일 오전 세종 은하수공원에 있는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 전국에 현수막 두 개를 필수 게첩하라는 첫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공개한 현수막 문구는 ‘민주의 황금시대를 열겠습니다’와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 등 두 가지다. 하나는 새 지도부의 정치적 비전을 담았고, 다른 하나는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직접 요구하는 내용이다.
김 대표는 취임 후 처음 열린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조 대법원장의 호칭을 생략한 채 “조희대 씨”라고 부르며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취임 직후부터 대법관 제청 논란을 새 지도부의 주요 현안으로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사법부 수장을 상대로 실제 탄핵을 추진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손봉기 후보 서면 제청 놓고 여권 반발
논란의 발단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서면 제청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1월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손 부장판사를 포함한 후보 4명을 추천한 뒤 청와대와 협의를 이어왔지만, 장기간 접점을 찾지 못하자 조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행사한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같은 날 다음 달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제청했다. 약 7개월간 지연된 노 전 대법관 후임 인선과 이 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동시에 진행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 제청은 청와대와 사전에 의견을 모은 사안으로 전해졌다.
여권이 문제 삼는 부분은 손 부장판사 제청이다. 청와대와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 대법원장이 일방적으로 제청을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여권에서는 이를 두고 ‘사법 쿠데타’라는 격한 표현까지 나왔다.
조희대 이틀째 침묵…법원은 “면담 성사 안 돼”

조 대법원장은 여권의 거센 비판에도 이틀째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은 20일 오전 9시 7분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면서 서면 제청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수고하십니다”라고만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면담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사실인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청와대와 계속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아 서면 제청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서면 제청 방식 자체는 청와대 민정수석과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법사위는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여권 주도로 조 대법원장 출석 요구안을 의결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대통령과 국회로 넘어간 공…임명 절차 향방은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를 장기간 유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드러내며 조 대법원장에게 제청 철회를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모두 국회로 보내 판단을 맡기는 방안도 있다.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의 현재 기류를 고려하면 손 후보자가 본회의 표결을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만 국회로 보내고 손 후보자에 대한 절차를 유보하는 경우도 거론되지만, 복수 후보 가운데 특정 후보만 선택적으로 처리한다는 야권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가 전국 현수막 게시를 지시하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가운데 민주당이 사퇴 요구를 탄핵 추진으로 확대할지, 청와대가 두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정국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