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대체 얼마길래...구인 공고 바꾸자, 의사 지원 0명에서 6명이 된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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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 근무 선택해도 세전 월급 상당해
월급 1300만원을 제시했을 때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월급을 3300만원으로 올리자 6명이 몰렸다. 의료 환경이 열악한 전남 신안군의 의사 채용 사례가 지방 의료 인력 부족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신안군은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의 진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만 60세 이상 의사를 대상으로 ‘시니어 의사’ 1명을 공개 모집했다. 올해 상반기 세 차례 공모를 진행했지만 지원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기존에 제시했던 월 1300만원의 보수를 2000만원 올려 세전 월 3300만원으로 책정했고, 이번 공모에는 6명이 지원했다. 주 4일 근무를 선택할 경우에도 세전 월 2640만원을 지급한다.
이번 채용에 지원할 수 있는 의사는 일반의 면허 취득 후 20년 이상 임상경력을 갖췄거나,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다. 채용된 의사는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돌며 진료하고 예방접종 예진과 각종 증명서 발급을 위한 진단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도서 지역을 포함한 순환근무와 높은 경력 요건 등을 고려해 신안군이 파격적인 보수 수준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신안군의 사례가 단순히 ‘의사에게 높은 월급을 주면 지원자가 온다’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지방에서는 의사가 부족하고, 왜 지방자치단체가 의사 한 명을 채용하기 위해 수천만원의 월급까지 제시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
현재 신안군의 의과 공중보건의사는 지난해 21명에서 올해 15명으로 6명 줄었다. 1년 만에 28.6% 감소한 셈이다. 그 결과 관내 보건지소 16곳 가운데 8곳에는 의사가 배치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인근 보건기관의 공중보건의사 한 명이 최대 4개 보건지소를 주 1~2회씩 순회하며 진료하는 방식으로 공백을 메우고 있다.
지방 의료 인력 부족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의사 숫자 부족’과는 다르다는 데 있다. 의사 전체 숫자가 늘어나더라도 모든 의사가 서울이나 수도권에 집중되면 지방의 의료 공백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 실제 지역 의료 문제를 둘러싼 정책 논의에서도 의사 인력 자체뿐 아니라 지역별 배치와 필수·공공의료 인력 부족이 핵심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의사가 지방을 기피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생활 여건이다. 수도권에서는 대형병원과 전문병원이 밀집해 있고 의료기관 간 이동도 쉽지만, 의료취약지역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의료기관 자체가 제한적이다. 특히 섬이나 산간 지역처럼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곳에서는 의사 개인이 감수해야 하는 생활상의 불편도 커진다.

신안군처럼 여러 섬으로 구성된 지역은 이 문제가 더욱 뚜렷하다. 의사가 한 곳에 상주한다고 해서 모든 주민에게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어렵다. 섬을 오가는 이동 자체가 근무의 일부가 될 수 있고, 기상 상황이나 교통 여건에 따라 이동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결국 같은 의사 한 명을 고용하더라도 수도권의 병원과 섬 지역의 보건지소가 요구하는 근무 조건은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다.
의료 인프라의 차이도 무시하기 어렵다. 의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진료 환경과 검사·수술·협진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를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다. 대형병원이 많은 수도권에서는 복잡한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보내거나 다른 전문과와 협진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한 명의 의사가 더 넓은 범위의 환자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차이는 단순히 급여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지방에서 더 높은 월급을 제시하더라도 근무 환경, 주거, 교육, 가족 생활, 교통, 의료 인프라 등이 함께 보장되지 않는다면 장기간 정착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지방의 의료 공백을 키우는 요인으로 공중보건의사 감소가 거론된다. 과거에는 병역 의무를 의사 인력으로 대체하는 공중보건의사가 농어촌과 의료취약지역의 중요한 의료 인력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공중보건의 신규 편입 인원이 줄면서 지방 보건지소에서 이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2026년 신규 의과 공중보건의 편입 인원은 98명으로, 복무 만료 인원 450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규 유입보다 빠져나가는 인력이 많으면 지방의 보건지소부터 의사 공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안군에서 나타난 현상도 이 같은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공중보건의사가 줄어든 상황에서 기존 인력만으로 모든 보건지소를 상시 운영하기 어려워지면서 한 명의 의사가 여러 지역을 순회하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주민 입장에서는 집 가까운 보건지소가 존재하더라도 정작 방문한 날 의사가 근무하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고령 인구가 많은 농어촌에서는 의료 접근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 만성질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에게 병원까지 이동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대중교통이나 차량을 이용해 여러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작은 진료 공백이 곧 생활권 전체의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지방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과 함께 ‘어디에서 일하게 할 것인가’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지역 간 의료 격차와 필수·공공의료 인력 부족을 주요 배경으로 제시한 이유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추가 양성되는 의사 인력에는 지역의사 제도를 적용해 지역 의료 격차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의사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지방에 의사가 자동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전체 의사 수가 증가해도 지역 격차가 그대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지역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와 함께 실제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생활 환경을 만드는 정책이 함께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의대 입학 단계부터 지역 인력을 선발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일본은 의사 부족과 지역 의료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2008년부터 지역 정원제를 도입했고, 2023년에는 80개 의과대학 가운데 71개 대학에서 지역 정원제를 운영했다.
한편 지역에서 의사가 부족해지는 문제는 단순히 진료를 한 번 받지 못하는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작은 질환이나 만성질환 관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더 큰 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응급상황에서는 의료기관까지 이동하는 시간 자체가 생존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민들이 가까운 보건지소에서 기본적인 진료와 건강관리를 받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먼 지역의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고, 고령자나 교통이 불편한 주민에게는 이 과정이 상당한 부담이 된다.
또한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특정 의사에게 업무가 집중되면서 진료의 지속성도 떨어질 수 있다. 의사가 자주 바뀌거나 순회 진료에 의존하면 환자의 과거 병력과 치료 경과를 장기간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 의료를 유지하려면 의사 한 명을 데려오는 것뿐 아니라 환자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상급병원과 신속하게 연결할 수 있는 지역 의료 전달체계까지 함께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