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말 믿고 기다렸는데...” 제주 실종 여성의 남자친구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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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보고, 석 달을 허비하게 만든 경찰
제주에서 실종된 여성의 남자친구가 기막힌 심경을 전했다.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된 37세 여성 장미란씨가 석 달 넘게 발견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당시 실종 신고를 담당한 경찰관이 실제로 장씨와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연락이 닿아 안전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보고한 뒤 사건을 종결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뒤늦게 장씨를 찾기 위한 수색에 나서는 한편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의 허위보고 및 직무유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19일 뉴시스는 장씨의 연인 A씨 인터뷰를 보도했다.
A씨는 지난 5월 15일 경찰에 최초로 실종 신고를 한 사람이다. 장씨는 약 10년 전 제주로 이주해 제주시 한림읍에서 A씨와 함께 생활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에 가까운 가족이 많지 않았던 만큼 A씨는 장씨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알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장씨는 지난 5월 12일 늦은 오후부터 13일 새벽 사이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았다. 연인 A씨는 장씨가 평소처럼 집을 나갔지만 아침이 돼도 귀가하지 않았고 연락도 되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가족과도 연락이 끊긴 사실을 확인한 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A씨에 따르면 실종 신고 이후 장씨 가족으로부터 경찰이 “장씨의 안전을 확인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장씨가 자신의 위치를 가족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아 구체적인 소재지는 알려줄 수 없다는 설명도 함께 전달됐다는 것이다.
성인 실종자의 경우 본인이 자신의 소재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공개하지 않기를 원할 경우 경찰이 구체적인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등 범죄 피해자가 자신의 소재가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전제가 실제로 확인됐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경찰은 당시 장씨와 실제로 연락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야간 근무를 하던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상관에게 장씨와 연락이 닿아 안전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보고하고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해당 경찰관과 장씨 사이의 실제 통화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당 경찰관은 장씨를 직접 대면해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된 사건 종결 기록이 이후의 실종 신고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A씨는 장씨가 계속 돌아오지 않자 7월 중순 경찰에 다시 실종 신고를 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신고가 이미 종결된 데다 장씨가 위치 공개를 원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기록이 남아 있어 신고 대상자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결국 장씨의 친척에게 상황을 알렸고, 친척이 다시 실종 신고를 접수하면서 사건의 흐름이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장씨와 통화했다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경찰은 장씨가 장기간 실종된 상태라는 점을 다시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가족과 연인은 경찰의 첫 번째 설명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어딘가에 살아 있고, 단지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장씨가 다시 연락해올 가능성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A씨는 “제발 나 안 만나도 되니까 살아만 있어라라고 생각하고 믿고 있었다”며 “그게 허위라니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어딘가에 있겠지 하는 희망이라도 갖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장씨가 집을 나설 당시 가지고 있던 것은 휴대전화 한 대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장씨가 평소 휴대전화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의 연락이 계속됐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이후 휴대전화 전원도 꺼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확인한 장씨의 마지막 위치는 제주시 한림항 인근이었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장씨가 집을 나선 뒤 한림항 쪽으로 이동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그 이후 행적은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카드 사용 내역이나 휴대전화 기록, 병원 진료 등 뚜렷한 생활 반응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장씨의 마지막 행적이 확인된 한림항 해안가를 중심으로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19일에는 경찰 기동대 등 가용 인력을 투입해 한림항 일대에 대한 공개수색을 벌였으며, 장씨의 인상착의를 알리는 실종 경보문자도 발송했다. 범죄 피해 가능성을 포함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장씨 가족은 직접 얼굴과 인상착의를 공개하고 시민들의 제보를 요청하고 있다. 장씨는 실종 당시 긴 생머리에 키 약 158㎝, 마른 체형으로 알려졌으며 금팔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애교 섞인 말투가 특징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역시 장씨가 평소 자주 산책하던 한림항 주변을 계속 찾아다니고 있다. 바닷가까지 돌아다니며 장씨가 어디엔가 남긴 흔적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장씨와 함께 제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할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고 밝혔다. 갑자기 사라진 연인을 찾기 위해 직접 한림항 주변을 수색하고 있는 이유다.
실종 사건에서 초기 대응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종 직후에는 휴대전화 위치 정보, CCTV 영상, 교통카드·신용카드 사용 내역, 주변인의 목격 정보 등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거나 확인이 어려워지는 단서가 존재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수색이 본격화된 시점이 실종 신고 후 석 달이 지난 뒤라는 점에서 초기 대응 과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뉴시스는 공공 CCTV의 저장기간이 지나 당시 영상 상당수가 이미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경찰은 현재 주변 음식점과 숙박업소 등 민간 CCTV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단순히 ‘경찰이 실수했다’는 차원을 넘어 실종 수사에서 기록 하나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처음 신고가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면 확보할 수 있었던 영상이나 목격자가 있었을 가능성을 지금 단계에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것은 수사기관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경찰은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왜 실제 확인 없이 장씨의 안전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제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당시 신고 처리 과정과 담당 경찰관의 보고 경위 등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해당 경찰관은 직무유기 등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실제로 장씨와 연락이 있었는지, 어떤 근거로 사건을 종결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해당 경찰관은 장씨와 통화했다고 주장하는 취지의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실제 통화 기록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경찰관의 최종적인 법적 책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허위보고의 구체적인 경위와 고의성 여부 등이 밝혀질 전망이다.
해당 경찰관은 별도의 사안으로도 직위해제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JIBS는 해당 경찰관이 최근 경찰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적발된 혐의로도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장씨의 행방을 확인하는 일이다. 경찰은 장씨가 범죄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가운데 한림항을 비롯한 마지막 행적지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