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문 닫아 월급 못 받았다면…앞으로 최대 3150만원까지 국가가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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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길보장 범위 기존 3개월서 최대 6개월로 확대
지급 상한 2100만원서 최대 3150만원으로 인상
임금체불로 생계가 막막해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회사가 문을 닫은 경우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임금 범위가 두 배로 늘고, 건설·조선업에서는 노동자에게 돌아갈 임금이 다른 곳에 쓰이지 않도록 별도로 관리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급여일이 지났는데도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지 않으면 그때부터 일상이 꼬이기 시작한다. 카드값과 월세, 대출이자 날짜는 그대로인데 회사에서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되고 이런 일이 몇 달씩 이어지다 끝내 폐업 소식까지 들리면 밀린 월급을 받을 수 있을지부터 걱정하게 된다. 그동안 일한 돈을 못 받은 채 회사 문까지 닫는 상황을 겪는 노동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나왔다. 앞으로는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체불임금 보장 범위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난다.
고용노동부는 개정 임금채권보장법과 시행규칙이 오는 20일부터 시행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회사가 도산해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에게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도산대지급금’의 보장 기간을 기존 최종 3개월분에서 6개월분으로 늘리는 것이다.
회사 문 닫아도 최대 3150만원까지 국가가 대신 지급
도산대지급금은 회사가 파산하거나 회생 절차에 들어가 임금을 지급하기 어려워졌을 때 국가가 사업주 대신 일정 범위의 밀린 임금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마지막 3개월치 임금 등을 기준으로 지급했지만 앞으로는 마지막 6개월치까지 보장 범위에 들어간다. 휴업수당과 출산전후휴가 기간 중 급여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퇴직급여는 기존처럼 최종 3년분까지 보장한다.
보장 기간이 두 배로 늘면서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도 커진다. 도산대지급금 상한액은 기존 2100만원에서 3150만원으로 1050만원 오른다. 여러 달 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회사까지 문을 닫아버린 노동자가 실제로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월 350만원을 받던 35세 노동자가 5개월 동안 임금 1750만원을 받지 못한 뒤 퇴직했다고 가정하면 차이가 크다. 기존에는 마지막 3개월분만 지급 대상이 돼 연령별 월 상한액 310만원을 적용하면 총 930만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5개월분이 인정돼 15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같은 체불 상황에서도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금액이 620만원 늘어난다.
이번 조치는 장기간 임금이 밀린 노동자의 생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사 사정이 악화되면서 수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하다 결국 폐업까지 이어지는 경우 기존 3개월 기준만으로는 밀린 임금 상당 부분을 보전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건설·조선업은 노동자 임금 따로 떼어 지급
체불이 발생한 뒤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장치뿐 아니라 임금체불 자체를 막는 제도도 강화된다. 노동부는 20일 근로기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임금구분지급제’의 구체적인 적용 기준을 마련한다.
임금구분지급제는 원청 등 도급인이 매달 지급하는 공사대금 가운데 노동자에게 돌아갈 임금 몫을 다른 비용과 따로 구분해 지급하는 제도다. 하청업체가 이 돈을 실제 노동자 임금으로 지급했는지까지 확인하도록 하고, 임금으로 받은 돈을 자재비나 운영비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막는다.
다단계 하도급 현장에서는 원청에서 내려온 돈이 여러 업체를 거치는 과정에서 다른 곳에 쓰이면서 정작 현장 노동자의 임금이 밀리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정부는 처음부터 노동자 임금 몫을 다른 돈과 분리해 관리하고 실제 지급 여부까지 확인하도록 해 이런 구조적인 체불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적용 대상은 다단계 하도급이 많은 건설업과 조선업 가운데 도급 기간이 30일을 넘는 사업이다. 공공사업뿐 아니라 민간사업도 포함된다. 기존에는 주로 공공 건설공사에 적용됐지만 내년부터 범위가 크게 넓어진다.
조선업은 500억원 이상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
건설업에서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을 추진 중인 ‘발주자직접지급제’와 적용 범위를 맞춘다. 이 제도는 발주자가 원청이나 수급업체 계좌를 거치지 않고 하청업체와 건설근로자 등에게 공사대금이 나눠 지급되는 전자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조선업은 선박을 새로 만들거나 수리하는 도급 사업이 대상이다. 최종적으로는 선박 한 척을 기준으로 처음 발주한 금액이 120억원 이상인 사업까지 적용할 예정이지만, 처음부터 전면 시행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범위를 넓힌다.
시행 초기에는 최초 발주금액 500억원 이상 사업부터 적용하고 이후 240억원, 120억원 이상 사업으로 3년에 걸쳐 확대한다. 조선업에 임금구분지급제가 처음 도입되는 데다 전자 대금지급 시스템을 민간에 개방하는 일정 등을 고려한 조치다.
원청 등 도급인은 하청업체가 실제로 임금을 지급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임금명세서나 사회보험료 납부내역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사업장이 자체 전자대금지급 시스템을 이용해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임금구분지급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한다.

밀린 임금 해결하려는 사업주엔 최대 10억원 지원
이미 임금이 밀렸더라도 체불을 해결하려는 사업주에게는 금융 지원을 늘린다. 체불 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일반 융자 한도는 사업주 한 명당 기존 1억 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올라가고, 노동자 한 명에게 지급할 수 있는 한도도 1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확대된다.
대규모 체불이 발생한 사업장을 위한 ‘특별융자’ 제도도 새로 생긴다. 최근 3개월 동안 밀린 임금이 2억원을 넘고 융자 신청액의 120% 이상에 해당하는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사업주당 최대 10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특별융자로 마련된 돈은 사업주 계좌를 거치지 않고 체불 노동자의 계좌로 직접 들어간다. 사업주가 지원받은 돈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을 막고 밀린 임금을 해결하는 데 곧바로 사용하도록 한 구조다. 금리는 담보대출의 경우 연 2.2%, 신용·연대보증은 연 3.7%다.
정부는 도산한 회사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돈을 늘리는 동시에 건설·조선업에서는 임금 몫을 처음부터 따로 관리하고, 자금난으로 임금을 주지 못하는 사업주에게는 융자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임금체불 대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부는 임금구분지급제 세부 기준에 대해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40일간 의견을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조선업 등 관련 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에도 임금구분지급 내용을 넣는 방안을 협의하고, 제도 시행 이후에는 다른 다단계 도급 업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성실하게 일했음에도 제때 정당하게 대가를 받지 못한 체불 노동자의 무너진 일상이 하루빨리 회복되도록 정부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