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량만 1183% 급증… 놀란 신작 덕분에 당근마켓 난리 난 '뜻밖의 품귀'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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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영화 '오디세이' 열풍에 초판본 100만 원대 거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흥행몰이를 이어가면서 호메로스의 원작 '오디세이아'를 비롯한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서적이 덩달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학습만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절판본을 다시 구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중고 거래 시장에서는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개봉 4주 만에 세계 흥행 4위… 국내서도 돌풍
지난 5일 국내 개봉한 '오디세이'는 개봉 첫날 예매율 47.1%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예매 관객 수만 56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개봉 나흘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고, 이후로도 관객 수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17일 미국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개봉 첫 주말에만 2억 6000만 달러가 넘는 흥행 수입을 올렸고, 전 세계 누적 흥행 수익은 10억 1800만 달러를 넘어서며 올해 개봉작 가운데 흥행 순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약 3000년 전 쓰인 호메로스의 대서사시를 원작으로 삼아,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가 20년 만에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서점가도 '오디세이 특수'… 관련 도서 판매 600% 육박
영화 흥행은 곧바로 서점가로 번졌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제목에 '오디세이(오디세이아·오뒷세이아 등 포함)'가 들어간 도서의 판매량은 개봉 시점이 다가올수록 가파르게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 판매 증가율은 올해 1월 55.3%, 3월 52.9%, 4월 87.5%를 기록한 데 이어 5월 194.0%, 6월 291.7%로 확대됐고, 개봉이 임박한 7월에는 595.5%까지 치솟았다. 예스24의 8월 2주 종합 베스트셀러에서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2위에 오르는 등 관련 도서 5권이 종합 20위권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개봉 2주 차(8월 6~12일) 판매량은 1주 차 대비 최대 389.8% 늘어난 도서도 있었다. 구매자 연령대는 40대와 50대가 가장 두꺼운 층을 이뤘고, 남녀 비중은 큰 차이가 없었다. 완역본은 물론 입문서와 해설서, 만화로 풀어낸 오디세이아까지 형태를 가리지 않고 고르게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릴 적 보던 그 만화 다시 찾는 3040… 초판 세트 100만원까지
원전과 해설서에 대한 관심을 넘어, 어린 시절 즐겨 읽던 학습만화를 다시 소장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리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영화 개봉 전후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2주간 '그리스 로마 신화' 도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0% 늘었고, 실제 거래량도 62% 증가했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 서사를 다룬 원전 '일리아스'의 검색량은 같은 기간 1183% 급증하며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절판된 초판 시리즈에 붙는 가격이다. 당근 바로배송 상품 가운데 희귀 초판인 1~17권 세트가 85만 원에 거래됐고, 번개장터에서는 20권 전권 세트가 100만 원에 매물로 올라오기도 했다. 번개장터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상품이 277개, 중고나라에는 462개가 등록돼 있으며 중고나라 최고가 매물은 95만 원에 전권을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리즈는 본편 20권과 특별판 5권을 더해 총 25권으로 완결됐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높은 것은 홍은영 작가가 그린 초기판이다. 시리즈 초반 1~18권을 맡았던 홍 작가는 작가와 출판사 사이의 인세 분쟁 이후 그림 작업에서 손을 떼면서 19권부터는 다른 작가로 교체됐고, 이 때문에 홍 작가가 그린 구판은 더 이상 새 책으로 구할 수 없는 절판 상태가 됐다. 어린 시절 홍 작가 특유의 그림체로 이 작품을 접했던 3040세대를 중심으로 완결판을 완성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중고 거래 게시글 상당수가 상품명이나 설명란에 '홍은영', '홍은영 작가'라는 표현을 앞세워 구매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실제로 이 시리즈는 2000년대 초 국내에서 1000만 부 넘게 팔리며 출판계 최고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작품이다. 그러나 판매 부수를 둘러싼 갈등 끝에 2004년 홍 작가가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정 공방 끝에 출판사 측이 미지급 인세에 이자를 더해 총 60억 원가량을 지급하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후 시리즈는 다른 작가의 그림으로 이어져 25권 완결본으로 재구성됐지만, 정작 홍 작가가 그린 초반 18권만큼은 서점에서 더 이상 새 책으로 만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옛 추억이 새 콘텐츠로 다시 소환되는 리커머스 특성"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콘텐츠 흥행이 단종·희귀 상품의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는 리커머스 시장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새로운 영화나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면 관련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이미 그 상품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판매자로 나서면서 개인이 보유한 물건이 곧바로 시장에 공급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단종되거나 절판돼 새 상품 시장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물건일수록 이 같은 재유통 효과가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당근 관계자는 "영화 개봉을 계기로 원전과 맞닿은 고전문학부터 신화와 인물을 친숙하게 풀어낸 만화까지 함께 찾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하나의 문화 콘텐츠에서 시작된 관심이 어린 시절의 독서 경험을 환기하고, 관련 도서를 가까운 동네에서 다시 발견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관계자 역시 "영화 개봉을 계기로 고전 원전과 신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영화와 책, 인문학을 함께 즐기며 작품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