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에도 터졌다…전 세계 26개국 ‘1위’ 휩쓴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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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에도 글로벌 1위, 정해인의 장르 확장 연기가 주인공
기억상실·첫사랑·액션의 결합, 26개국 정상을 점령하다
주연 배우를 둘러싼 가족사 논란으로 홍보 활동에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정상에 오르는 대반전을 만들어냈다.

정체는 정해인·하영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이다. 공개 첫 주 글로벌 TOP 10 비영어 TV쇼 부문 5위로 출발한 이 작품은 2주 차에 순위를 네 계단 끌어올리며 1위를 차지했다.
주연 배우들의 인터뷰가 취소되고 촬영을 마친 홍보 콘텐츠까지 공개되지 않는 악재가 발생했지만 작품을 향한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은 식지 않았다.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 공식에 액션과 누아르를 과감하게 섞은 장르적 재미, 정해인의 폭넓은 연기 변신이 입소문을 이끌었다.
공개 2주 만에 비영어 쇼 1위…750만 시청 수 기록
19일 넷플릭스 공식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런 엿같은 사랑’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75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비영어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시청 수는 전체 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눠 산출한다. 지난 7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이런 엿같은 사랑’은 첫 주 비영어 쇼 부문 5위로 출발했다. 공개 직후부터 흥행 가능성을 드러낸 데 이어 불과 일주일 만에 글로벌 정상까지 치고 올라갔다.

국가별 성적도 압도적이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대만, 필리핀, 브라질, 콜롬비아 등 총 26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홍콩과 일본,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 헝가리, 이탈리아를 포함한 전 세계 68개국에서는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단순히 한국이나 아시아권에서만 소비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유럽과 중남미까지 시청층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작품 외부에서 불거진 논란으로 정상적인 홍보 활동에 차질을 빚은 상황에서 거둔 성적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홍보 공백을 작품 자체의 힘과 출연 배우들의 연기, 시청자들의 입소문이 메운 셈이다. 공개 첫 주 5위에서 2주 차 1위로 순위가 수직 상승한 흐름도 작품을 향한 관심이 일회성 호기심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억상실·첫사랑·가짜 연애…‘아는 맛’ 제대로 살렸다

‘이런 엿같은 사랑’은 기억을 잃은 검사 고은새와 자신을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복싱 코치 장태하의 동거 생활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정해인과 하영을 중심으로 허성태 등이 출연한다.
조직을 떠나 새로운 인생을 살려고 했던 장태하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던 중 첫사랑 고은새와 예상치 못한 재회를 한다. 그러나 고은새는 폭력 조직을 추적하다 사고를 당해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은 상태다. 고은새의 원래 이름은 고지원이다. 엘리트 검사였던 그는 낯선 병원에서 깨어나지만 자신의 이름도, 과거도 기억하지 못한다. 장태하는 위기에 처한 고은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그의 남자친구라고 거짓말한다. 이후 고은새는 장태하를 따라 엿마을로 향하고, 두 사람은 한집에서 생활하며 점차 가까워진다.
기억상실과 첫사랑, 가짜 연애, 동거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여러 차례 활용된 익숙한 소재다. 작품은 이 공식을 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밀어붙인다. 시청자들이 예상하는 설렘과 달콤함을 충분히 제공하면서 거짓말 위에 세워진 관계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여기에 장태하의 과거와 그를 뒤쫓는 조직의 위협을 결합해 이야기의 폭을 넓혔다. 달콤한 동거 로맨스가 이어지다가도 추격과 격투가 등장하고, 순식간에 어두운 누아르 분위기로 전환된다. 로맨스만으로 긴 호흡을 끌고 가지 않고 코미디와 액션, 누아르를 빠르게 오가는 방식이 몰아보기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작품명도 공개 전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장한 감독은 ‘엿같다’는 표현이 지닌 강한 끌림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기억을 잃고 낯선 남자와 살게 된 고은새에게는 말 그대로 엿같은 상황이지만, 달콤하고 끈적한 엿은 두 사람의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거친 표현을 로맨스의 핵심 이미지로 뒤집은 제목이 작품의 성격을 압축한다.
로맨스부터 액션·누아르까지…정해인의 장르 확장
흥행 중심에는 ‘로맨스 장인’으로 불리는 정해인이 있다. 정해인은 달콤한 순애보와 코믹한 허당미는 물론 거친 액션과 서늘한 누아르 연기까지 한 작품 안에서 소화하며 장태하라는 인물을 완성했다.
장태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인물이다. 자칫 비현실적이거나 평면적인 캐릭터로 보일 수 있지만, 정해인은 눈빛과 호흡, 대사 사이의 여백을 활용해 인물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쌓아 올린다. 고은새를 바라볼 때는 오랜 시간 간직한 첫사랑의 애틋함을 드러내고,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날 위기에서는 불안과 죄책감을 동시에 표현한다. 사랑스러운 로맨틱 코미디 연기와 무거운 감정 연기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완급 조절이 장태하의 순애보에 힘을 실었다.

정해인의 진가는 액션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넷플릭스 ‘D.P.’와 영화 ‘베테랑2’ 등을 통해 쌓은 액션 경험을 바탕으로 고은새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장면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단순히 멋있게 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이 왜 물러설 수 없는지를 감정적으로 보여준다. 전 조직의 보스 백상길 역을 맡은 허성태와 맞서는 장면에서는 작품의 분위기가 단숨에 누아르로 바뀐다. 정해인은 살기를 띤 눈빛 안에 두려움과 분노, 미련이 뒤섞인 장태하의 내면을 담아내며 극의 무게중심을 잡았다.
김장한 감독은 캐스팅 단계부터 정해인을 장태하 역의 첫 번째 후보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해인의 올곧은 이미지가 장태하의 남성적인 매력과 어울리는 데다, 로맨틱 코미디에 필요한 어설프고 사랑스러운 모습까지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정해인은 익숙한 로맨스 연기에 머물지 않고 액션과 누아르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런 엿같은 사랑’이 여러 장르를 오가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은 배경에는 정해인의 안정적인 연기가 있었다.
하영 증조부 논란에 인터뷰 취소…흥행은 계속됐다

작품이 글로벌 흥행 가도를 달리는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주연 배우 하영이 방송에서 언급한 가족사를 계기로 증조부 안상호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하영은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아버지와 할아버지, 증조부가 의사였고 언니도 내과 의사라며 자신의 집안을 ‘4대째 의사 가문’이라고 소개했다. 증조부에 대해서는 고종 황제를 진료했고 한양에서 처음 양의원을 개원한 의사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하영의 증조부가 의사 안상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거 행적에 대한 검증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안상호가 1916년 친일 성격의 단체인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이 확인되며 논란이 확산했다. 초기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하영 측은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 관련 내용을 부인했지만, 이후 자료를 확인한 뒤 입장을 정정했다. 충분한 확인 없이 의혹을 일축했다는 비판까지 이어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하영은 결국 지난 12일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그는 가족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만으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으며,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가족의 자랑처럼 언급해 왔다고 반성했다. 관련 자료를 직접 살펴보는 과정에서 과거 행적을 확인했다며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논란의 여파로 정해인과 하영의 매체 인터뷰가 취소됐고, 이미 촬영을 마친 일부 홍보 콘텐츠도 공개되지 않았다. 작품 공개 직후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야 할 시기에 주연 배우들이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작품을 둘러싼 악재와 별개로 글로벌 흥행은 계속됐다. ‘이런 엿같은 사랑’은 첫 주 5위에서 2주 차 1위로 뛰어올랐고, 26개국 정상과 68개국 TOP 10 진입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주연 배우 가족사 논란과 홍보 공백마저 뚫어낸 이번 성적은 콘텐츠를 향한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강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상을 차지한 ‘이런 엿같은 사랑’이 남은 공개 기간에도 흥행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