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토드 “비트코인 2100만개 상한 넘어설 수도”…채굴 보상 고갈 경고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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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토드, 비트코인 2100만개 상한 논쟁 재점화
채굴 수수료 0.5%대 그치자 “테일 이미션” 대안 제시, 커뮤니티 반발

피터 토드 “비트코인 2100만개 상한 넘어설 수도”…채굴 보상 고갈 경고 재점화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피터 토드 “비트코인 2100만개 상한 넘어설 수도”…채굴 보상 고갈 경고 재점화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스스로를 “비트코인 사상가”라 칭하는 초기 비트코인 개발자 피터 토드(Peter Todd)가 비트코인의 2100만개 발행 상한을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그는 7월 23일(현지시각) 토론토에서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 비트코인++(Bitcoin++)에서 “테일 이미션과 디머리지(Tail Emissions and Demurrage)”라는 강연을 했고, 비트코인++는 이 강연 녹화본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일부를 잘라낸 클립이 8월 16일(현지시각) 퍼지면서 논쟁이 재점화됐다. 해당 클립은 토드가 발행 상한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것처럼 소개했지만, 토드는 즉각적인 상한 변경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크립토슬레이트(CryptoSlate)는 전했다. 그는 이를 장기적 설계 문제로 제시했으며, 구체적인 비트코인 개선안(BIP)이나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 코드 수정안, 활성화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왜 지금 다시 “2100만개” 논쟁인가

비트코인은 최근 채굴량 2000만개를 넘어섰다. 그리스 매체 뱅킹뉴스(bankingnews.gr)에 따르면 발행 한도인 2100만개까지 남은 물량은 약 100만개다. 현재 채굴자들은 블록당 3.125 BTC를 보상으로 받는다. 이 보상은 약 21만 블록, 대략 4년마다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거치며 앞으로 약 30번의 반감기를 더 지나 2140년쯤 마지막 사토시가 채굴될 것으로 전망된다.

토드는 이 시점 이후 채굴자가 오로지 거래 수수료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그는 강연에서 비트코인이 보조금 중심 보안 체계에서 수수료 중심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비트코인 규모의 네트워크가 수수료만으로 충분한 보안을 확보한 선례는 아직 없다고 강조했다.

토드가 제시한 대안, 테일 이미션과 디머리지 / AI 생성 이미지
토드가 제시한 대안, 테일 이미션과 디머리지 / AI 생성 이미지

토드가 제시한 대안, 테일 이미션과 디머리지

토드가 제시한 해법은 ‘테일 이미션(tail emission)’이다. 현재 발행 일정이 끝난 뒤에도 매 블록마다 소량의 새 비트코인을 영구적으로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총 발행량은 2100만개를 넘어서게 된다. 그는 연 1% 수준의 발행률은 과도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보다 낮은 발행률이라면 비트코인의 평소 가격 변동성에 비해 경제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면서도, 채굴자가 체인을 연장할 유인을 계속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드가 이런 주장을 펴는 이유 중 하나는 수수료 수익의 불균형이다. 크라우드펀드인사이더(Crowdfund Insider)에 따르면 그는 특정 블록에 수수료가 몰리면 대형 채굴자가 체인을 그대로 연장하기보다 수수료가 큰 최근 블록을 재구성하는 쪽이 더 유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정한 테일 이미션이 있으면 채굴자에게 안정적인 기본 수익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토드는 또 다른 근거로 ‘분실된 비트코인’을 든다. 개인키 분실이나 하드웨어 손상, 상속 처리 미비 등으로 비트코인은 꾸준히 유통량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는 적절히 설계한 발행률이 이 손실률과 맞아떨어지면 유통 공급량이 무한히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안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래 잠들어 있는 코인에 수수료를 매겨 그 재원을 네트워크 보안에 쓰는 ‘디머리지(demurrage)’ 개념도 함께 제시했다. 뱅킹뉴스는 모네로(Monero)가 이미 유사한 테일 이미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수수료 시장의 현황을 보면 토드의 우려가 근거 없지 않다. 크립토슬레이트 보도에 따르면 4월 8일(현지시각) 기준 채굴자들은 하루 수수료로 2.443 BTC를 거뒀는데, 같은 날 하루 채굴 보조금은 약 450 BTC에 달했다. 수수료는 보조금과 수수료를 합친 금액의 약 0.54%에 불과했다. 다만 이는 특정 시점의 단면일 뿐, 보조금이 계속 줄어드는 미래에 수수료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커뮤니티는 왜 강하게 반발했나

토드의 주장이 퍼지자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유력 인사들이 잇따라 반박에 나섰다. 이들의 반응은 개인 견해일 뿐 커뮤니티 전체의 대표적 의견은 아니라고 크립토슬레이트는 짚었다.

댄 헬드(Dan Held)는 테일 이미션 아이디어를 “나쁘다”고 평가하며 2019년 자신이 쓴 글을 함께 링크했다. 그는 화폐 시스템이 예측 가능하게 유지될 것이란 시장 참여자의 기대를 통해 신뢰를 전달한다고 주장해왔다. 정확한 상한선 수치보다 그 규칙이 상황이 불편해져도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확신 자체가 중요하다는 논리다.

자코모 주코(Giacomo Zucco)는 다소 결이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는 X(옛 트위터)에 낮은 수준의 테일 이미션 자체가 비트코인을 파괴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미 확립된 경제적 근간을 임의로 바꾸는 행위는 비트코인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드는 주코가 낮은 발행률에 대해 양보한 부분을 두고 향후 발표 자료에 인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규칙 변경 자체에 대한 주코의 더 큰 경고에는 동의를 표하지 않았다. 또 다른 유력 인사 호들노트(Hodlonaut)는 비트코인의 정신과 문화가 점진적으로 침식되면 발행 상한을 지켜내는 사회적 방어선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록스트림(Blockstream) 대표 애덤 백(Adam Back)의 반박은 더 직접적이다. 그는 “2100만개를 건드리지 말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이런 변경을 지지하는 쪽이 정보가 부족한 사용자를 위험한 방향으로 끌어들이려 단순화한 서사를 만들어낸다고 비판했다. 뱅킹뉴스는 애덤 백이 이 논쟁을 최근 논란이 됐던 BIP-110 제안 사례에 비유했다고 전했다. 블록 내 특정 비결제 데이터를 제한하려던 BIP-110은 필요 지지율 55%에 크게 못 미치는 약 2.53%의 채굴자 지지만 얻는 데 그쳤다. 크라우드펀드인사이더에 따르면 애덤 백은 비트코인의 공급 규칙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데 합의를 이루는 일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를 강조했다.

실현 가능성은 낮다…토드도 인정한 하드포크 위험

토드 본인도 이 구상을 실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2022년 공개 AMA에서 그는 수수료 의존 체제로의 전환을 어떤 작업증명(PoW) 화폐도 겪어보지 못한 중대한 상태 변화라고 설명하면서, 발행 상한을 높여 테일 이미션을 추가하려면 매우 파괴적인 하드포크가 필요하고 이는 해결하려는 문제보다 더 큰 해악을 낳을 수 있다고 스스로 지적했다.

실제로 발행 규칙을 바꾸려면 하드포크가 불가피하다. 뱅킹뉴스에 따르면 사용자와 개발자, 기업, 플랫폼, 채굴자 모두가 새 규칙과 기존 비트코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 결과로 나온 체인이 ‘비트코인’이라는 이름이나 지금과 같은 시장 가치를 유지할 것이란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

비트코인 코어의 메인넷 파라미터는 여전히 21만 블록 반감기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개발자가 대안 코드를 공개할 수는 있지만, 기존 노드가 새 발행 규칙을 받아들이게 강제할 수는 없다. 결국 네트워크 참여자 각자가 새 규칙을 적용한 소프트웨어를 선택해야만 변화가 성립한다. 크라우드펀드인사이더는 토드 스스로도 하드포크 방식의 변경이 가까운 미래에 폭넓게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2140년까지는 아직 한 세기 넘게 남아있다. 앞으로 이어질 반감기와 수수료 시장의 실제 성과, 코인 보관 기술의 발전이 테일 이미션 논의를 이론에 그칠지 현실적 과제로 부상시킬지를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지금까지 커뮤니티의 압도적 반응은 기존 통화정책에 대한 강한 애착을 재확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