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물폭탄에 여행 취소했더니…“우리 펜션은 괜찮다” 환불 거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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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침수·산사태 위험도 천재지변? 여행 취소 환불 기준 알아보기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경남 거제에서 여행객들의 숙박 예약 취소와 환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숙소 자체에 피해가 없더라도 이동 과정에서 침수나 도로 통제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여행객의 취소 요구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최근 거제의 한 펜션을 예약한 이용객들이 호우를 이유로 숙박 취소를 요청했지만 환불 문제로 펜션 측과 갈등을 빚었다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다만 현재 공개된 내용은 이용객들이 올린 게시물을 중심으로 알려진 것이어서 해당 펜션의 구체적인 약관과 실제 환불 처리 과정, 펜션 측의 전체적인 입장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온라인에 공개된 주장만으로 특정 업체의 책임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록적인 폭우 속 “숙소가 멀쩡하면 갈 수 있다?”

논란이 된 시점에는 거제 지역에 실제로 매우 강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거제에서는 1시간 최대 116.8㎜의 강수가 관측됐고, 이틀간 누적 강수량이 809.8㎜에 달하는 등 극심한 호우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객 입장에서는 단순히 숙소 건물에 물이 들어갔는지만으로 여행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숙박시설까지 이동하는 도로가 침수될 수 있고, 산지나 비탈면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거나 주요 도로가 통제될 가능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

실제 온라인에 공개된 한 이용객 A 씨의 사례도 이 같은 문제에서 출발했다. A 씨는 18일 거제 여행을 앞두고 호우가 심각해지자 예약한 펜션에 취소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 씨에 따르면 펜션 측은 “거제도가 전부 물난리가 난 것은 아니다”, “우리 펜션은 멀쩡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A 씨가 당일 상황이 악화될 경우 숙소 측에서 먼저 연락하는 것인지 물었지만, 예약 취소를 원하면 고객이 직접 전화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A 씨는 “펜션이 무너져야 천재지변이냐”는 취지로 반문하며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한 상황에서 여행객이 안전을 이유로 예약을 취소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펜션 측은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기상 상황을 SNS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며, 현지에 있는 자신들의 판단을 믿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도로 통제가 없었고 거가대교 역시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도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용객은 예약한 숙박시설에 취소를 요청했지만 환불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이용객은 “숙소까지 갈 수는 있겠지만 차가 침수되거나 사람이 다치는 상황까지 감수하면서 가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취지로 불만을 나타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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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때 숙박 예약 취소, 무조건 전액 환불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가 많이 온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숙박 예약이 자동으로 전액 환불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숙박시설 예약 취소에 따른 환급 여부는 계약 내용과 취소 시점, 사업자의 귀책사유 여부, 실제 숙박시설 이용이 가능한지, 천재지변 등으로 이동이나 시설 이용이 객관적으로 어려워졌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숙박업 소비자분쟁해결기준도 성수기와 비수기, 주중과 주말 등에 따라 소비자의 책임으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환급 기준을 달리 두고 있다. 성수기 주중의 경우 사용 예정일과 얼마나 가까운 시점에 취소했는지에 따라 계약금 환급부터 총요금의 일정 비율을 공제한 환급까지 기준이 달라진다.

따라서 단순히 여행객이 마음을 바꿔 숙박을 취소하는 경우와 폭우로 정상적인 여행이나 숙박이 사실상 어려워진 경우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특히 숙소 측의 귀책사유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는 소비자 책임으로 취소하는 경우보다 더 높은 수준의 배상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결국 예약 당시 확인한 취소·환불 약관과 실제 기상 및 현지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

실제 숙박시설마다 자체적인 환불 기준을 별도로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펜션은 숙박일을 기준으로 며칠 전에 취소했는지에 따라 환불률을 달리하고, 당일 취소나 노쇼는 환불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여행객이 “폭우니까 무조건 전액 환불”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고, 반대로 숙소가 침수되지 않았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환불할 수 없다”고 단정하는 것 역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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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은 숙소 건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숙박 예약에서 기상악화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숙소 자체의 상태와 여행객의 이동 가능 여부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펜션 건물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더라도 진입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접근할 수 없거나, 주변 도로가 통제되거나, 산사태 위험으로 이동 자체가 위험해진다면 숙박시설을 정상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폭우가 내렸더라도 숙박시설과 진입도로가 정상적으로 이용 가능하고 별도의 통제나 대피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다면, 여행객 개인의 불안감만으로 사업자에게 반드시 전액 환불 의무가 발생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결국 핵심은 ‘비가 많이 왔느냐’ 하나가 아니라 예약한 숙소를 실제로 이용할 수 있었는지,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어려웠는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통제·대피 조치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데 있다.

일부 지자체 시설의 경우에는 기상청의 호우특보 등이 발령되고 이동수단 이용이 불가능하거나 시설 사용이 어려운 경우 숙박 당일에도 계약금을 환급하도록 조례로 정해 놓은 사례가 있다. 다만 이는 해당 시설의 운영 규정이므로 민간 펜션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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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도 예약 취소 전 확인할 것 많아

폭우를 이유로 여행을 취소하려는 소비자라면 우선 예약한 숙박시설의 환불 규정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약 플랫폼을 통해 결제했다면 해당 플랫폼의 취소 조건과 숙박업체가 별도로 고지한 조건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후 기상특보, 도로 통제, 대중교통 운행 중단, 지자체의 재난문자 등 객관적인 상황을 확인하고 숙소 측과 연락하는 것이 좋다.

특히 전화 통화만으로 끝내기보다 취소 요청 시점과 숙소 측의 답변을 문자나 메신저 등으로 남겨두면 이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당시 상황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약자가 단순 변심이 아니라 기상악화와 이동 제한 등을 이유로 취소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숙소가 위치한 지역의 상황과 예약자가 출발하는 지역의 상황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동 경로에서 발생한 위험까지 함께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업자와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을 확인한 뒤 관련 상담이나 피해구제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이번 거제 펜션 논란 역시 결국 ‘숙소가 멀쩡하냐, 아니냐’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여행객에게는 숙소까지 안전하게 이동해 정상적으로 머물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사업자에게는 예약 취소에 따른 손실과 계약 조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록적인 호우가 발생한 상황에서는 숙박업체와 이용객 모두 객관적인 재난 상황과 계약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에 올라온 개별 사례만으로 어느 한쪽의 책임을 단정하기보다는 실제 예약 약관과 당시 현지 통제 상황, 이동 가능 여부 등을 확인해야 정확한 환불 책임을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