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야 부침개야… 비주얼 호불호 딛고 서울 2030 사로잡은 일본 요리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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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서민 간식에서 서울 핫플레이스로, 몬자야키의 변신
그동안 한국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들었던 도쿄 음식이 있다. 바로 몬자야키다. 걸쭉하게 퍼진 모양새 탓에 첫인상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기로 유명하지만, 최근 들어 서울 곳곳에서 하나둘 문을 열며 슬금슬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코노미야키와 재료는 비슷, 조리법은 완전히 달라
몬자야키는 양배추와 해산물, 치즈 등을 밀가루 반죽에 넣고 철판에 구워 먹는다는 점에서 언뜻 오코노미야키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조리법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오코노미야키가 재료와 반죽을 처음부터 한데 섞어 두툼한 팬케이크 모양으로 부쳐낸다면, 몬자야키는 순서 자체가 거꾸로다. 양배추와 각종 건더기를 먼저 철판에 올려 볶고, 그 재료들을 도넛처럼 둥글게 쌓아 가운데 빈 공간을 만든다. 이 구멍 안에 묽게 갠 밀가루 반죽을 부은 뒤, 주변 건더기와 재빨리 섞어가며 익히는 게 몬자야키만의 조리법이다.
반죽 자체도 오코노미야키보다 훨씬 묽다. 물을 많이 섞다 보니 다 익어도 반죽이 단단하게 굳지 않고, 짭조름한 크림스프에 가까운 질감으로 철판 위에 눌어붙은 채 남는다. 그래서 젓가락이 아니라 '테코'라고 부르는 작은 전용 주걱으로 철판을 긁듯 조금씩 떠먹는 게 몬자야키를 즐기는 방식이다. 낯선 사람에게는 다소 투박하고 걸쭉한 비주얼 때문에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짭짤하면서도 바삭하게 눌어붙은 부분과 촉촉한 부분이 함께 어우러지는 독특한 식감에 빠져드는 이들이 많다.
토핑 구성도 오코노미야키 못지않게 다양하다. 기본이 되는 양배추와 다진 생강 외에 문어와 새우, 오징어 같은 해산물부터 명란, 치즈, 떡, 돼지고기, 국수 사리까지 취향에 맞춰 골라 넣을 수 있다. 반죽에 쓰는 육수를 진하게 우려내는 데 공을 들이는 가게도 많은데, 닭과 여러 채소를 며칠씩 끓여 육수를 낸 뒤 그 위에 명란을 얹어 완성하는 몬자야키를 대표 메뉴로 내세우는 식당도 있다. 재료를 조합하는 방식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단골들 사이에서는 자신만의 조합을 찾아가는 재미도 몬자야키를 즐기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처음 방문하는 손님을 위해 메뉴판에 조리 과정을 사진으로 단계별로 안내해 놓은 가게도 많아, 만드는 법을 모르더라도 순서를 따라가며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아이들 놀이 간식에서 도쿄 대표 소울푸드로
몬자야키의 기원은 에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도쿄 주오구의 쓰키시마 지역에 있던 다가시야, 그러니까 값싼 막과자를 팔던 동네 과자 가게에서 아이들이 밀가루 반죽을 철판에 붓고 손가락이나 주걱으로 글자와 그림을 그리며 놀듯이 구워 먹던 간식이 그 시작이었다. 반죽으로 글자(文字)를 쓰며 놀았다고 해서 이름도 '몬자'가 됐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발상지인 쓰키시마는 1892년 매립을 통해 만들어진 인공섬으로, 지금은 옛 도쿄 서민 동네 특유의 정겨운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곳 니시나카도오리 상점가를 중심으로 몬자야키 전문점이 빼곡히 들어선 골목이 형성됐고, 이 골목에는 아예 '몬자 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500미터 남짓한 거리에 몬자야키 전문점만 80곳 가까이 모여 있을 정도이니, 아이들 군것질거리로 시작된 음식이 어느새 도쿄를 대표하는 지역 명물이자 소울푸드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다다미가 깔린 좌식 자리부터 개인실을 갖춘 곳, 이자카야처럼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까지 저마다 개성이 다른 가게들이 한데 모여 있어, 여행객 입장에서는 어느 가게를 고를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도쿄와 오사카 주민들이 만나면 몬자야키와 오코노미야키 중 어느 쪽이 더 맛있는지를 두고 열띤 설전을 벌인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몬자야키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도쿄 사람들의 자부심으로도 통한다.
서울에서도 하나둘 문 여는 몬자야키 전문점
이런 몬자야키가 최근 서울에서도 조금씩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신촌에서는 오코노미야키와 몬자야키를 함께 선보이는 이자카야가 입소문을 타면서, 흔치 않은 음식을 현지 느낌 그대로 맛볼 수 있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몬자야키 전문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등장해 강남과 연남, 성수 등 서울 주요 상권으로 매장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강남에 문을 연 데 이어 올해 들어 연남과 성수로 잇달아 매장을 늘렸고, 종로 쪽에도 새 매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일본 여행을 가야만 맛볼 수 있던 음식이었던 만큼, 서울 시내에서 몬자야키 간판을 마주치는 일이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일본 현지 여행에서 몬자야키를 접해본 이들이 늘어난 것도 서울 상륙을 앞당긴 배경으로 꼽힌다. 엔저 흐름이 이어지면서 도쿄를 찾는 한국인 여행객이 크게 늘었고, 그 과정에서 오사카의 오코노미야키만큼이나 몬자야키를 맛본 뒤 그 매력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여행에서 맛본 현지 음식을 국내에서도 다시 즐기고 싶어 하는 수요가 늘면서, 몬자야키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지역 음식이 서울 상권에 하나둘 자리 잡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몬자야키의 매력은 비주얼만 놓고 보면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재료를 볶고, 반죽을 부어 섞고, 눌어붙은 부분을 긁어 먹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오코노미야키와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테이블마다 놓인 철판에서 직접 재료를 볶고 반죽을 섞는 과정을 함께하다 보면, 자연스레 대화가 늘어나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진다는 점 역시 몬자야키가 데이트나 모임 자리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로 꼽힌다. 도쿄에서만 맛볼 수 있던 색다른 먹거리를 이제 서울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 만큼, 이색적인 미식 경험을 찾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 몬자야키를 취급하는 곳이 많지 않은 만큼, 재료 수급이나 반죽 배합 같은 세부 조리법은 가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편이다. 일본 현지 맛을 최대한 재현하려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한국인 입맛에 맞춰 자극적인 소스나 매운맛을 더한 변형 메뉴를 함께 선보이는 곳도 있다. 아직은 생소한 이름 탓에 선뜻 도전하기 망설여진다는 반응도 있지만, 한번 맛본 이들 사이에서는 눌어붙은 부분을 긁어 먹는 재미와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자꾸 생각난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