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줄 알았는데…한국, 또 긴장해야 할 ‘날씨 전망’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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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평양 태풍과 고수온, 시간당 100㎜ 극한호우 재현 가능성
복구 중인 남해안, 추가 폭우로 산사태·침수 피해 우려

남해안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가 잦아들자 다시 무더위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우산 대신 옷으로 비를 피하는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 뉴스1
우산 대신 옷으로 비를 피하는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 뉴스1

서태평양에서 태풍이 잇따라 만들어지는 데다 한반도 주변 바다의 높은 수온으로 대기에 막대한 수증기가 공급되면서, 남은 여름에도 시간당 100㎜를 넘는 극한호우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당장 전국 곳곳에는 폭염과 소나기가 동시에 나타나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진다. 피해 지역에서는 응급 복구가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복구 단계에 들어가기까지 한 달 이상 걸릴 수 있어 추가 호우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거제 944㎜·통영 765.7㎜…관측 기록 갈아치운 폭우

18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이날 오전 6시 30분까지 누적 강수량은 거제 944㎜, 통영 765.7㎜로 집계됐다. 고성 학림에는 496㎜, 사천 선구동에는 474.5㎜, 남해 상죽에는 411.5㎜가 내리는 등 경남 남해안에 비가 집중됐다.

지난 17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도로가 극한 호우로 침수돼 아수라장을 방불케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17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도로가 극한 호우로 침수돼 아수라장을 방불케하고 있다 / 뉴스1

짧은 시간에 쏟아진 비의 강도도 기록적이었다. 거제에서는 17일 한때 1시간 동안 124.5㎜, 통영에서는 97.4㎜의 폭우가 쏟아졌다. 두 지역 모두 관측 이래 1시간 최다강수량 기록을 새로 썼다. 기상청은 거제와 통영에 내린 비를 각각 200년과 1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의 현상으로 분석했다.

피해도 컸다. 경남에서는 산사태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거제 옥포동에서는 17일 오전 4시 42분께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아파트 1층을 덮쳤다. 이 사고로 20대 남성이 숨지고 50대 여성 등 2명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 날 통영 산양읍 곤리도에서도 산사태로 매몰된 60대 여성이 약 1시간 30분 만에 구조됐다.

거제와 통영에서는 274세대 498명이 주민자치센터와 학교, 경로당, 사회복지관 등으로 대피했다. 이 가운데 145세대 245명은 18일 오전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임시시설에 머물렀다.

비 그치자 다시 폭염…소나기까지 겹친다

남해안의 거센 빗줄기는 약해졌지만 이번에는 무더위가 다시 찾아왔다. 기상청은 18일 오전 10시를 기해 서울과 경기 동부, 대전, 대구 등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비가 그친 뒤 대기 중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낮 기온까지 오르면서 최고체감온도는 33℃ 안팎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번 무더위는 절기상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인 23일을 지나 이달 하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소나기도 내린다. 경상권에는 최대 60㎜, 충청권에는 20~30㎜, 수도권에는 20㎜ 안팎의 비가 예상된다. 소나기가 내리는 동안 돌풍이 불거나 천둥·번개가 치는 곳도 있겠다.

좁은 지역에 강한 비가 집중되는 소나기의 특성상 같은 시·군 안에서도 강수량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비가 내릴 때 기온은 일시적으로 내려가겠지만, 비가 그친 뒤에는 높은 습도로 인해 다시 후텁지근해질 것으로 보인다.

왜 거제에 비구름이 갇혔나

지난 17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아파트 주변으로 쏟아져 있다 / 뉴스1
지난 17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아파트 주변으로 쏟아져 있다 / 뉴스1

기상청은 남해안에 재난성 호우가 집중된 원인을 한반도 주변의 기압 배치와 거제의 지형적 특성에서 찾았다.

당시 우리나라 동쪽에서는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했다. 남해안에 비를 뿌리던 저기압은 이 고기압에 가로막혀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장시간 같은 지역에 머물렀다. 여기에 남쪽 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됐다.

높은 산이 많은 거제의 지형도 비구름을 강화했다. 남쪽에서 들어온 수증기가 산지와 부딪히며 상승했고, 이 과정에서 강력한 비구름이 연속적으로 발달했다. 저기압의 이동 정체와 풍부한 수증기, 지형 효과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특정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

특히 시간당 124.5㎜는 배수시설이 감당하기 어려운 강도다. 짧은 시간에 불어난 물이 도로와 주택으로 밀려들고, 많은 비를 머금은 경사면이 무너지면서 침수와 산사태 피해가 동시에 발생했다.

시간당 100㎜ 폭우, 남은 여름 또 올 수 있다

시민들이 강한 빗줄기 속 퇴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 뉴스1
시민들이 강한 빗줄기 속 퇴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 뉴스1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이번과 같은 극한호우가 남은 여름에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YTN 보도에 따르면, 현재 서태평양은 태풍이 잇따라 발생할 수 있는 시기다. 이달 말부터 9월 사이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면 태풍이 한반도 쪽으로 북상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태풍이 직접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태풍이 약화한 뒤 남긴 저기압이나 다량의 수증기가 다른 기압계와 맞물리면 특정 지역에 폭우를 쏟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태풍과 무관한 일반 저기압도 주변에 수증기가 충분하고 대기가 불안정하면 시간당 100㎜가 넘는 재난성 호우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주변 바다의 높은 수온 역시 변수다. 바다에서 대기로 공급되는 수증기가 많아지면 예상보다 강한 비구름이 만들어질 여지가 커진다. 폭염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극한호우가 쏟아지는 급격한 날씨 변화가 남은 여름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18일 극한 호우로 발생한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토사에 묻힌 차량을 빼내기 위해 흙을 파고 있다 / 뉴스1
18일 극한 호우로 발생한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토사에 묻힌 차량을 빼내기 위해 흙을 파고 있다 / 뉴스1

복구가 끝나지 않은 거제와 통영에는 더욱 부담스러운 전망이다. 경남도는 18일 오전 기준 도로와 하천, 상하수도 등을 중심으로 124건의 재산 피해를 잠정 집계했다. 전날 응급 복구에는 인력 3089명과 장비 259대가 투입됐다.

그러나 피해 조사와 복구 금액 확정, 예산 마련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본격적인 복구에 돌입하기까지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다시 강한 비가 내리면 산사태와 토사 유출, 시설물 붕괴 등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호우특보가 해제됐다고 위험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남은 여름에는 기상정보와 재난문자를 수시로 확인하고, 강한 비가 예보될 경우 지하공간이나 하천 주변, 산비탈과 옹벽 인근에는 접근하지 않는 등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