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놓고 북한 김정은 띄우고 이 대통령 비판... 미국 언론마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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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동맹 쉽게 저버리는 최근 사례” 지적
트럼프 대북 유화 및 한국 압박에 우려 확산

주요 외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유화 및 동맹 압박 행보에 일제히 우려를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한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대화 요청에 화답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AFP, 로이터, AP,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적대국 지도자에게 다가서면서 동맹인 한국을 몰아세우는 모습을 두고 "미국이 우방을 얼마나 쉽게 저버리는지 보여주는 가장 최근 사례"라고 비판적으로 짚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7월 7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튀르키예 대통령 내외 주최 공식 환영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 뉴스1 (공동취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7월 7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튀르키예 대통령 내외 주최 공식 환영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 뉴스1 (공동취재)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왜 김 위원장이 대화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가 응답하지 않았다는 걸 당신은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응답이 있었느냐는 거듭된 물음에는 잠시 뜸을 들인 뒤 "그렇다. 그가 응답했다"고 답했다. 대화가 어느 단계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긍정적"이라고만 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밝혔다고 전하면서도 백악관이 추가 설명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AFP와 로이터도 같은 발언을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해 "늘 나를 대단히 존중해왔다. 나는 그를 이해하고 그도 나를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향한 호평을 이어갔다. 그는 "보다시피 나는 상황을 훨씬 더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며 자신과 김 위원장의 친분이 핵무장국 북한과의 긴장을 낮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두 사람의 관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주요 화두였고 서신도 오갔지만, 두 번째 임기 들어 그 비중이 줄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이 대통령과 최근 통화에서 이란 관련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언급하며 "잠깐만. 우리는 3만9000명의 병력을 주둔시켜 이웃인 김 위원장으로부터 당신들을 지키고 있는데, 이란에서의 아주 쉬운 군사 작전은 돕지 않겠다는 것이냐. 이상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3만9000명은 실제 주한미군 규모인 약 2만8500명을 잘못 말한 것이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까지 함께 거론하며 "우리를 도우러 나서지 않는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앞선 16일 밤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앞세워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에 ‘전혀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같은 글에서 그는 한국이 이란 비핵화 동참 요청에 "사양하겠다(No thanks)"고 답했다고 적었다.

그러자 즉각 파문이 일었다. AFP는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의 발언을 전했다. 리드 간사는 축소 지시를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혼란스러운 행정부가 내린 또 하나의 무분별하고 즉흥적인 결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 대통령이 얼마나 쉽게 미국의 동맹을 저버리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AFP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동맹 비판이 동아시아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에 의문을 드리웠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축소 지시를 "이전 행정부들이 적대국으로 규정했던 나라의 지도자를 선호하며 우방에 등을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 사례"라고 평가했다. AP는 이번 조치가 최근 몇 달간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대하던 시각에서 급격히 선회한 것이라고 짚었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 지원 부족을 이유로 NATO 동맹국들에도 비난을 퍼부어 왔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축소 지시가 미국이 이란 전쟁으로 막대한 혼란과 자원 소모를 겪는 상황에서,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과연 무엇을 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아시아 동맹국들의 우려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결정이 "한국과의 긴장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일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이 무역 협상에서 3500억 달러 투자에 합의한 뒤에도 구체적인 투자 프로젝트를 더 신속히 제안하지 않은 데 답답함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축소 지시가 한반도와 일본 등 인근 우방의 유사시 대응 능력을 실질적으로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훈련 비용을 언급하며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고 싶지 않다고 밝힌 점, 한국이 이란 문제를 돕지 않은 것을 비판한 점을 함께 부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발표가 이란 전쟁 6개월째에 나왔으며, 일부 미국 관리들이 국방 예산 부족과 극심한 군수 부족을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CBS는 "이란 비핵화 지원 거부 후 한국과의 군사훈련 축소 지시"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도 연합훈련을 도발적이라고 부르며 깜짝 발표를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김 위원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합성 사진도 올렸다.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전화기를 들고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모습이 덧씌워졌다.

축소 대상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은 17일 예정대로 시작됐다. 11일간 진행되는 이번 훈련에는 한국군 1만8000명이 참여한다. 한국 국방부는 훈련이 예정대로 개시됐다고 밝혔고, 대통령실은 워싱턴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두 정상의 개인적 친분이 대화 재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미연합사령부의 라이언 도널드 대변인은 이번 훈련이 우크라이나 전선 파병으로 단련된 북한군과의 전투 상황을 상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