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오랜 가뭄 끝 '물폭탄' 변한 연휴… 거제·통영 산사태로 사망·침수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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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통영서 산사태로 매몰·사망… 부산·울산·전남·제주서도 침수 피해 속출
가뭄을 해갈해 줄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비가 연휴 기간 폭우로 바뀌어 쏟아지면서 남부지방과 제주 전역에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남겼다. 경남 거제와 통영 등 남해안 지역에서는 산사태가 속출해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부산, 울산, 전남, 제주 등지에서도 침수와 강풍으로 인한 사고 및 도로 통제, 대피 소동이 잇따랐다.

17일 기상당국에 따르면 광복절 연휴 3일 동안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700㎜가 넘는 막대한 양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특히 거제 지역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누적 강수량이 851.1㎜에 달하는 기습 폭우를 기록했다. 거제에는 17일 0시부터 단 6시간 만에 508.8㎜의 비가 몰아쳐 피해 규모를 급격히 키웠다.
경남 거제·통영 산사태에 아파트 덮쳐… 1명 사망·부상자 발생 및 대피령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가장 중대한 피해는 경남 남해안 일대에서 발생했다. 거제시 옥포동에서는 17일 오전 4시 42분쯤 아파트 인근 산에서 대규모 토사가 쏟아져 내리는 산사태가 발생해 아파트 1층을 덮쳤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구조대는 현장에 인력 170여 명과 장비 62대를 긴급 투입해 수색 및 구조 작업을 벌였다. 매몰된 1층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의 1명을 포함해 총 4명이 구출됐으나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20대 1명은 병원에서 끝내 숨졌다. 함께 구조된 주민 중 50대 여성 1명은 왼팔 골절상을 입는 등 2명이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추가 산사태 및 2차 피해 우려가 커지자 소방당국은 오전 7시 해당 아파트 2개 동 150세대에 긴급 대피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오후 1시께 1개 동에 대해 추가 대피령을 발령했다. 이외에도 거제 덕포동과 상동동 등지에서 산사태가 추가로 발생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추가로 보고되지 않았다.
침수 피해로 인한 주민 고립과 긴급 대피도 광범위하게 이어졌다. 거제 회진마을 일대에서는 주민 20여 명이 물에 잠겨 고립됐다가 구조됐으며 아주동 예솔마을에서는 산사태 위협이 고조되면서 주민 100여 명이 긴급히 몸을 피했다. 오후 1시 기준 거제시에서만 총 208세대 335명의 주민이 마을회관 등 지정된 대피시설로 피신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내에 위치한 주요 조선소에서는 일부 도크가 유실되거나 물에 잠기며 휴무에 들어가는 등 조업 차질이 빚어졌다.

경남 통영에서도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통영시 곤리도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을 습격했으며 통영해양경찰서는 약 1시간 반 동안의 정밀 구조 작업 끝에 자택 화장실에 매몰돼 있던 60대 여성 A 씨를 구출했다. 구출된 A 씨는 양측 다리 골절 의심 증상과 저체온증을 호소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공공 및 사유 시설의 파괴도 심각했다. 거제시 사등면에서는 폭우로 불어난 물살을 견디지 못한 교량이 파손됐으며 거제면과 둔덕면 일대에서는 지하 매설 상수관로가 파손돼 18일까지 일부 지역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는 단수 사태가 예고됐다. 대중교통인 시내버스와 택시 운행이 일시 중단됐으며 관내 학교 10곳의 건물 및 운동장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로써 17일 오후 2시 20분 기준, 경남 지역 호우 관련 인명피해는 사망 1명, 부상 3명(거제 2명, 통영 1명) 등 총 4명으로 집계됐다. 동일 시각 기준 재산 피해는 도로 12곳, 하천 4곳, 산사태 23곳, 주택 20개소, 전기 정전 2,030세대, 가축 유실·폐사 2마리 등으로 파악됐다.
부산·울산·전남·제주 등 남부권 전역 침수·교통 통제 사고 잇따라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부산에서도 도심 곳곳이 물에 잠기며 통행 차단과 안전사고가 이어졌다. 오전 중 사하구 두송대선터널 양방향이 완전 침수돼 배수 작업 조치 후 통행이 재개됐다.

도심 주요 하천인 온천천 수위 상승에 따라 세병교, 연안교, 수영교를 비롯해 초량 지하차도, 진시장 지하차도, 기장군 무곡 지하차도 등 침수 우려가 높은 하도 및 지하차도가 즉시 통제됐다. 또한 상습 침수 구역인 부산데파트 앞 중앙대로 일대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한 지반 약화로 포트홀이 발생해 재난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해상에서는 전날 밤 라이베리아 국적 LNG 운반선에서 작업 중 머리를 다친 필리핀 선원이 기상 악화로 인해 사고 발생 11시간 만에 병원으로 이송되는 지연 사고도 있었다.
전남 및 광주 지역에서는 해남군 솔라시도 지역에 최고 199㎜의 비가 내린 것을 비롯해 영암 삼호 181.5㎜, 목포 161.5㎜, 여수 돌산 142.5㎜, 광양 139.5㎜, 진도 수유 132㎜, 순천 109.5㎜ 등 주요 시·군에 세 자릿수 강수량이 기록됐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해남군 황산면 등지의 상가 침수로 소방 당국의 긴급 배수 작업이 실시됐으며 해남 소하천 제방 유실 신고 2건이 접수됐다. 농경지 침수 19.1㏊, 농작물 쓰러짐 0.3㏊ 등 농가 피해도 연달아 발생했다.
울산 지역은 최대 140㎜의 비가 내린 뒤 오후 12시 50분을 기해 호우주의보가 해제됐으나 강우 지속 기간 동안 피해가 속출했다. 중구 교동 주택가에서는 담벼락이 무너졌고 남구 신정동 도로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지며 이를 피하려던 택시가 급정거해 60대 승객이 허리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제주도에서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광복절 연휴 3일간 375.5㎜의 폭우가 쏟아졌고 해안 지역에도 100㎜ 안팎의 비가 내렸다. 오전 중 특보가 일시 해제됐으나 오후 1시 30분을 기해 제주시 중산간 및 동부, 서귀포시 동부에 다시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비극적인 인명사고도 발생했다. 한경면 포구에서 물에 빠진 30대 남성을 이송하기 위해 응급 의료 닥터헬기 출동이 시도됐으나 기상 악화로 헬기가 뜨지 못하면서 해당 남성이 사망했다. 서귀포시 516 숲터널에서는 도로로 쓰러진 나무로 인해 교통 혼잡이 발생하는 등 제주 소방당국에 총 3건의 주요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중앙부처 및 지자체, 비상 대응 및 긴급 복구 체계 가동
경남을 중심으로 한 남부지방의 대규모 폭우 피해가 구체화함에 따라 정부 중앙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복구 및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경남 통영의 4개 전통시장과 거제의 11개 전통시장에서 점포 침수 및 토사 유출 피해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중기부는 2차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화재보험협회 등에 전기·가스 긴급 안전점검을 요청하고, 피해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을 위한 현장 밀착형 지원과 긴급 금융 지원책을 즉시 가동하기로 했다.
경상남도는 박완수 도지사가 거제와 통영 등 남해안 주요 피해 현장을 직접 찾아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경남도는 피해 지역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산림청, 군부대 등 관계 기관 협업을 통해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 중장비를 거제·통영 지역에 집중 배치했다. 주요 침수 피해 구역에는 배수를 위한 대형 양수기 등 장비가 대거 투입됐다.
가장 막대한 피해가 집중된 거제시는 오전 8시를 기해 전 직원 비상근무체제를 발령했다. 거제시는 토사 및 잔해물이 유입된 도로와 주택가를 정비하고 배수로를 긴급 확보하는 등 현장 응급 복구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은 피해를 입은 관내 학교 및 교육시설에 대해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지정하고,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예비비와 재난복구비 등 관련 예산을 신속히 투입하는 긴급 복구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