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공업 파업 한 달…사상 최대 실적에도 멈춘 공장, 노조 요구에 ‘미래 투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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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상여·성과급 확대 요구 놓고 노사 평행선
- 상반기 영업익 1208억 사상 최대…사측도 성과급 지급안 제시
- 에코델타시티 2000억 투자·200명 신규고용 앞두고 파업 장기화
- 노란봉투법 시행 후 달라진 노사환경…투자·고용까지 함께 봐야
[부산=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부산을 대표하는 반도체 부품기업 리노공업[058470]의 무기한 총파업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노사 갈등의 초점이 단순한 임금 인상 문제를 넘어 향후 비용 구조와 투자 여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노조는 지난 7월 2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고 최근에는 지도부가 삭발과 단식농성까지 시작하며 사측에 추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파업에는 실제 근무 대상 직원 665명 가운데 340여 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성과급과 고정상여금 등 임금체계를 놓고 가장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파업 초기 연 800% 상여금의 고정 지급과 영업이익의 15%를 추가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수정안에서는 고정 상여금 400%, 상반기 성과급 300%, 연말 별도 경영성과급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회사의 높은 실적을 근거로 성과 공유 확대와 고정급 비중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사전에 지급 비율과 시기가 정해진 임금이 크게 늘 경우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업황 변동성이 큰 만큼 호황기 실적을 기준으로 고정비를 대폭 늘릴 경우 향후 불황기에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측 역시 협상 과정에서 상반기 경영성과급 700% 지급안 또는 경영성과급 300%와 기본급 추가 인상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협상의 핵심은 성과급 몇 퍼센트를 더 지급하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호황기에 발생한 높은 이익을 어느 정도까지 임금 구조에 고정적으로 반영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회사가 돈을 잘 벌 때 성과를 나누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를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고정비로 전환하는 문제는 별도의 경영 판단이 필요하다.
리노공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 2430억 원, 영업이익 120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7.2%, 영업이익은 36.7%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1063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 입장에서는 이 같은 실적을 토대로 적극적인 성과 배분을 요구할 수 있지만 현재의 호황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리노공업은 부산 에코델타시티에 약 2000억 원을 투입해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미음산단 공장을 확장 이전하고 분산된 생산라인을 통합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사업으로, 신공장은 기존 공장의 약 두 배 규모로 조성되며 2026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시는 신공장 조성과 함께 약 200명의 신규고용도 예정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파업 장기화의 부담은 단순히 회사 경영진에 그치지 않는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납기와 수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고, 노사관계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향후 추가 설비투자와 신규고용 판단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진행 중인 신공장 투자가 당장 철회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업이 생산 안정성과 노사관계를 투자 판단의 주요 변수로 보는 것은 현실이다.
상장기업이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회사의 이익은 노사만의 몫이 아니다. 직원은 임금을 받지만 주주는 회사에 자기 자금을 투자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그대로 감수한다. 기업은 임금뿐 아니라 연구개발, 설비투자, 신규고용, 주주환원까지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만큼 특정 시점의 높은 실적만을 기준으로 비용 구조를 고정시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올해 3월 10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노란봉투법’ 역시 기업 노사관계를 둘러싼 환경을 크게 바꿨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쟁의행위 관련 손해배상 책임 범위에도 변화를 줬다. 노동계에서는 실질적인 교섭권 강화라고 평가하지만 경영계에서는 교섭 대상과 쟁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노사관계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파업권은 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다. 그러나 권리만큼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투자·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리노공업은 지금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현재의 성과와 2000억 원 규모 신공장이라는 미래 투자를 동시에 안고 있다.
회사가 돈을 잘 벌 때 더 많은 몫을 요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늘어난 고정비를 누가 감당할 것인지까지 고민해야 진정한 노사 상생이 가능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당장 얼마를 더 주고받느냐보다 향후 5년, 10년 뒤에도 회사가 투자하고 고용하며 성장할 수 있는 임금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