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역 하영 친일 논란 여파인가… 정해인, 인터뷰 이어 ‘이것’마저 불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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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주인공 ‘곤’ 빠진 기자간담회… 동료 배우 논란에 결국 발 뺐나

배우 정해인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의 인터뷰를 취소한 데 이어 자신이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애니메이션 영화 ‘아가미’의 언론 시사회에도 최종 불참한다. 연이은 공식 석상 취소 행보를 두고 업계와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우 정해인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런 엿같은 사랑'은 기억상실에 걸린 검사 고은새(하영 분)와 자칭 남자친구라 우기는 복싱 코치 장태하(정해인 분)의 설렘 찐득한 동거 생활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 뉴스1
배우 정해인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런 엿같은 사랑'은 기억상실에 걸린 검사 고은새(하영 분)와 자칭 남자친구라 우기는 복싱 코치 장태하(정해인 분)의 설렘 찐득한 동거 생활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 뉴스1

정해인은 오는 26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되는 영화 ‘아가미’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안재훈 감독을 비롯해 함께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배우 강하늘, 유재명, 김선영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정해인은 이번 작품에서 타이틀롤이자 중심인물인 주인공 ‘곤’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극을 이끌어가는 메인 캐릭터를 연기한 핵심 주연 배우가 작품을 처음 선보이는 언론 시사회에 불참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엿사’ 상대역 하영, 증조부 친일 논란으로 불똥

정해인의 불참 행보는 최근 발생한 동료 배우의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정해인은 지난 14일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의 흥행 및 공개를 기념하는 언론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상대 배우 하영이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 논란에 휩싸이자 하영 측이 인터뷰를 전격 취소했다. 이후 정해인 역시 인터뷰 일정을 취소했다.

배우 하영이 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하영이 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이었다. 방송에 출연한 하영은 자신이 ‘4대째 의사 가문’ 출신이라고 소개하며 “증조부께서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신 뒤 한양에 서양식 의원을 개업하셨고 고종 황제를 직접 진료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하영은 앞서 지난해 1월 진행된 매체 인터뷰에서도 “한양 안에 첫 양방을 개업하신 의사였으며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며 가문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방송 직후 인터넷 커뮤니티와 역사적 기록을 통해 하영이 언급한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인물 ‘안상호’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태는 급변했다. 안상호는 1916년 대표적인 친일단체로 분류되는 ‘대정친목회(大正親睦會)’의 평의원으로 참여한 인물이다.

또한 일제강점기 기관지였던 '매일신보'에는 안상호의 가정이 일본식 생활 양식을 따르는 ‘일선동화(日鮮同化)’의 모범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안상호는 1918년 매일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일본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조선인들과는 거의 교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긴 기록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대중 사이에서는 하영이 증조부의 친일 행적으로 축적된 가문의 배경을 공중파 방송에서 경솔하게 자랑했다는 비판이 들불처럼 번졌다.

소속사의 입장 번복과 역사학계의 시각

논란이 확산되자 하영의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일 “증조부가 안상호 선생인 것은 맞으나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친일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대정친목회 명단과 매일신보 기사 등 구체적인 사료와 물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부인으로 대응해 오히려 비판을 키웠다. 이에 소속사 측은 “자세한 내용을 다시 확인하여 성실히 재입장을 밝히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배우 하영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61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하영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61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결국 지난 11일 소속사는 기존 입장문을 공식 번복했다. 소속사 측은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올라 있는 기록을 실제로 확인했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하게 ‘사실무근’이라 답변해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증조부 안상호의 행적을 둘러싼 역사학계의 평가도 재조명받고 있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참여했던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대정친목회는 일제 무단통치기에 조선인 유력자들을 포섭해 내선융화를 선전하기 위해 설립된 친일단체”라며 “안상호가 해당 단체의 평의원으로 활동했다면 친일 행위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역사학자 심용환은 “안상호가 대정친목회에 참여하고 그의 가정이 일제의 동화정책 선전에 이용된 점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친일 부역 행위가 추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단체 가입 기록만으로 인물 전체를 곧바로 ‘친일파’로 매도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별 있는 시각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영의 자필 사과문 발표… 작품 전체로 퍼진 파장

소속사의 공식 사과에 이어 배우 하영 역시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영은 사과문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자료를 직접 찾아보는 과정에서 증조부의 친일적 행적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일제강점기라는 뼈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문의 역사를 가볍게 언급했던 지나간 행동을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배우 하영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하영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이어 “그동안 집안 어른들을 통해 들은 단편적인 이야기만 믿고 무지한 상태에서 여러 공식 석상과 방송을 통해 증조부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해 왔다”면서 “미처 몰랐다는 사실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길 핑계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후손으로서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특히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 이 같은 부족함으로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논란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아 현재 방영 중인 작품으로까지 퍼지고 있다. 하영이 배우 정해인과 함께 주연을 맡아 공개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에도 불똥이 튄 상태다.

'이런 엿같은 사랑'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검사 고은새(하영 분)와 자신이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복싱 코치 장태하(정해인 분)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다. 여주인공의 ‘역사인식 부재’ 논란이 불거지면서 작품을 시청하는 대중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