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 리더십 개편…하사비스 의장으로 물러나고 카부쿠올루가 실권 잡아
작성일
구글 딥마인드 수장 교체…하사비스 물러나고 카부쿠올루가 실권
브린이 제미나이 총력전 압박, 비기술팀은 본사로 이동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최근 몇 달간 핵심 인공지능(AI) 인력들에게 제미나이(Gemini) 모델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압박했다고 로이터에 정통한 관계자 두 명이 전했다.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이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려는 움직임 속에서 나온 것이다. 구글은 8월5일(현지시각) 산하 AI연구소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리더십을 전면 개편했다. 수장이었던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자리에서 물러나 의장(체어)으로 옮겼고, 부관이었던 코레이 카부쿠올루(Koray Kavukcuoglu)가 실권을 넘겨받았다. 같은 시기 제미나이를 처음 이끌었던 기술 공동리더 2명은 퇴사해 별도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했다. 로이터가 제미나이 개발에 정통한 관계자 7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번 조직 개편과 상업화 전략은 모델 경쟁에서 우위를 되찾으려는 노력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린의 “속도를 올려라” 압박
앤트로픽(Anthropic)이 강력한 신모델 클로드 미토스(Claude Mythos)의 프리뷰를 앞세워 앞서나가자 브린은 4월 사내 타운홀(town hall)에서 수백 명의 직원을 상대로 구글 딥마인드에 속도를 높이라고 촉구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제미나이는 지난해 11월경 경쟁 모델들을 잠시 앞질렀지만 이후 앤트로픽과 오픈AI(OpenAI)가 잇따라 신모델을 내놓으면서 다시 추격하는 처지가 됐다. 8월 들어 구글은 내부 테스트에서 코딩 등 일부 영역의 성능이 여전히 경쟁사에 못 미친다는 결과가 나오자 차세대 플래그십 제미나이 출시를 두 달 미뤘다고 관계자와 또 다른 소식통이 전했다.

8월5일 전격 개편…하사비스는 의장으로, 카부쿠올루가 실권 쥐다
구글은 8월5일(현지시각) 구글 딥마인드의 리더십을 전면 교체했다고 발표했다. 하사비스는 관리 부담이 적은 의장 자리로 옮겼고 카부쿠올루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같은 날 제미나이를 처음 설계한 기술 공동리더 2명이 회사를 떠나 새 스타트업을 차렸다.
카부쿠올루는 2025년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최고경영자로부터 구글 최고AI설계자(chief AI architect)라는 추가 보직을 받았다. 당시 딥마인드 최고기술책임자였던 그의 임무는 제미나이를 구글 전 제품에 심는 것이었다. 관계자 4명은 이후 몇 달간 딥마인드 내 일부 리더들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동안 카부쿠올루가 제미나이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 중 한 명은 카부쿠올루가 브린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카부쿠올루는 피차이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로 편입됐다. 그의 근무지인 마운틴뷰(Mountain View)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면서 딥마인드의 오랜 거점인 런던의 상대적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
8월6일(현지시각) 열린 조직 전체 회의에서 하사비스와 카부쿠올루는 동요하는 직원들을 다독이려 나섰다. 회의에 직접 참석한 관계자 3명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일상적 업무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부쿠올루가 계속 제미나이를 총괄하며, 실제로는 1년 넘게 전부터 모델 개발을 감독해왔다고 관계자 5명이 전했다. 하사비스는 AI가 과학 발전과 사회 변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주제로 발언했는데, 이는 그가 새로 맡을 의장직에서 집중할 장기적 화두라고 회의에 정통한 관계자 3명이 말했다.
흔들리는 딥마인드 자율성…비기술팀은 본사로
이번 개편의 이면에는 딥마인드가 누려온 자율성이 한층 더 줄어드는 변화가 있다. 구글은 2014년 런던 소재 딥마인드를 인수한 이후 AI를 자사 제품과 매출에 더 깊이 연결시키려는 방향으로 조직의 독립성을 점차 축소해왔다. 8월6일 회의에서 하사비스와 카부쿠올루는 비기술 부문 여러 팀이 딥마인드에서 나와 구글 본사의 보고 체계로 편입된다고 직원들에게 알렸다고 관계자 2명이 전했다.
한때 부수적인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추진하도록 독려받던 조직에게 이번 메시지는 모델 경쟁 우위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었다. 피차이를 포함한 구글 경영진은 최근 몇 달간 영상 생성 등 일부 영역에서는 구글이 최전선에 있다고 자평하면서도 다른 영역의 격차를 좁히는 데 계속 힘쓰겠다고 밝혔다.
리더십 개편 발표 당일 구글 주가는 4% 하락했다. 일부 업계 관측통은 이를 두고 구글이 최상위권 모델 경쟁에서 물러나는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로이터 인터뷰에 응한 관계자들은 오히려 이번 조치가 모델 경쟁 우위를 되찾기 위한 알파벳의 상업화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브린이 밀어붙이는 “재귀적 자기개선”
공식 직함이 없는 브린이지만 그는 최근 몇 달간 핵심 직원들에게 최전선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계속 강조해왔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그는 구글 공동창업자로서 갖는 비공식적 영향력을 활용해 재귀적 자기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 AI가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성능을 향상시키는 개념) 같은 특정 영역에 자원을 몰아붙였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브린이 직원들을 독려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오픈AI의 챗GPT가 2022년 등장해 구글을 뒤흔들었을 때도 비슷하게 직원들을 다잡은 바 있다.
하사비스는 2023년 제미나이를 처음 출범시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델 관리에 대한 직접적 관여를 줄이고 그 역할을 부관들에게 넘겼다고 관계자 2명이 전했다. 구글 클라우드 부문의 한 관계자는 카부쿠올루의 이번 보직 변경이 구글의 제한된 AI 반도체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 배분을 둘러싸고 딥마인드와 겪었던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구글은 브린의 최근 행보와 딥마인드 구조 변화, 직원들의 우려에 대한 로이터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브린을 인터뷰에 응하도록 하는 요청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