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 트럼프家 40억달러 USD1 신탁은행 승인…비트고서 발행권 넘겨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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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C, 월드리버티 신탁은행에 조건부 승인…USD1 발행권 비트고서 이전
이해충돌 논란은 기각됐지만 WLFI 담보대출 리스크는 여전하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트럼프 가족의 가상자산 벤처 월드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과 연계된 내셔널 신탁은행에 예비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현지시각 목요일 OCC는 플로리다주 베이하버아일랜즈에 본거지를 둔 월드리버티 트러스트 컴퍼니(World Liberty Trust Company, National Association)에 조건부 승인을 발표했다고 디크립트(decrypt.co)가 보도했다. 이 신탁은행은 월드리버티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1의 발행과 상환 업무를 맡는다. 현재 USD1의 독점 발행·커스터디를 담당하는 비트고(BitGo)로부터 이 역할을 넘겨받는 구조다. 크립토슬레이트(cryptoslate.com)에 따르면 이번 헌장은 약 40억 달러(약 5조6600억 원, 1달러 1415원 기준) 규모로 성장한 USD1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신탁은행이라 예금을 받지 않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보험도 적용되지 않으며, 당장은 연방준비제도 마스터계정도 신청하지 않는다.
USD1 발행권, 비트고에서 자체 신탁은행으로
OCC 승인 문서에 따르면 월드리버티 트러스트 컴퍼니는 USD1 발행·상환뿐 아니라 신탁 자격으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도 제공한다. 커스터디 고객이 승인된 스테이블코인을 USD1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도 포함된다. 은행지주회사법(Bank Holding Company Act)상 ‘은행’으로 분류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조건도 함께 걸렸다.
승인에는 최소 자본금 2000만 달러(약 283억 원) 요건과 지난해 제정된 스테이블코인법 지니어스법(GENIUS Act) 준수 의무가 딸렸다. 지니어스법 시행 이후 다수 가상자산 기업이 비슷한 헌장을 신청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디크립트는 전했다. OCC는 이미 서클(Circle), 리플(Ripple), 팍소스(Paxos), 피델리티(Fidelity), 비트고 등에 내셔널 신탁 헌장을 내준 바 있다. 월드리버티는 올해 초 헌장을 신청했다.

위트코프와 이해충돌 논란, 워런 상원의원의 비판
이번 신청서에는 월드리버티 공동창업자 재커리 위트코프(Zachary Witkoff)가 조직자·이사·행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위트코프는 월드리버티 파이낸셜의 최고경영자이기도 하다. 그는 “엄격한 감독과 제도적 통제, 명확한 책임 체계가 스테이블코인을 신뢰받는 금융 인프라로 만드는 길”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고 널리 쓰이는 디지털 달러를 만들면서 전 세계 경제에서 미국 달러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심사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가족, 위트코프 일가, 월드리버티에 투자한 에미리트(아랍에미리트) 투자자들과 관련한 이해충돌 우려가 다수 제기됐다고 OCC는 밝혔다. 외국 정부와의 이권관계를 금지한 미국 헌법상 에멀루먼츠 조항(Emoluments Clause) 위반 여부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OCC는 이런 우려가 심사 범위 밖이라며 대부분 기각했다. 월드리버티 파이낸셜 자체는 이번 신청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승인서에 첨부된 패시비티 서약서(투자자가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서약)는 투자 법인 한 곳을 대표해 에릭 트럼프(Eric Trump)가 서명했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은 별도로 OCC의 가상자산 헌장 승인이 위법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기업들이 사실상 은행처럼 기능하면서도 은행에 요구되는 안전장치는 피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승인을 받은 월드리버티 트러스트 컴퍼니는 18개월 안에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한편 핀테크 업계에서도 여러 기업이 비슷한 신탁 헌장을 신청하며 연방 감독 체계로 편입하려는 흐름이 확산하는 중이다.
WLFI 담보대출 리스크, 스테이블코인 확장의 그늘
이번 은행 인가는 월드리버티의 자체 토큰 WLFI를 둘러싼 디파이(DeFi) 레버리지 논란이 가라앉는 시점에 나왔다. 회사 측은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지만 온체인 데이터는 위험이 남아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올해 4월 월드리버티는 당시 유통량의 약 5%에 해당하는 WLFI 50억 개를 대출 프로토콜 돌로마이트(Dolomite)에 담보로 맡기고 스테이블코인 약 7500만 달러를 빌렸다. 이 차입으로 USD1 대출 풀의 가용 자금이 모두 소진돼 일부 예치자가 정상적으로 인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빌린 자금 중 4000만 달러 이상은 코인베이스 프라임(Coinbase Prime)으로 옮겨져 돌로마이트 내부에 머물지 않았다. 당시 월드리버티는 청산과는 거리가 멀고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 담보를 추가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월드리버티는 4월 9일 1500만 달러를, 이틀 뒤 1000만 달러를 각각 상환해 총 2500만 달러를 갚았다. WLFI 가격이 개당 0.089달러였던 4월 당시 담보로 잡힌 50억 개는 약 4억4500만 달러 가치로, 7500만 달러 채무 대비 담보가치비율(LTV)은 약 16.9%였다. 2500만 달러 상환 후 채무가 5000만 달러로 줄면서 LTV는 약 11.2%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WLFI는 현재 개당 약 0.058달러로 4월 대비 약 35% 하락했다. 담보량 50억 개가 그대로이고 채무가 5000만 달러라면 LTV는 다시 약 17.2%로 상환 전 수준에 근접한다. 토큰 가격 하락이 채무 감축 효과를 거의 상쇄한 셈이다.
크립토슬레이트가 온체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돌로마이트 컨트랙트에는 여전히 약 49억9800만 개의 WLFI(최근 가격 기준 약 2억8100만 달러 상당)와 함께 USD1 약 1억2370만 개, USDC 약 2750만 개가 남아 있다. 한 지갑은 WLFI 30억 개를 담보로 USD1·USDC 약 4140만 달러를 빌렸는데 건전성 지표는 2.81로 청산과는 거리가 있다. 반면 같은 멀티시그(다중서명 지갑)와 연결된 또 다른 포지션은 최소 1억1260만 달러의 USD1을 빌린 상태에서 건전성 지표가 1.07에 불과했다. 건전성 지표가 1.0을 넘으면 상환 능력이 유지되는데 1.0에 가까울수록 담보가치가 6~7%만 더 떨어져도 청산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
두 포지션의 채무를 합치면 2500만 달러 상환 후 남았어야 할 500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4월 보도 당시 알려진 단일 포지션보다 실제 노출 규모가 더 넓고 위험 수준도 다양하게 퍼져 있다는 의미다. 두 포지션이 월드리버티의 위험을 전부 포괄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