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리모델링 공사 중 147억원어치 금괴·금화 발견
작성일
벽 속 900만 유로 금괴... 18세 인부의 '우연한 발견'

벨기에의 한 건물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벽 속에 숨겨져 있던 900만유로(약 147억원) 상당의 금괴와 금화가 발견됐다.
이 보물은 벨기에 동플랑드르주 덴더르몬더의 신트힐리스바이덴더르몬더에 있는 한 건물에서 나왔다. 인구 약 4만7000명의 이 소도시 건물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하던 인부들이 지하실 벽에 벽돌로 막아 감춰둔 궤짝을 뜯어내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이 같은 소식은 벨기에 공영방송을 통해 14일(현지시각) 처음 알려졌다.
◇ 하수관 묻으려 땅 파다 '벽 속의 궤짝'
발견은 우연이었다. 건설사 데브란트 소속 인부들은 지난 11일 이 건물에서 리모델링과 철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문제의 금괴가 나온 것은 하수관을 새로 묻기 위한 기초 굴착 작업 도중이었다. 기초 일부를 걷어내자 동전처럼 보이는 물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장에 있던 18세 인부 코버 필립스는 처음에는 그것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여름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로 공사에 투입된 그는 "처음에는 1유로짜리 동전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상황이 달라졌다. 동전 무더기 사이에서 금덩이가 보였고, 이어 금괴가 잇따라 나왔다. 필립스는 "그때서야 뭔가 더 큰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현장 책임자는 인부들이 금을 발견하고도 한동안 믿지 못했다고 전했다. 금괴와 금화는 지하실 구조물 안에 벽돌로 둘러싸인 궤짝 속에 들어 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눈에 띄지 않게 감춰둔 것으로 보인다는 게 현장의 판단이다. 인부들은 발견 직후 곧바로 발주처와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 금괴 40여 개·금화 4000여 개… 시가 900만유로
발견된 금은 번호가 매겨진 금괴 40여 개와 최소 4000개에 이르는 오래된 금화다. 경찰이 공개한 사진에는 탁자 위에 늘어놓은 금괴 약 49개와 양동이에 담긴 금화가 담겼다. 전체 가치는 약 900만유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금화가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국은 금화의 제작 연대나 액면, 발행 국가 등에 대한 감정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금화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에 따라 이 보물이 역사적 가치를 지닌 유물인지, 아니면 비교적 최근에 감춰진 재산인지가 갈리는 만큼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성격을 단정하기 어렵다.
해당 건물은 현재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돕는 동플랑드르 지역의 사회복지단체가 소유하고 있다. 이 단체 관계자 게르트 힐라르트는 직접 발견 현장을 봤다면서 "번호가 매겨진 금괴와 오래된 금화가 지하실 궤짝 속에 숨겨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시간에 쫓겨 세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힐라르트는 이번 발견을 두고 "놀라움과 경악이 첫 반응이었다"며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 건물은 1900년 무렵 한 양조업자가 집으로 쓰던 곳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옛 거주자와 금괴를 직접 연결할 만한 증거는 아직 없다. 금화의 정확한 제작 시기나 궤짝이 언제 벽 속에 들어갔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 발견한 인부? 건물주?... 금괴 주인은 누구?
경찰은 금을 넘겨받아 안전한 장소로 옮겼고, 동플랑드르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금이 어디에서 왔는지, 법적으로 누구에게 속하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금이 어떤 경위로 이 건물에 들어오게 됐는지, 불법적으로 감춰진 것인지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소유권의 향방도 아직 불투명하다. 힐라르트는 "우리가 아는 한 이 금이 어떤 사기 행위의 결과물이고 그래서 숨겨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벨기에 민법상으로는 금을 찾아낸 건설사 인부들과 건물을 소유한 복지단체 양쪽 모두 소유권을 주장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단체는 만약 금이 자신들에게 귀속된다면 쓰임새는 분명하다고 밝혔다. 힐라르트는 "동플랑드르 전역에서 우리가 돕는 대상자들을 위한 추가 시설을 마련하겠다"며 노숙인과 거리 생활자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매일같이 마주하는 막대한 수요를 감당하는 데 매우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찰은 발견 소식이 알려진 뒤 현장에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금을 찾거나 호기심에 이끌려 이미 수십 명이 현장을 찾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 파트리크 페이스는 "금을 찾는 사람들은 오지 말라"며 "보물이 발견된 뒤 현장을 샅샅이 뒤졌고, 더 이상 남은 것은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는 단순히 구경하려는 이들에게도 자제를 요청했다. 그는 "볼 것도 남아 있지 않은 데다, 건물이 완전히 철거되고 있어 위험하다"며 "지금 현장은 굴착기로 가득하고 땅 곳곳에 구덩이가 파여 있다"고 설명했다. 덴더르몬더 경찰은 이번 발견을 기념하는 의미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을 금화 이미지로 바꾸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