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리퀴드, 클래리티법 표류에 CFTC 직접 협상으로 무기한선물 미국 진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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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리퀴드, CFTC와 손잡고 美 무기한선물 시장 진출 모색
월거래량 1900억달러 거래소, 클래리티법 대신 라이선스 우회전략 택해

하이퍼리퀴드, 클래리티법 표류에 CFTC 직접 협상으로 무기한선물 미국 진출 추진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하이퍼리퀴드, 클래리티법 표류에 CFTC 직접 협상으로 무기한선물 미국 진출 추진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세계 최대 탈중앙화 무기한선물(퍼페추얼 선물, perpetual futures) 거래소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가 미국 진출을 위해 의회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규제기관과 직접 협상에 나섰다.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8월 12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하이퍼리퀴드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함께 미국 투자자에게 무기한선물을 제공할 수 있는 합법적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미국 상원이 암호화폐 시장구조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 표결을 9월로 연기하면서 관련 입법이 표류하게 된 직후 나왔다. 클래리티법은 무기한선물이나 볼트(vault) 상품을 다루지 않아,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하이퍼리퀴드 같은 플랫폼은 별도의 규제 승인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하이퍼리퀴드는 입법을 기다리는 대신 곧바로 감독기관을 상대로 로비에 들어갔다.

CFTC로 직행한 배경: 클래리티법의 사각지대

하이퍼리퀴드의 로비는 미국 상원이 클래리티법 표결을 9월로 미루면서 촉발됐다. 이 법안은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구조를 규정하지만 무기한선물이나 볼트 같은 하이퍼리퀴드의 핵심 상품은 다루지 않는다. 법안이 통과돼도 하이퍼리퀴드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는 별도의 규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퍼리퀴드는 입법 대신 감독기관과의 직접 협상을 택했다. 현재 하이퍼리퀴드는 미국 이용자의 접속을 전면 차단하고 있으며 CFTC에 등록된 지정계약시장(DCM) 라이선스도 보유하지 않았다.

하이퍼리퀴드가 그리는 그림: 라이선스 기관에 블록체인 개방 / AI 생성 이미지
하이퍼리퀴드가 그리는 그림: 라이선스 기관에 블록체인 개방 / AI 생성 이미지

하이퍼리퀴드가 그리는 그림: 라이선스 기관에 블록체인 개방

제이크 체르빈스키(Jake Chervinsky) 하이퍼리퀴드 정책센터(Hyperliquid Policy Center) 대표는 선호하는 경로를 제시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미국에 새 거래소를 처음부터 세우는 방식이 아니다. 이미 미국 라이선스를 보유한 기관들이 하이퍼리퀴드의 블록체인 인프라를 통해 무기한선물 거래를 제공하도록 CFTC가 허용하는 방안이다.

하이퍼리퀴드는 라이선스를 새로 신청해 기존 규제 체계에 맞춰 구조를 다시 짜는 대신, 라이선스를 가진 중개기관이 규제 접점 역할을 하고 블록체인이 체결·청산·정산을 처리하는 역할 분담을 원한다. CFTC는 이미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인 전례가 있다. 2026년 5월 CFTC는 칼시(Kalshi)의 BTCPERP 계약을 미국 거래소 최초의 규제된 무기한선물 상품으로 승인했다. 같은 날 코인베이스(Coinbase)에는 고객을 해외 계열사 데리비트(Deribit)의 무기한선물 상품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노액션 구제(no-action relief)를 내줬다. 2025년 12월 취임한 마이크 셀리그(Mike Selig) CFTC 위원장은 취임 이후 무기한선물을 미국 내로 들여오는 방향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체르빈스키는 CFTC가 이미 라이선스 기관에 무기한선물을 맡길 만큼 신뢰한다면, 투명성을 갖춘 블록체인에서 같은 상품을 운용하는 것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미 시작된 로비: 정책센터와 SEC·CFTC 접촉

하이퍼리퀴드의 로비는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다. 하이퍼 재단(Hyper Foundation)이 100만 HYPE 토큰을 투입해 만든 하이퍼리퀴드 정책센터는 2026년 2월 출범 이후 조율된 규제 캠페인을 이어왔다. 7월 14일(현지시각)에는 하이퍼리퀴드 랩스(Hyperliquid Labs) 창업자 제프 얀(Jeff Yan)과 로펌 설리번앤크롬웰(Sullivan & Cromwell LLP) 관계자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암호화폐 태스크포스와 만났다. SEC의 관련 메모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는 하이퍼리퀴드 생태계의 기술과 준법적인 온체인 시장 접근 경로가 논의됐다.

이보다 며칠 앞서 정책센터는 비수탁형(non-custodial) 지갑 팬텀(Phantom)과 함께 CFTC에 공동 의견서를 냈다. 온체인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자동으로 거래소나 청산소 등록 의무를 지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과, 라이선스를 가진 기업이 주문 매칭부터 정산까지 거래 전 과정에 블록체인 인프라를 쓸 수 있게 허용해달라는 두 가지 요청이었다. 하이퍼리퀴드 측 논리는 자기수탁(self-custodial) 거래가 전통적 중개기관을 전제로 만들어진 기존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자금 통제권을 직접 갖고 블록체인이 거래를 기록·검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RWA 확장이 부른 이중규제 리스크와 커지는 경쟁 압박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하이퍼리퀴드가 더 이상 순수 암호화폐 파생상품 플랫폼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6년 2분기 기준 플랫폼 무기한선물 거래량의 약 32%가 토큰화된 실물자산(RWA, real-world assets)에서 나왔다. 엔비디아·테슬라 같은 주식, 원유·금·은 등 원자재 계약,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의 상장 전(pre-IPO) 무기한선물이 여기 포함된다. RWA 무기한선물의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은 7월 처음으로 36억 달러(약 5조원, 1달러 1,415원 기준)를 넘어섰는데, 이는 HIP-3 빌더가 배포한 시장이 견인한 결과다. 비트와이즈(Bitwise) 매트 호건(Matt Hougan) 최고투자책임자는 연말까지 비암호화폐 거래량이 하이퍼리퀴드 전체의 70%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자재 연동 계약은 CFTC 관할이지만 주식에 연동된 상품은 동시에 SEC 감독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이퍼리퀴드가 두 기관 모두와 접촉하는 이유다. 규모 면에서도 이번 로비는 시급하다.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하이퍼리퀴드는 최근 30일간 1,900억 달러(약 269조원, 1달러 1,415원 기준)에 달하는 거래량을 처리했다. 경쟁 플랫폼 아스터(Aster)의 약 5배 규모이자 전 세계 온체인 무기한선물 거래량의 약 70%에 해당한다. 연환산 매출은 8억~13억 달러(약 1조1,000억~1조8,000억원, 1달러 1,415원 기준)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미국 투자자는 이 시장에 접근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칼시는 이미 HYPE 토큰 자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무기한선물을 규제된 형태로 상장했다. 정작 하이퍼리퀴드는 자국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채 자사 토큰이 규제된 무기한선물로 거래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경쟁 압박도 거세다. 코인베이스는 미국 고객을 데리비트 무기한선물로 연결하고 있고, 로빈후드(Robinhood)는 아비트럼(Arbitrum) 기반 체인에서 탈중앙화 거래소 라이터(Lighter)를 통해 무기한선물을 선보였다. 반면 CME와 ICE는 시장조작과 제재 회피 위험을 근거로 CFTC에 하이퍼리퀴드를 직접 조사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소식이 전해진 뒤 24시간 동안 HYPE는 코인게코(CoinGecko) 기준 약 4.2% 오르며 57.3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다만 2026년 6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76.70달러보다는 약 25% 낮은 수준이다. 하이퍼리퀴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8월 7일로 끝난 주간 순유입으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