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나물인 줄 알았는데… 마라탕 덕분에 생산량 4750톤 찍은 '반전 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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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간식 됐다더니 이제는 녹두까지 인기

숙주나물을 듬뿍 넣어 먹는 마라탕이 국민 외식 메뉴로 자리 잡으면서, 정작 숙주나물의 원재료인 녹두 재배까지 덩달아 늘고 있다. 흔한 나물 재료로만 여겨졌던 녹두가 마라탕 열풍의 숨은 수혜자가 된 셈이다.

마라탕 자료사진. / Hyeong-Taek Lee-shutterstock.com
마라탕 자료사진. / Hyeong-Taek Lee-shutterstock.com

마라탕 재료로 늘어난 숙주 수요, 녹두 재배면적까지 밀어올려

농민신문 보도에 따르면 통계청 기준 2010년 1514㏊였던 국내 녹두 재배면적은 2022년 2403㏊로 1.5배 늘었고, 생산량 역시 2010년 1543t에서 2022년 4750t으로 3배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를 이끈 건 다름 아닌 외식업계의 변화다. 최근 외식업계에서 숙주나물을 활용한 마라탕·쌀국수·팟타이 등 이른바 '에스닉 푸드'가 인기를 끌면서, 숙주나물의 원료가 되는 녹두 수요 자체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마라탕을 비롯한 이색 외식 문화의 확산 속도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농촌진흥청이 분석한 결과,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상호명에 '마라'가 들어간 음식점의 인허가 건수는 3071곳, '샤브'가 포함된 음식점은 681곳, '쌀국수'가 들어간 음식점은 376곳에 달했다. 가격에도 이런 수요 증가가 반영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를 보면 2021년 녹두 도매가격은 1㎏당 1만8043원으로, 2011년(1만2526원)보다 44% 뛰었다.

"조리 쉽고 냉장고 정리에도 좋다"…마라탕, 여전히 성장세

숙주 수요를 밀어올린 마라탕 시장 자체도 여전히 확장 중이다. 최근 몇 년 새 국내 마라탕 프랜차이즈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는데,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마라탕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020년 13개에서 2022년 106개로 2년 만에 8배 넘게 늘었다. 업계 1위 브랜드의 최근 실적을 봐도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마라탕 업계 1위인 탕화쿵푸를 운영하는 한국탕화쿵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4.6% 성장한 255억원, 영업이익은 5.0% 증가한 111억원을 기록했다. 2위인 춘리마라탕 운영사 씨엘케이에프앤비 역시 2023년 62억원대였던 매출이 지난해 145억원까지 뛰었다. 마라탕이 젊은 소비자들의 기본 외식 메뉴로 자리 잡으면서 매장 수 자체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가 오래된 인기 메뉴인 투움바 파스타에 마라 맛 신제품을 낼 정도로 마라 맛이 이제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숙주나물 자료사진. / Vitawin-shutterstock.com
숙주나물 자료사진. / Vitawin-shutterstock.com

집에서 즐기는 마라탕 문화가 확산된 것도 숙주 수요를 늘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마라탕 양념만 구매하면 조리법이 매우 간단하고, 원하는 재료를 자유롭게 넣을 수 있어 냉장고 정리용 요리로도 인기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마라탕에 들어가는 대표 재료로는 청경채, 납작당면, 옥수수면, 건두부, 대만유부 등과 함께 숙주가 빠지지 않고 꼽힌다.

녹두 자급률도 함께 올라

녹두 소비가 늘면서 국산 녹두의 자급 기반도 조금씩 단단해지는 모습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녹두 수입량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6.6%, 수입액은 13%씩 성장해왔지만, 2022년 수입량과 수입액이 오히려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국산 녹두 생산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의 과제도 남아 있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소속 연구사는 국산 녹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신품종 개발과, 수확·정선 작업을 기계화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때 특정 세대의 유행 음식으로 여겨졌던 마라탕이 국민 외식 메뉴로 자리 잡으면서, 그 안에 담긴 흔한 나물 한 줌의 원료 작물 재배 지형까지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