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공업, 창사 첫 총파업에 삭발·단식까지…블록딜 뒤 주가도 고점 대비 45%↓

작성일 수정일

- 노조 출범 수개월 만에 무기한 총파업…14일 본사 앞 삭발식·단식농성 돌입
- 이채윤 대표 700만 주 블록딜로 지분율 34.66%→25.48%…주가는 12만9000원→5만4000원 급락

[부산=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부산을 대표하는 반도체 부품기업 리노공업[058470]의 노사 갈등이 무기한 총파업을 넘어 삭발과 단식농성으로까지 번졌다.

창사 이후 처음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지 불과 수개월 만에 노사 관계가 극단적인 대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회사 경영진의 노사관리와 내부 소통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 “더는 물러설 곳 없다”…리노공업 노조 지도부가 14일 회사 본사 앞마당에서 삭발식을 강행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삭발과 함께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사측을 향한 투쟁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 사진=연합
▲ “더는 물러설 곳 없다”…리노공업 노조 지도부가 14일 회사 본사 앞마당에서 삭발식을 강행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삭발과 함께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사측을 향한 투쟁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 사진=연합

올해 리노공업에서는 노조 출범과 총파업에 더해 최대주주인 이채윤 대표의 대규모 지분 매각까지 진행됐다. 같은 기간 주가도 고점에서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회사 안팎의 부담이 동시에 커졌다.


다만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과 현재 노사 갈등, 주가 하락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리노공업 노조는 이 대표의 블록딜 발표 이전인 지난 3월 이미 결성됐다.


노조는 노동환경과 조직문화 개선, 성과급 비중이 높은 임금구조 개편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교섭에 들어갔다.


이후 이 대표는 지난 4월 24일 자신이 보유한 리노공업 주식 가운데 700만 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처분하겠다고 공시했다. 발행주식 총수의 9.18%에 해당하는 규모로 당시 기준 매각 예정 금액은 8000억 원을 웃돌았다.

실제 매각은 지난 6월 이뤄졌고 이 대표의 지분율은 34.66%에서 25.48%로 낮아졌다. 최대주주 지위에는 변함이 없다.


리노공업 주가는 지난 4월 12만9000원까지 상승한 뒤 가파른 조정을 받으며 7월 말 5만40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반등에 나서 최근 7만원선을 회복했지만, 중장기 이동평균선이 여전히 주가 위에 자리하고 있어 본격적인 추세 전환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리노공업 주가는 지난 4월 12만9000원까지 상승한 뒤 가파른 조정을 받으며 7월 말 5만40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반등에 나서 최근 7만원선을 회복했지만, 중장기 이동평균선이 여전히 주가 위에 자리하고 있어 본격적인 추세 전환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기간 주가도 크게 흔들렸다. 리노공업 주가는 지난 4월 23일 장중 12만9000원까지 올랐지만 지난 7월 29일에는 장중 5만4000원까지 떨어지며 약 3개월 만에 고점 대비 58%가량 하락했다.


이후 14일 장중 7만800원 수준까지 반등했지만 여전히 4월 고점과 비교하면 약 45% 낮다.


주가 하락은 반도체 업황과 증시 수급, 실적 전망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블록딜이나 노사 갈등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최대주주의 대규모 지분 처분과 첫 노조 출범, 총파업, 주가 급락이 비슷한 시기에 겹쳤다는 점은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사 관계도 갈수록 악화됐다.


노조는 지난 5월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되자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후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는 재적 조합원 393명 가운데 340명이 투표했고 315명이 찬성했다.


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현재 실제 근무 대상 직원 665명 가운데 34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쟁 수위도 높아졌다. 노조는 지난 13일 조합원 약 350명이 참석한 집회에서 김승하 노조위원장과 이헌남 수석부지회장, 남주영 새미래노동조합 위원장이 삭발했고, 이 수석부지회장은 단식농성에도 들어갔다.


노조는 사측이 적극적인 대화와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신속한 교섭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조가 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요구안을 유지하면서 추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상여금과 성과급 지급 방식이다.


노조는 최근 수정안을 통해 고정상여금 400%와 상반기 성과급 300% 지급을 요구하고, 연말 별도 경영성과급은 회사 경영상황에 따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해당 요구가 사실상 고정급 부담을 크게 늘릴 수 있다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최근 5년 동안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고 2024년 직원 평균 급여가 1억 원을 넘는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갈등을 단순히 임금 수준만의 문제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첫 노조 출범 이후 불과 수개월 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과 총파업, 삭발, 단식농성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리노공업은 반도체 검사 과정에 사용되는 '리노핀(Leeno Pin)'과 IC 테스트 소켓 등을 생산하는 부산 대표 상장기업이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4일 노사 양측에 교섭 재개를 촉구했지만 아직 뚜렷한 돌파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사측은 오는 20일 오후 2시 제11차 단체교섭을 재개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노조는 더 빠르고 진정성 있는 교섭이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올해 리노공업에서는 최대주주의 수천억 원대 지분 매각과 창사 이후 첫 총파업이 동시에 발생했고, 주가는 고점 대비 한때 약 58%까지 급락했다.

세 사안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부품기업으로 성장한 리노공업이 내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삭발과 단식농성까지 맞았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갈등 조정 능력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한편 리노공업은 부산 에코델타시티에 총 2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6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이며, 기존 공장보다 약 2배 넓은 7만2519㎡ 부지에 연면적 6만9525㎡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