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찬홈' 가고 제17호 태풍 '낭카' 온다…한국 영향은?
작성일
태풍 찬홈 소멸 후 일본 지바현 기록적 폭우, 인명피해 발생
한반도 직접 피해 없지만 광복절 연휴부터 전국 집중호우 예보
제15호 태풍 '찬홈'이 열대저기압을 거쳐 완전히 소멸한 가운데, 뒤이어 발생한 제17호 태풍 '낭카'가 일본 도쿄 남동쪽 먼바다에서 북상하고 있다. 두 태풍 모두 한반도를 직접 강타하지는 않았지만, 남긴 수증기와 기압계 변화로 광복절 연휴 기간 전국에 비 소식이 이어질 전망이다. 같은 시기 일본 지바현에서는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기록적 폭우가 내려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제17호 태풍 낭카, 일본 도쿄 동쪽 먼바다서 정체 후 북상
기상청에 따르면 14일 오전 3시 기준 낭카는 일본 도쿄 동남동쪽 약 1450㎞ 해상에서 중심기압 992hPa, 최대풍속 초속 23m의 세력을 유지한 채 동쪽으로 이동 중이다. 초속 15m 이상 강풍이 부는 반경은 340㎞로, 태풍 강도로는 가장 낮은 단계인 '1'에 해당한다. 일본 기상청은 같은 날 오전 6시 45분 발표에서 낭카가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해상에서 시속 30㎞로 북동진하고 있으며 중심기압 990hPa, 최대풍속 초속 20m,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30m라고 밝혔다.
낭카는 14일 오후부터 이동 속도가 시속 4~6㎞까지 뚝 떨어지며 사실상 정체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상청 역시 낭카가 15일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해상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다가 16일부터 방향을 틀어 일본 동쪽 먼바다를 따라 북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예상 경로는 하루 전 발표보다 다소 동쪽으로 조정된 상태다. 애초 16일 밤 동경 151.5도 부근까지 접근할 것으로 봤던 예보가 최신 발표에서는 16~17일 동경 154.6~155.2도 부근을 지나는 것으로 바뀌었다.

세력도 점차 잦아들 전망이다. 최대풍속은 16일 오후 3시 시속 72㎞, 17일 오후 3시에는 시속 68㎞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17일 오후 3시 예상 중심기압은 998hPa로 도쿄 동쪽 약 680㎞ 해상까지 북상한 뒤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좁혀지는 17~18일에도 낭카의 중심은 한반도에서 1800㎞ 이상 떨어진 곳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일본 동쪽 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여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낭카는 말레이시아가 제출한 이름으로 열대과일 종류에서 따왔다.
올해 들어 발생한 태풍은 낭카까지 모두 17개로, 평년 1~8월 기준 발생 수 13.5개를 이미 넘어섰다. 그럼에도 국내에 상륙한 태풍은 하나도 없다. 제13호 태풍 '돌핀'은 오키나와를 지나 지난 9일 중국 저장성에 상륙한 뒤 11일 소멸했고, 제14호 태풍 '구지라'는 6일 필리핀 인근에서, 제16호 태풍 '페이러우'는 12일 먼바다에서 각각 세력을 잃었다. 한반도 주변을 겹겹이 둘러싼 고기압대가 태풍의 진로를 중국과 일본 쪽으로 밀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 열도 관통한 태풍 '찬홈', 지바현엔 기록적 물폭탄
일본 혼슈를 관통한 찬홈은 12일 오전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 3시 동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완전히 성질이 바뀌었다. 그러나 태풍이 사라진 뒤가 더 문제였다. 13일 오후, 찬홈이 남긴 열대저기압과 상공의 찬 공기가 뒤섞이면서 지바현에 시간당 100~120㎜에 달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지바시에서는 14일 오전 1시 40분까지 12시간 동안 348㎜의 비가 내려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지바시 주오구에서는 시간당 강수량이 115㎜에 달했는데, 이는 평년 8월 한 달 전체 강수량과 맞먹는 비가 단 한 시간 만에 쏟아진 셈이다. 특히 지바시 미도리구의 한 관측소에서는 13일 오후 6시부터 6시간 동안 약 450㎜가 측정되기도 했다.
일본 기상청은 13일 오후 7시 30분쯤 지바현 22개 시 등에 재해 경계 최고 단계인 5등급 폭우특별경보를 발령했다. 일본 기상청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폭우"라며 "평소 재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곳에서도 최대 수준의 경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특별경보가 나온 뒤 대피해선 늦는다"며 신속한 대피를 당부했다. 이 경보는 14일 새벽 5시 15분 4등급으로, 이후 다시 3급 강우경보로 순차 하향 조정됐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명피해도 이어졌다. 지바현 가시와시에서는 침수된 도로에 차량이 갇힌 고령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침수는 아파트 로비와 전철역 앞, 시내버스 안까지 번졌고, 곳곳에서 절벽 붕괴 신고도 접수됐다. 한때 약 4만 5000가구가 정전되기도 했다. 지바현이 14일 오전 재해대책본부 회의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으며 1명이 심정지 상태다. 대부분 차량 안에 있다가 순식간에 불어난 빗물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도 마비돼 귀가하지 못한 시민이 속출했다. 나리타공항에서는 전철과 버스 운행이 중단되면서 14일 오전 4시 기준 약 7000명의 이용객이 공항에 발이 묶였고, 공항 측은 이들에게 물과 식량, 침낭 등을 제공했다. 공항철도는 14일 오전부터 부분 재개됐지만 공항은 여전히 혼잡한 상태다. 일본 기상청은 이후에도 매우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산사태와 하천 범람, 저지대 침수 등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다만 이번 지바현 폭우는 낭카의 직접적인 영향이 아니라 찬홈이 남긴 저기압과 상층 찬 공기가 만나 발생한 별개의 현상으로 파악된다.

두 태풍 상륙 피한 한반도…광복절 연휴부터 본격적으로 비
한반도는 두 태풍의 직접 상륙은 피했지만 그 여파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찬홈이 남긴 동풍의 영향으로 강원 동해안·산지와 경북 동해안에는 14일까지 10~50㎜의 비가 예보됐고, 극심한 가뭄을 겪던 경남 남해안에도 10~40㎜ 안팎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13일 밤부터 14일 새벽 사이 서해안과 남해안, 제주도 해안에는 해수면이 높아지며 폭풍해일특보가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비가 오기 전까지는 무더위가 먼저다. 14일 아침 최저기온은 20~24도, 낮 최고기온은 27~35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수도권과 충남권,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체감온도가 33도 안팎까지 올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새벽부터 아침 사이 강원 중·북부 내륙, 밤부터는 제주도 산지에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소나기로 5~40㎜의 비가 예보됐다.
본격적인 비는 광복절 연휴부터 시작된다. 중국을 거쳐 소멸한 돌핀이 남긴 수증기가 유입되며 15일 제주를 시작으로 비가 내리고, 16일 밤부터 대체공휴일인 17일 사이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전라권과 대구·경북, 제주에 최대 80㎜, 부산·울산·경남 최대 100㎜, 경남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 등 많은 곳은 최대 150㎜에 이를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특히 15일 늦은 밤부터 16일 오전 사이에는 대기 하층으로 강한 남풍이 유입돼 남해안과 지리산 일대에 시간당 최대 50㎜의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질 수 있다. 기상청 우진규 통보관은 "이번에 형성되는 하층제트의 강수 강도가 굉장히 강할 것으로 예상이 돼서 (일부 남부 지방은) 매우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비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온 남부지방에 단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 달간 남부지방 강수량은 58.5㎜로 평년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고, 부산·울산·경남은 평년의 6%, 제주는 3% 정도밖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 다만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집중될 수 있는 만큼 지리산 일대 계곡이나 하천 주변에서는 물이 급격히 불어날 위험이 있어 야영이나 물놀이객의 주의가 요구되고, 남해안 해수욕장 등 해안가에서도 비바람 대비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이번 비가 17일 중부지방부터 점차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예상 기온은 서울 24~30도, 대전 24~31도, 광주 25~31도, 부산 26~29도로, 비가 지나간 뒤에는 다시 기온이 오르며 수도권과 충청,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33도 안팎의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