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오 대표 징역 15년…700억 유죄, 2500억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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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오 정상호 대표, 700억원 가상자산 사기로 징역 15년 확정
2500억원 혐의는 증거 불법수집으로 무죄…검찰은 20년 구형

델리오 대표 징역 15년…700억 유죄, 2500억은 무죄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델리오 대표 징역 15년…700억 유죄, 2500억은 무죄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서울남부지방법원이 가상자산 예치 플랫폼 델리오(Delio)의 정상호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용자들로부터 약 700억원(약 4,900만~4,930만 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가로챈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현지 매체 뉴시스에 따르면 재판을 맡은 형사11부(재판장 장찬 판사)는 정 대표에게 사기와 횡령, 허위 문서를 이용한 가상자산사업자 등록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애초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보다 5년 낮은 형을 확정했다. 다만 검찰이 제기한 핵심 혐의, 약 2,500억원(약 1억7,500만~1억7,600만 달러) 규모의 사기 혐의는 증거가 불법적으로 수집됐다는 이유로 무죄가 났다. 이번 판결은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 도권(Do Kwon)이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15년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한국계 크립토 사기 사건이 잇따라 마무리되는 흐름 속에 나왔다.

재판부 “다수 피해자에 회복 어려운 손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델리오를 운영하면서 허위로 가상자산거래업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피해자들로부터 약 70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편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수의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크립토뉴스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거액을 편취하는 범죄를 저질렀고, 그 수법과 방법, 피해 규모에 비춰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델리오를 가상자산사업자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허위 회계법인 보고서를 제출해 보유 코인 규모를 약 476억원(약 3,400만 달러)가량 부풀린 혐의도 함께 인정됐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도주 우려를 이유로 정 대표를 구속했다. 재판부는 양형에서 외부 요인이 델리오 붕괴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과 정 대표에게 벌금형 이상의 전과가 없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항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500억원 혐의는 왜 무죄가 됐나 / AI 생성 이미지
2500억원 혐의는 왜 무죄가 됐나 / AI 생성 이미지

2500억원 혐의는 왜 무죄가 됐나

당초 검찰은 정 대표가 2021년 8월부터 2023년 6월 사이 약 2,800명의 피해자로부터 약 2,50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편취했다고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델리오의 서버를 호스팅한 업체 가비아(Gabia)를 대상으로 진행된 압수수색이 위법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델리오 측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압수물 목록도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서버에서 확보한 데이터베이스와 이를 토대로 한 파생 증거 전체가 증거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 판단으로 핵심 기소 내용이 사실상 무너졌다. 검찰은 증거가 배제될 가능성에 대비해 별도로 예비적 공소사실을 제출해뒀는데, 약 1,100명의 피해자와 약 700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였다. 결국 재판부는 이 예비적 공소사실만 유죄로 인정했다. 정 대표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은 나머지 41명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초 예정된 선고일은 7월16일이었으나 정 대표 측이 증거 문제를 제기하면서 변론이 재개돼 선고가 미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자산은행” 자처하다 파산까지

델리오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USDT 등 가상자산 예치에 최고 연 10.7%의 수익률을 약속하며 자신을 “디지털 자산 은행”으로 홍보했다. 델리오의 설립 시점에 대해서는 매체별 보도가 다르다. 크립토뉴스는 2018년 설립됐다고 전했고, 코인텔레그래프는 2022년 출시됐다고 보도해 차이가 있다.

델리오는 2023년 6월14일 하룻밤 사이 이용자들의 인출을 막았다. 당시 시장 변동성 증가를 이유로 들었다. 이후 같은 해 8월에는 웹호스팅 등 운영비 지급에 대한 법원 승인을 받지 못해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했고, 2024년 11월 파산이 선고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정 대표가 기만적인 홍보와 부실 운영으로 이용자 피해를 키웠다고 봤다.

델리오의 인출 중단은 비슷한 시기 또 다른 가상자산 예치 플랫폼 하루인베스트(Haru Invest)의 위기와도 맞물려 있다. 하루인베스트 역시 2023년 6월 예치·인출을 중단했고, 이후 최고경영자 휴고 리(Hugo Lee) 등 임원 3명이 약 1조1,000억원 규모의 고객 자산 관련 혐의로 체포됐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델리오의 인출 문제를 하루인베스트, B&S홀딩스와 연결된 자금 흐름과 결부시켰다. B&S홀딩스의 최대주주였던 방씨 성을 가진 인물이 인출 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 하루인베스트는 FTX 붕괴 관련 노출로 약 3,500억원(약 2억3,6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으며, 검찰은 이 혼란 속에서 정 대표의 행위가 델리오 이용자 피해를 더 키웠다고 주장했다.

잇따르는 한국계 크립토 사기 재판

이번 판결은 한국계 인사가 연루된 크립토 사기 사건이 잇따라 마무리되는 흐름의 일부다.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 도권은 UST 스테이블코인과 루나 토큰 생태계가 2022년 5월 붕괴하면서 약 400억 달러(약 57조원, 1달러 1,417원 기준)에 달하는 투자자 자금을 날린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붕괴 이후 약 1년간 당국의 추적을 피해 다니다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혀 미국으로 인도됐고,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2022년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V글로벌(V Global) 임원 7명이 약 17억 달러(약 2조4,000억원, 1달러 1,417원 기준) 규모의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이병국 전 대표는 22년형을 받았다. 델리오 사건 역시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 사법당국이 가상자산 예치·투자 플랫폼의 사기성 운영에 얼마나 무겁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