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도면부터 마당까지 AI가 도왔다…어머니 위해 다시 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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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심해진 둘째 아들 위해 가족이 직접 쌓아 올린 흙부대 집
산불로 사라진 어머니 집, 아들이 AI 활용해 15평 모듈러 주택 완성
아토피로 일상생활까지 힘들어진 둘째 아들을 위해 가족이 직접 흙부대를 쌓아 올려 만든 집과 산불로 평생의 보금자리를 잃은 어머니를 위해 아들이 다시 지은 집이 공개된다. 한 집은 가족이 흙을 만지고 땀을 흘리며 8000개의 흙부대를 쌓아 완성했고, 또 다른 집은 AI까지 활용해 어머니의 생활 방식에 맞춘 새로운 보금자리로 다시 태어났다.

EBS1 ‘건축탐구 집’은 오는 18일 방송되는 ‘가족을 살린 집’ 편에서 경기 동두천의 친환경 흙집과 경북 안동의 모듈러 주택을 찾아간다. 집을 짓게 된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두 가족 모두 가장 가까운 사람의 삶을 되돌려 놓기 위해 새로운 집을 선택했다.
아토피 아들 위해 시작한 집짓기…8000개 흙부대 쌓았다

첫 번째 집은 경기 동두천에 있다. 일반적인 주택과는 생김새부터 다른 이 집은 가족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손으로 지어낸 친환경 흙집이다.
가족이 처음부터 흙집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이전까지는 평범한 아파트에서 생활했고 직접 집을 짓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변화는 새 아파트로 이사한 뒤 찾아왔다. 아토피가 있던 둘째 아들의 상태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해졌다. 가족은 아이의 증상을 낫게 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아봤지만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서 지낼 때는 아들의 아토피 증상이 눈에 띄게 완화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극심한 가려움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지켜보던 부부는 결국 친환경 흙집을 직접 짓기로 결정했다.
집짓기 경험은 전혀 없었다. 흙집에 대한 전문 지식도 부족했지만 주변에서 “우선 시작해보라”는 조언을 듣고 책 한 권을 길잡이 삼아 두 아들과 함께 집짓기에 뛰어들었다.
35kg 흙부대 하나씩…집 완성되기 전 찾아온 변화

집짓기는 쌀자루에 흙을 채우는 일부터 시작됐다. 기초를 다지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35kg에 달하는 흙부대를 하나씩 쌓아 벽을 만드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벽이 높아질수록 흙부대를 더 높이 들어 올려야 했다. 남편 기운 씨에게 복대는 필수품이 됐고 아내 윤정 씨 역시 힘들어하는 가족들을 지켜보며 수없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겪었다.
가족만의 힘으로 버틴 것도 아니다. 함께 교회에 다니던 교인들이 주말마다 찾아와 집짓기를 도왔다. 부부는 당시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집을 완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돌아본다.
그런데 집이 완성되기도 전에 가족이 기다리던 변화가 찾아왔다. 매일 흙을 만지고 땀을 흘리며 집을 짓던 과정에서 둘째 아들의 아토피가 눈에 띄게 호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 피부에 새살이 돋기 시작하면서 집짓기 자체가 가족에게 새로운 시간이 됐다. 단순히 완성된 공간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변화를 경험했다.
황토 바닥에 찹쌀풀 코팅…한여름에도 실내 26도 안팎

집을 지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친환경이었다. 다만 집 전체를 황토만으로 완성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자연 재료를 최대한 살리면서 유지·보수까지 고려한 방법을 택했다.
천장은 흙에 소량의 시멘트를 섞어 뿜칠 방식으로 마감했다. 바닥에는 황토와 맥반석 가루를 섞어 미장했고 그 위에 찹쌀풀을 세 차례 덧발라 천연 코팅을 완성했다.
이렇게 약 8000개의 흙부대를 차곡차곡 쌓아 집 한 채가 완성됐다. 한여름에도 실내 온도가 26도 안팎을 유지해 가족들은 동굴 안에 들어온 듯한 쾌적함을 느낀다고 한다.
옹기를 만드는 아내 윤정 씨에게 남편 기운 씨는 이 집을 두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도자기를 만들었다”고 농담한다. 아들의 아토피를 낫게 하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집은 11년 동안 햇빛을 받으며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다.
산불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집…어머니 위해 다시 짓기 시작했다

두 번째 집은 경북 안동에 있다. 산불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지역에서 이재민 임시주택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깔끔하게 정돈된 마당과 장독대, 작은 집 한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산불로 평생의 보금자리를 잃은 어머니를 위해 아들 상우 씨가 새로 지은 집이다. 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자리를 지켜온 어머니의 옛집은 지난해 안동 산불로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어머니는 이재민 임시주택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은 마련됐지만 평생 넓은 마당과 밭을 오가며 살아온 어머니에게 컨테이너 생활은 쉽지 않았다. 활동량이 줄면서 점차 생기까지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상우 씨는 원래 살던 그 자리에 다시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어머니가 하루라도 빨리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길 바랐고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는 모듈러 하우스를 선택했다.
혼자 살기 좋은 15평…주말엔 5남매 모두 모인다

집의 규모는 약 15평이다. 어머니 혼자 생활하는 만큼 집이 지나치게 커 관리가 부담스럽지 않도록 면적을 정했다.
반면 거실은 넉넉하게 만들었다. 평소에는 어머니 혼자 머물지만 주말이면 5남매가 모두 모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가족들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컨테이너 생활로 답답함을 느꼈던 어머니를 위해 거실에는 큰 창을 냈다. 거실과 주방, 안방에도 창을 추가해 맞바람이 잘 통하도록 했다.
밭과 텃밭을 자주 오가는 생활 방식도 설계에 반영됐다. 주방 옆에 별도의 출입문을 두고 집 밖으로 곧바로 나갈 수 있도록 했다.
마당 역시 어머니의 생활에 맞췄다. 데크에 앉아 사람들과 주변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대문은 낮게 만들고 마당은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넓게 확보했다. 나무 역시 시야를 가리지 않는 높이로 심었다.
건축 몰랐던 아들, AI와 집 지었다

상우 씨에게 또 다른 문제는 건축 경험이었다.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탓에 안동을 자주 찾기도 어려웠고 시공 과정과 설계를 직접 챙길 전문 지식도 부족했다.
이때 적극 활용한 것이 AI였다. 집에 대한 궁금증을 AI에 묻고 건축 도면을 함께 검토하면서 필요한 부분과 변경해야 할 사항을 하나씩 확인했다.
표준화된 모듈러 주택이었지만 그대로 시공하지 않았다. 예상 견적과 공사비를 살피는 것은 물론 생활 방식에 맞춰 추가해야 할 요소도 검토했다.
한 차례 산불을 겪었던 곳이라는 점도 중요했다. 상우 씨는 화재에 대비할 방법을 꼼꼼히 확인했고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확산식 소화기 설치 방안도 검토했다. 주방 옆 뒷문처럼 실제 생활에 필요한 구조 역시 하나씩 조정했다.
마당 디자인·자재·예상 공사비까지 AI가 제안
AI 활용은 집 내부에서 끝나지 않았다. 마당 조경을 결정할 때도 AI에 도움을 받았다. 최종 조경 디자인을 요청하자 이미지와 필요한 자재, 예상 공사비까지 제안받았다. 이를 토대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원하는 형태의 마당을 완성했다. 전문 건축가가 아닌 만큼 모르는 부분을 그대로 두기보다 AI를 활용해 하나씩 배우며 결정을 이어간 셈이다.
산불로 집과 이전의 생활 방식을 함께 잃었던 어머니는 아들이 새로 지은 집에서 다시 마당과 밭을 오가는 일상을 시작하게 된다.
한 가족은 아들의 아토피를 낫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8000개의 흙부대를 직접 쌓아 집을 만들었고, 또 다른 가족은 산불로 집을 잃은 어머니를 위해 AI까지 활용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완성했다.
‘건축탐구 집’은 두 집을 통해 가족 한 사람의 삶을 되돌리기 위해 집이 어떻게 시작되고 완성됐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가족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들여다본다.
EBS1 ‘건축탐구 집’ ‘가족을 살린 집’ 편은 오는 18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