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칼럼] 거꾸로 보인 태극기, ‘의도’보다 중요한 행정의 기본
작성일
태극기 논란, 공공기관의 검수 체계 문제 드러내다
거꾸로 보인 태극기, 연출 의도보다 국민 인식을 우선해야 하는 이유

광복절을 앞두고 한 공공기관의 공식 현수막에 쓰인 태극기 이미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제81주년 광복절, 빛을 되찾은 그날’이라는 문구와 함께 독립운동가가 태극기를 들어 올린 모습이 담긴 홍보물이었지만, 정작 시민들의 시선이 멈춘 곳은 문구가 아닌 태극 문양이었다. 태극기의 빨간색과 파란색, 그리고 건곤감리의 위치가 거꾸로 뒤집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이 현수막을 봤을 때 나 역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맞나?”였다.

논란이 일자 지난 8월 8일 해당 현수막은 철거되었지만, 태극기를 잘못 그린 것이 아니라 독립운동가가 태극기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구도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명이 더해졌다. 제작자의 연출 의도만 놓고 보면 이러한 설명 역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번 논란을 단순히 ‘누군가 실수로 태극기를 거꾸로 그렸는가’의 문제로만 보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의 홍보물에서 제작자의 의도와 시민이 받아들이는 이미지가 충돌했을 때 무엇을 우선해야 하느냐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작품이라면 낯선 구도나 실험적인 표현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지만, 공공기관의 공식 홍보물은 관객이 제작자의 의도를 추측해야 하는 예술 작품이 아니다.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상징물인 태극기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아무리 ‘아래에서 올려다본 시점’이라는 연출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이 한눈에 ‘거꾸로 된 태극기’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었다면, 검수 단계에서 다른 표현을 선택했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논란에서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태극기 문제를 둘러싼 온라인의 반응이었다. 국가상징에 대한 문제 제기를 단순히 특정 세대나 정치 성향의 반응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슈퍼주니어 김희철 씨가 현수막을 보고 강한 반응을 보였다가 연출 구도에 대한 해명을 접한 뒤 판단이 성급했다며 사과하는 일도 있었고, 이후 최시원 씨는 다른 기관들이 비슷한 이미지를 사용하면서도 태극기가 일반적인 정방향으로 보이도록 수정한 사례를 함께 공개했다. 별도의 설명은 없었지만, 같은 이미지를 사용하더라도 오해의 여지를 줄이는 방식이 가능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나는 이 장면이 꽤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태극기를 제대로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반드시 특정 정치 성향이나 구시대적인 애국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광복절은 올해로 81주년을 맞는다. 광복절이 되면 태극기는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와 공동체를 상징하는 표식으로 다시 등장한다. 그렇기에 공식적인 자리에서만큼은 그 의미와 형태를 더욱 세심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일상에서 특별히 애국심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대표하는 가장 기본적인 표식만큼은 제대로 다뤄달라는 요구에 가깝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해프닝이나 특정 지자체에 대한 비난, 혹은 정치적 편 가르기로 흘러가 버리지 않고, 공공기관이 국가상징물을 사용할 때 얼마나 더 세심하게 검수해야 하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시민이 먼저 발견하고 지적하기 전에 행정이 먼저 발견할 수 있도록,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는 설명보다 처음부터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만드는 것. 나는 그것이 공공 행정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