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면밀히 지켜보는 중”… '증조부 친일 논란' 하영 차기작, 결국 공식 입장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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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부 친일’ 사과한 하영…SBS ‘승산 있습니다’ 내년 2월 방영 예정대로
광복절을 앞두고 증조부의 친일 행적이 드러나며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선 배우 하영이 SBS 새 금토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의 촬영을 차질 없이 이어가고 있다.

해당 작품이 일본의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신작으로 확인된 가운데 주연 배우의 개인사 파문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방송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란 속 촬영 강행…SBS “상황 면밀히 지켜보는 중”
지난 12일 연예계에 따르면 하영은 내년 2월 방영을 목표로 제작 중인 SBS 새 금토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돼 현재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하영은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이 확인돼 대중의 비판을 받은 당일에도 현장에 정상적으로 참여해 본인 분량의 촬영을 소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하영의 중도 하차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첫 방송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남아있는 데다 여주인공을 둘러싼 역사의식 논란이 실제 드라마의 흥행 성패로 이어질지는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SBS 측은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는 이미 상당 부분 촬영이 진행된 상태”라며 “현재 촬영 분량이나 구체적인 진행률에 대해서는 상세히 밝히기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 이어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상황의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인기작 ‘리갈 V’ 리메이크…이제훈과 코믹 법조 탐정물 합작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는 전직 변호사이자 현직 사무장인 주인공이 독특한 방식으로 승산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승리로 이끌어가는 과정을 그린 코믹 법조 탐정물이다. 배우 이제훈이 남자 주인공 ‘권백’ 역을 맡아 하영과 호흡을 맞춘다.

극 중 이제훈이 연기하는 권백은 한때 잘나가던 스타 변호사였으나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자격을 박탈당한 인물이다.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그는 오합지졸 멤버들을 모아 허름한 법률사무소를 차린 뒤 ‘사무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정을 파거나 한 판 쇼를 벌이는 등 변호사 시절보다 더 능력 있고 재미있는 괴짜 사무장으로서 파란을 일으킨다.
하영은 돈도 빽도 없지만 성실함만큼은 으뜸인 신참 변호사 ‘여심희’ 역을 맡았다. 여심희는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권백이 추락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여 법률사무소 승산의 수석 변호사로 들어가는 인물이다. 망가진 롤모델의 모습에 처음엔 실망하지만 다음 수까지 내다보는 권백의 반전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르며 어엿한 변호사로 성장해 나간다.

본 작품의 원작은 2018년 일본 TV아사히에서 방송된 인기 드라마 ‘리갈 V ~전 변호사 타카나시 쇼코~(Legal V)’다. 일본의 톱배우 요네쿠라 료코가 주연을 맡아 자격을 잃은 전직 변호사가 문제적 변호사들을 모아 대형 로펌과 권력자들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려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 리메이크판은 원작의 핵심 설정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법조 환경에 맞춰 일부 설정을 변경했다. 일본 원작이 요네쿠라 료코의 전작인 ‘닥터-X’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제작돼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과 달리 한국판은 독자적인 작품으로 각색되면서 남성 주인공(이제훈) 중심으로 성별이 변경됐다.
예능서 시작된 가문 자랑…밝혀진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
하영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시작됐다. 방송에 출연한 하영은 자신이 ‘4대째 의사 가문’ 출신이라고 소개하며 “증조부께서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신 뒤 한양에 서양식 의원을 개업하셨고 고종 황제를 직접 진료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하영은 앞서 지난해 1월 진행된 매체 인터뷰에서도 증조부에 대해 “한양 안에 첫 양방을 개업하신 의사였으며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고 밝힌 바 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의 입신양명 수단이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 유학을 다녀왔다는 사실만으로 친일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귀국 후 한양에 의원을 열고 고종을 진료했다는 행적 역시 한반도 근대의료 발전에 기여한 선조로 평가받을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방송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와 역사적 기록을 통해 하영이 언급한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인물 ‘안상호’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안상호는 1916년 대표적인 친일단체로 분류되는 ‘대정친목회(大正親睦會)’의 평의원으로 참여한 인물이다.
또한 일제강점기 기관지였던 '매일신보'에는 안상호의 가정이 일본식 생활 양식을 따르는 ‘일선동화(日鮮同化)’의 모범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안상호는 1918년 매일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일본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조선인들과는 거의 교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긴 기록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대중 사이에서는 하영이 증조부의 친일 행적으로 축적된 가문의 배경을 공중파 방송에서 경솔하게 자랑했다는 비판이 들불처럼 번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일 “증조부가 안상호 선생인 것은 맞으나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친일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대정친목회 명단과 매일신보 기사 등 구체적인 사료와 물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부인으로 대응해 오히려 화를 키웠다. 비판이 거세지자 소속사 측은 “자세한 내용을 다시 확인하여 성실히 재입장을 밝히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결국 지난 11일 소속사는 기존 ‘사실무근’ 입장을 공식 번복했다. 소속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올라 있는 기록을 실제로 확인했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하게 ‘사실무근’이라 답변해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증조부 안상호의 행적을 둘러싼 역사학계의 평가도 재조명되고 있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참여했던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대정친목회는 일제 무단통치기에 조선인 유력자들을 포섭해 내선융화를 선전하기 위해 설립된 친일단체”라며 “안상호가 해당 단체의 평의원으로 활동했다면 친일 행위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역사학자 심용환은 “안상호가 대정친목회에 참여하고 그의 가정이 일제의 동화정책 선전에 이용된 점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친일 부역 행위가 추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단체 가입 기록만으로 인물 전체를 곧바로 ‘친일파’로 매도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하영의 자필 사과문…방영 중인 넷플릭스 ‘이엿사’에도 불똥
소속사의 입장 번복에 이어 배우 하영 역시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자필 사과문을 게재하고 대중 앞에 고개를 숙였다.

하영은 사과문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자료를 직접 찾아보는 과정에서 증조부의 친일적 행적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일제강점기라는 뼈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문의 역사를 가볍게 언급했던 지나간 행동을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집안 어른들을 통해 들은 단편적인 이야기만 믿고 무지한 상태에서 여러 공식 석상과 방송을 통해 증조부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해 왔다”면서 “미처 몰랐다는 사실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길 핑계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후손으로서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특히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 이 같은 부족함으로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다”고 거듭 사과했다.

한편 이번 논란의 여파는 하영의 차기작인 SBS ‘승산 있습니다’뿐 아니라 현재 공개 중인 작품으로도 퍼지고 있다. 하영이 배우 정해인과 함께 주연을 맡아 현재 방영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에도 불똥이 튄 상태다.
'이런 엿같은 사랑'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검사 고은새(하영 분)와 자신이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복싱 코치 장태하(정해인 분)의 우당탕탕 동거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다. 여주인공의 ‘역사인식 부재’ 논란이 불거지면서 현재 상영 중인 작품의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