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이경영 후손의 고백 “아버지는 일용직, 친일파 후손 잘살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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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 향해 “자부심만 가진채 증조부 행적 찾아보지 않았다” 쓴소리

이하 영화 '암살' 속 친일파 사업가 강인국(이경영 분).  / 영화 '암살' 스틸컷
이하 영화 '암살' 속 친일파 사업가 강인국(이경영 분). / 영화 '암살' 스틸컷

배우 하영(33)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자신도 친일파 후손이라고 밝힌 간호사의 사연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영화 '암살'에 등장하는 악질 친일파 캐릭터의 실제 모델이 자신의 증조부라는 주장이다.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하영 증조부 친일에 대한 친일파 후손의 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했다.


글쓴이 A 씨는 "우리 집안의 뿌리가 매국노라는 사실을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보고 알았다'며 글을 시작했다. 현재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는 그는 "조상의 업보를 청산한다는 생각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고 밝혔다.

A 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계기는 영화 '암살'이었다고 한다. 그는 "영화에서 배우 이경영이 금광채굴권을 따내려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 증조부가 바로 그 금광채굴권을 딴 실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며 해당 캐릭터를 향해 욕설하던 중, 아버지로부터 "네 증조부가 금광채굴권을 땄던 저 인물"이라는 말을 듣게 됐다는 것이다.

영화 '암살' 스틸컷
영화 '암살' 스틸컷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 작전을 둘러싼 독립군·임시정부 대원들과 이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금광채굴권을 딴 친일파 강인국 역은 배우 이경영이 연기했다. 강인국은 암살 위기에 처한 데라우치 초대 조선 총독을 구해내고, 조선 주둔군 사령관의 아들과 외동딸을 정략결혼시키는 등 출세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그려졌다.

강인국은 여러 친일파의 특징을 합성한 가상 인물이나, 당시 경성 최대 백화점이었던 화신백화점 사장 박흥식(1902~1994)의 행적이 크게 투영됐다는 평을 얻고 있다. 박흥식은 조선비행기공업회사를 설립해 일제에 비행기 등 군사물자를 지원한 대표적 친일 자본가다. A 씨의 증조부가 박흥식인지는 불분명하다.


A 씨는 아버지 역시 처음부터 진실을 알았던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나라에 큰 공을 세워 금광채굴권을 땄다고 들었다고 한다"며 "'그 시대에 어떻게 금광채굴권을 딸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직접 자료를 찾아보다 아버지도 뒤늦게 친일 행적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배우 하영. / 뉴스1
배우 하영. / 뉴스1

A 씨는 최근 친일 후손 논란에 휩싸인 하영을 향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사실 스스로 고민해봤어야 했다"며 "고종을 치료했다는 사실까지 알았다면 더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님이 늘 자랑스럽게 얘기하다 보니 자부심만 가진 채 직접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조상의 친일 행적을 후손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해 A 씨는 다소 비관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자신도 친일파 후손이면서 "친일파의 자손들은 잘살면 안 되는 게 맞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유에 대해 "업보는 결국 자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해 가끔 일용직을 하며 우울증을 앓고 계시고, 고모와 삼촌도 불행한 결혼 생활 속에 자식들 역시 변변치 않게 살아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간호사로 일하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너무 힘들고 무례한 환자를 만나도 조상의 업보를 청산한다는 생각으로 그 몇 배로 노력하고 있다"며 "업보는 어떻게든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A 씨는 글을 마무리하며 "어릴 때부터, 혹은 부모 대 이전부터 대대로 부유했다면 반드시 자기 뿌리를 찾아보길 권한다"며 "과거의 잘못과 그 업보는 자식이든 본인이든 언젠가 돌아올 수밖에 없다. 반성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반성하며 살아야 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