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 2달 앞뒀는데…'거장' 안판석 감독이 남긴 마지막 한국 드라마
작성일
'연애박사' 10월 5일 ENA 공개 예정

'드라마 거장' 안판석, 투병 끝에 영면

안판석 감독이 12일 별세했다. 지난해 폐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이어오던 그는 지난달 31일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후 약 2주 만에 끝내 눈을 감았다.
'연애박사' 제작진은 같은 날 공식 입장을 내고 "안판석 감독님께서 2026년 8월 12일, 향년 64세로 별세하셨다"고 알렸다. 제작진은 "가슴 아픈 소식을 전하게 됐다"며 "유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 절차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깊은 슬픔에 빠져 계신 유가족이 고인과 조용히 작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장례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하고자 하니 간곡히 협조 부탁드린다"며 취재진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고인의 가시는 길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1961년생인 고인은 1987년 MBC에 입사하며 방송계에 발을 들였다. 1994년 MBC 베스트극장 '사랑의 인사'로 연출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2003년 MBC를 떠나 프리랜서 연출자의 길을 걸었다.
대표작은 손에 꼽기 어려울 만큼 많다. 대학병원 내부의 권력 다툼을 밀도 있게 그린 '하얀거탑'(2007)으로 '웰메이드 드라마' 열풍을 이끈 그는 이후 '아내의 자격'(2012), '밀회'(2014), '풍문으로 들었소'(2015)를 통해 일상 이면에 숨은 욕망과 계급에 대해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파고들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와 '봄밤'(2019)에서는 어른들의 현실 로맨스를 밀도 높게 담아내며 멜로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확고히 했다. 최근작으로는 '졸업', '협상의 기술' 등이 있다. 2006년에는 차승원 주연의 영화 '국경의 남쪽'으로 스크린에도 진출한 바 있다. 2018년에는 대한민국 콘텐츠대상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유작 '연애박사'…안판석 감독과 추영우·김소현이 완성한 마지막 작품

고인의 마지막 연출작은 ENA 새 월화드라마 '연애박사'다. 오는 10월 5일 첫 방송을 앞둔 작품으로, 이미 모든 촬영과 후반 작업을 마친 상태라 예정대로 시청자와 만난다. 안판석 감독의 별세로 '연애박사'는 단순한 신작을 넘어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연출의 흔적이 됐다.
'연애박사'는 고등학교 때 수영선수였지만 병으로 한 쪽 다리를 잃은 박사과정생 박민재(추영우)와 진로를 잃고 방황하다 새로운 길에 들어선 석사과정생 임유진(김소현)의 이야기를 그린다. 로봇 연구실에서 피어난 맵고 쓰고 달콤한 로맨스를 통해 대학원생들의 다채로운 일상을 함께 담아낸다.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 촬영을 시작해 약 4개월간의 대장정 끝에 완성됐다. 극본은 '옥탑방 고양이', '풀하우스'로 사랑받은 민효정 작가가 맡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남자 주인공 박민재 역은 추영우가 맡았다. 오른쪽 다리를 잃고 수영선수의 꿈을 접은 뒤 로봇공학이라는 새로운 삶을 찾은 인물로, 감정 표현에 서툰 그가 추진력 강한 유진을 만나 변화를 겪는다.
추영우는 '학교 2021', '오아시스' 등으로 얼굴을 알린 뒤 JTBC '옥씨부인전'에서 로맨티스트 전기수 천승휘를 연기하며 대세 배우로 발돋움했다. 시청률 13.6%로 막을 내린 이 작품에 이어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의 양재원 역으로도 흥행을 거뒀고, '견우와 선녀', '광장' 등 화제작에 연이어 출연했다.
캐스팅 당시 추영우는 "존경하는 안판석 감독님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이번 작품은 조금 더 학구적으로 다가가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좋은 글과 좋은 배우들, 좋은 스태프들과 함께하는 만큼 행복한 마음으로 민재를 만나러 가보겠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여자 주인공 임유진 역은 김소현이 연기한다. 의류학과 학부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혼란을 겪던 중, 학과 내 부당한 사건을 공론화했다가 '트러블메이커'라는 낙인이 찍혀 대학원 진학의 길이 막힌 인물이다. 그는 민재를 만나 로봇공학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며 치열하게 성장해 간다.
김소현은 '해를 품은 달', '보고싶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에서 아역으로 주목받은 뒤 '후아유 - 학교 2015'로 주연으로 안착했다. 이후 tvN '소용없어 거짓말', JTBC '굿보이' 등으로 매 작품 새로운 얼굴을 선보여 왔다. 김소현은 캐스팅 소식이 알려진 뒤 "안판석 감독님과의 만남 그 자체로 정말 영광이고 많이 설렌다"며 "더불어 '연애박사' 안에서 보여질 유진의 당돌한 매력 역시 저를 끌어당겼다. 이번 작품을 통해 좋은 모습과 연기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밖에도 작품에는 김민, 이규성, 심혜진, 박혁권, 서정연, 장인섭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판석 감독 특유의 섬세한 인물 묘사와 관계의 깊이감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구현됐을지, 그가 남긴 마지막 연출작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인다.
누리꾼들은 "안판석 감독님만의 연출에는 늘 드라마가 아니라 내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자연스러움과 진심이 있어서 좋았다" "투병 중에 촬영하고 편집까지 다 어떻게 마치셨는지 정말. 힘드셨을텐데 편히 쉬셔라. 감독님 작품들 너무 좋아했다" "첫방 얼마 안 남았는데...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슬퍼서 어떻게 보나" 등의 추모와 안타까움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