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드론 장비 갖춘 미군도 당했다…우크라이나 드론과 훈련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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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기갑여단, 우크라이나 드론에 잇따라 ‘격파’ 판정
정찰·FPV 드론 공격에 고전…훈련 후반 대응 능력 개선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가 독일에서 진행된 미군과의 합동훈련에서 미 기갑여단을 훈련 판정상 사실상 전멸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호헨펠스 훈련장에서 열린 ‘컴바인드 리졸브 26-07’ 훈련 중 비행하는 드론. / 미 육군 영상 캡처
독일 호헨펠스 훈련장에서 열린 ‘컴바인드 리졸브 26-07’ 훈련 중 비행하는 드론. / 미 육군 영상 캡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훈련 참가자와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올해 봄 독일에서 열린 ‘컴바인드 리졸브’ 훈련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가 미군 병력과 장갑차량을 빠르게 찾아내 무력화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컴바인드 리졸브 26-07’ 훈련은 지난 4월 9일부터 5월 10일까지 독일 바이에른주 호헨펠스의 합동다국적준비센터(JMRC)에서 진행됐다. 컴바인드 리졸브는 미군과 동맹국 병력이 대규모 지상전 상황에서 기동전과 전투 준비태세를 점검하는 정례 훈련이다.

이번 훈련에는 유럽에 순환 배치된 미군 약 3500명이 참가했다. 미군은 헬리콥터와 드론 등의 지원을 받으며 대항군이 방어하는 진지를 공격하는 역할을 맡았다.

대항군에는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 ‘네메시스’ 소속 병력이 합류했다. 이들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정찰·공격 드론을 운용해온 실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호헨펠스 합동다국적준비센터에서 열린 ‘컴바인드 리졸브 26-07’ 훈련에서 미 육군 M1A2 에이브럼스 전차가 모의 표적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 미 육군
독일 호헨펠스 합동다국적준비센터에서 열린 ‘컴바인드 리졸브 26-07’ 훈련에서 미 육군 M1A2 에이브럼스 전차가 모의 표적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 미 육군

모의 전투가 시작되자 미군 기갑부대는 중장갑 차량을 앞세워 대항군 진지를 향해 진입했다. 하지만 차량들이 움직이면서 일으킨 먼지 구름이 공중에서 그대로 드러났고, 이를 포착한 우크라이나 정찰 드론이 미군 차량의 위치를 빠르게 찾아냈다.

정찰이 끝나자 곧바로 공격이 이어졌다. 폭발물을 떨어뜨리는 드론에 이어 조종자가 카메라 영상을 보며 표적에 직접 충돌시키는 1인칭 시점(FPV) 드론까지 투입되면서 미군 차량들이 잇따라 격파 판정을 받았다.

실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훈련 특성상 드론이 차량 상공에 머물거나 충분히 가까이 접근하면 판정관이 해당 차량을 ‘격파’된 것으로 처리했다. 우크라이나 드론팀이 미군 차량을 너무 빠르게 격파 판정으로 몰아넣으면서 훈련을 계속하기 위해 이미 파괴된 것으로 처리된 차량을 새로운 전력처럼 다시 투입하는 ‘리스폰’까지 이뤄졌다고 WSJ은 전했다.

전자전·대드론 장비 갖췄지만 초반 고전…후반엔 대응 능력 개선

미군 참가 부대는 전자전 장비와 대드론 체계를 갖추고 있었지만 훈련 초반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덩치가 큰 장갑차량이 기동하면서 위치가 쉽게 노출된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다만 훈련 결과를 실제 전투에서 미군 기갑전력이 전멸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컴바인드 리졸브는 실제 전투와 비슷한 상황에서 부대의 취약점을 확인하고 전술을 개선하기 위한 훈련으로 미 육군도 대규모 지상전 수행 능력과 전투 준비태세를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군은 같은 상황을 약 2주 동안 반복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분산하고 엄폐하는 방법, 전자전을 활용해 드론을 방해하는 방법 등을 익혔다. 훈련 후반으로 갈수록 대응 능력이 나아졌으며, 우크라이나군은 중간부터 미군 측으로 역할을 바꿔 공격용 드론 운용 방법도 지원했다고 미 육군 관계자는 WSJ에 설명했다.

이번 훈련은 미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은 단거리 전장 드론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은 이미 드론과 대드론 기술 확보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올해 중동에서는 이란의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병력과 항공기 피해를 입으며 방어 능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엘리엇 코언은 WSJ에 현대전에서 각종 드론이 필수적인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며 미군이 드론전에 숙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까지는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우크라 드론팀, 다른 나토 훈련에서도 우위

독일 호헨펠스 훈련장에서 열린 ‘컴바인드 리졸브 26-07’ 훈련에서 미군 병사가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 미 육군 예비군·
독일 호헨펠스 훈련장에서 열린 ‘컴바인드 리졸브 26-07’ 훈련에서 미군 병사가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 미 육군 예비군·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을 상대로 우위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발트해 지역에서 진행된 훈련에서도 우크라이나 드론 운용병들은 영국과 에스토니아군을 비롯한 나토 병력을 훈련 판정상 빠르게 무력화했다. 당시 일부 미군 병력도 훈련에 참가했다. 올해 봄 스웨덴이 주도한 나토 연합훈련에서도 우크라이나 드론팀이 다른 참가국 병력보다 높은 성과를 냈다고 스웨덴 당국자들이 현지 언론에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와 장기간 전쟁을 치르면서 드론을 전장에서 직접 수리하고 상황에 맞춰 개조하는 능력을 축적했다. 반면 미군 드론 운용병들은 교전 상황에서 드론을 수리하거나 무장하는 실전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훈련 참가자에게서 나왔다.

미국도 우크라이나의 드론전 경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구매를 검토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산 드론을 시험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검증된 대드론 체계를 자국 병력 보호에 활용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지난 5월 상원에서 드론전 연구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미군 인력을 늘렸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훈련 결과를 두고 ‘전차의 시대가 끝났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일부 미군 장교들은 우크라이나 전선이 장기간 교착돼 병력과 장비의 이동이 제한된 환경이어서 드론의 위력이 더 커졌다며 기동전 상황에서는 전차와 장갑차 등 기갑전력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가들은 드론 기술의 발전 자체가 기존 기동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