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벤처스 폰지사기 5610억원…CFTC·SEC 나란히 제소

작성일

골리앗벤처스 폰지 의혹, CFTC·SEC “1600명서 4억달러대 모금”
CEO 델가도는 형사 유죄 인정·SEC 합의…CFTC 제재는 별도 진행

골리앗벤처스 폰지사기 5610억원…CFTC·SEC 나란히 제소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골리앗벤처스 폰지사기 5610억원…CFTC·SEC 나란히 제소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플로리다 소재 암호화폐 투자업체 골리앗벤처스(Goliath Ventures Inc)와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토퍼 델가도(Christopher Delgad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거래를 명목으로 고객 자금을 모은 뒤 실제로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였다는 혐의다. CFTC는 이 소송을 플로리다 중부지방법원에 냈다.

같은 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델가도와 골리앗벤처스를 상대로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두 기관의 제소는 8월11일(현지시각) 화요일 이뤄졌다. 골리앗벤처스는 이미 파산한 상태로, 델가도는 앞서 형사 사건에서 유죄를 인정한 바 있어 이번 소송은 사실상 후속 절차 성격이 강하다.

CFTC와 SEC, 같은 날 겨눈 두 갈래 소송

CFTC는 약 1600명의 고객이 골리앗벤처스에 최소 3억9,700만 달러(약 5,610억원, 1달러 1,413원 기준)를 맡겼다고 주장했다. 델가도와 골리앗벤처스가 약속과 달리 이 돈을 거래에 쓰지 않고 전부 유용했다는 게 핵심 혐의다.

SEC의 주장은 규모가 조금 더 크다. SEC는 골리앗벤처스가 1,300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최소 4억2,500만 달러(약 6,005억원)를 모았다고 밝혔다. 미등록 증권을 판매한 방식이었다는 게 SEC 소장의 요지다. 두 기관이 집계한 피해자 수와 모집액이 다소 차이 나는 이유는 각자 조사 범위와 시점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법무부(DOJ)는 별도로 최소 4억 달러(약 5,652억원)가 골리앗벤처스에 지급됐다고 밝힌 바 있어, 세 기관이 제시한 숫자는 조금씩 엇갈린다.

“유동성 풀에 투자” 약속…실제로는 신규 자금으로 돌려막기 / AI 생성 이미지
“유동성 풀에 투자” 약속…실제로는 신규 자금으로 돌려막기 / AI 생성 이미지

“유동성 풀에 투자” 약속…실제로는 신규 자금으로 돌려막기

SEC 소장에 따르면 골리앗벤처스는 투자자들에게 매달 3~10%의 수익률을 약속했다. 이 수익은 자사의 암호화폐 유동성 풀(liquidity pool, 거래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모아두는 구조)을 이용하는 트레이더들이 내는 수수료에서 나온다고 설명했고, 원금도 보장해준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SEC는 실제로 투자자 자금이나 암호화폐 자산이 유동성 풀에 투입된 적이 없다고 봤다. 대신 델가도가 최소 5,100만 달러(약 721억원)를 개인적으로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신규 투자자와 기존 투자자로부터 받은 자금을 끌어와 앞선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폰지 구조를 유지했고, 계좌 잔액과 수익률 지표도 조작해 보여줬다는 것이 SEC의 설명이다. 회사는 투자자를 모집한 영업 대리인들에게 수수료도 지급했다.

이런 구조는 신규 자금이 끊기는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다. SEC는 2025년11월 무렵 골리앗벤처스가 더 이상 필요한 만큼 빠르게 자금을 모을 수 없게 됐고, 매달 지급하던 배당을 멈추면서 결국 사업이 붕괴했다고 밝혔다.

델가도, 형사 유죄 인정에 이어 SEC와도 합의

델가도는 이번 민사소송 이전에 이미 형사 책임을 인정한 상태다. 플로리다 중부지구 연방검찰청이 별도로 진행한 사건에서 6월30일(현지시각) 전선사기 공모, 전선사기,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당시 DOJ는 최소 4억 달러가 골리앗벤처스에 지급됐고, 델가도가 최소 2억5,000만 달러(약 3,533억원)의 투자자 피해를 초래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델가도는 이 사건과 관련된 부동산, 차량, 고급 물품, 은행 계좌, 암호화폐 계정 등을 몰수하는 데도 동의했다.

이번 민사소송에서 델가도는 SEC 사건에 대해서는 합의(법원 승인 필요)하기로 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그는 소장에서 지적된 증권법 조항 위반 행위를 영구적으로 금지받는다. 본인 개인 계좌에서 이뤄지는 일부 거래를 제외하고는 증권 거래에 참여할 수 없고, 브로커나 딜러로 활동하거나 이들과 제휴하는 것도 금지된다. 다만 환수금(disgorgement)과 지연이자, 민사 벌금 규모는 법원이 추후 정한다.

CFTC 소송은 SEC와 별개로 계속된다. CFTC는 고객에 대한 배상, 부당이익 환수, 민사 벌금, 거래·등록 금지, 그리고 상품거래법 위반을 막는 영구적 금지명령까지 요구하고 있다.

규제당국의 메시지와 남은 과제

CFTC 위원장 마이클 셸리그(Michael S. Selig)는 이번 소송을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더 넓은 정책 방향의 일부로 설명했다. CFTC가 사기와 시세조작을 계속 단속하면서도, 정당한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사업을 키울 수 있도록 더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가겠다는 취지다. CFTC 집행국장 데이비드 밀러(David I. Miller)는 자신들의 부서가 디지털 상품 사기에 대해 여전히 “현장을 지키는 중요한 경찰(cop on the beat)”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CFTC 소장의 혐의는 아직 법원에서 입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델가도와 골리앗벤처스 측 변호인이 누구인지는 CFTC 발표문에 명시되지 않았다. 이런 사기 사건에서 배상 명령이 내려져도 실제로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CFTC는 이번 발표에서도 사기 가해자에게 피해자에게 돌려줄 만한 자산이 충분히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잦다고 언급했다. 결국 이번 사건도 1,600명 넘는 투자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향후 법원 절차와 자산 추적 결과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