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이케아에서 찾은 ‘스웨덴식 감자전’ 인기

작성일

파전 대신 냉동실에서 하나 꺼내 프라이팬에 올리면 끝.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이케아 감자 팬케이크가 막걸리 한 잔과 의외로 잘 어울린다.

이케아 매장 모습 / 뉴스 1
이케아 매장 모습 / 뉴스 1

한국에서 살다 보면 날씨와 음식이 연결되는 순간이 있다. 눈이 오면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고, 더운 여름에는 냉면을 찾는다. 그리고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전과 막걸리다.

한국관광공사 역시 파전을 비 오는 날 막걸리와 즐겨 먹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소개한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기름 위에서 전이 지글거리는 소리와 닮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오랫동안 전해진다. 그런데 꼭 파전이나 김치전만 있어야 할까.

이케아 냉동식품 코너를 둘러보다 보면 한국인에게 상당히 익숙하게 느껴지는 제품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GÅNGLÅT 공로트 잘게 썬 감자 팬케이크다. 이름은 스웨덴식 감자 팬케이크지만 접시에 올려놓고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말이 나온다.

이케아에서 발견한 ‘스웨덴식 감자전’

공로트는 잘게 썬 감자를 둥글납작하게 만들어 냉동한 감자 팬케이크다. 이케아는 제품의 가장 큰 특징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을 강조한다. 현재 한국 이케아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한 봉지 480g이며 가격은 5900원이다. 공식 온라인몰에서는 평점 4.5점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무엇보다 ‘감자전’과 닮았다는 점이 재미있다.

감자를 갈아 반죽하는 한국식 감자전과 완전히 같은 음식은 아니지만, 감자의 담백한 맛을 살려 기름에 노릇하게 굽는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익숙하다.

실제 국내 구매 후기에서도 “편하게 감자전을 먹었다”, “꾸덕하고 쫀득한 감자전”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어떤 구매자는 이것만 사러 다시 갈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럽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외국인에게는 스웨덴식 간편식이지만 한국인의 눈에는 냉동실에서 바로 꺼내 먹는 ‘초간편 감자전’처럼 보이는 이유다.

공로트 / 이케아 공식 페이지
공로트 / 이케아 공식 페이지

감자 갈 필요 없다…냉동 상태 그대로 팬으로

감자전을 집에서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정이 있다. 감자를 씻고, 껍질을 벗기고, 갈거나 채를 썰고, 물기를 조절한 뒤 반죽해야 한다. 맛은 있지만 비 오는 날 갑자기 전이 당긴다고 바로 만들기에는 조금 귀찮다. 공로트의 장점은 이 과정을 사실상 모두 건너뛴다는 것이다.

냉동 상태의 팬케이크를 꺼내 프라이팬이나 오븐에서 바로 조리할 수 있다. 이케아도 별도의 복잡한 준비 없이 구워 메인 요리나 사이드 메뉴로 즐길 수 있다고 안내한다. 가장 ‘감자전다운’ 결과를 원한다면 프라이팬이 잘 어울린다.

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양쪽 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구우면 겉은 바삭해지고 안쪽에는 감자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남는다.

더 간단하게 먹고 싶다면 에어프라이어도 방법이다. 공식 제품 설명은 프라이팬과 오븐 조리를 안내하지만, 한국 구매 후기에서는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했더니 기름기가 적고 편하게 먹기 좋았다는 평가도 확인된다. 퇴근 후 비가 쏟아지는 날 감자를 직접 갈 필요 없이 냉동실에서 몇 장만 꺼내면 되는 셈이다.

겉바속촉이 막걸리를 부른다

여기서 한국식으로 한 단계 더 바꿔보자.

이케아에서는 공로트를 링곤베리와 함께 메인 또는 사이드 요리로 즐기는 방법을 제안한다. 별도의 공식 레시피에서는 팬에 바삭하게 구운 뒤 그릭요거트와 마늘, 오이, 레몬, 딜로 만든 차지키 소스를 올리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장마철이라면 다른 조합도 자연스럽다.

막걸리다.

노릇하게 구운 감자의 짭짤하고 고소한 맛, 기름에 닿아 바삭해진 표면, 안쪽의 부드러운 감자 식감은 전과 막걸리 조합에 익숙한 한국인의 입맛과 꽤 잘 맞는다.

공로트 / 이케아 공식 페이지
공로트 / 이케아 공식 페이지

파전처럼 파와 해산물이 들어간 강한 맛은 아니지만 오히려 담백하기 때문에 막걸리의 새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방해하지 않는다.

한국관광공사도 막걸리를 쌀과 누룩을 발효해 만드는 한국의 전통주로 소개하며, 파전이 막걸리와 대표적으로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공로트를 막걸리 옆에 놓으면 스웨덴 냉동식품이 순식간에 한국식 장마 안주가 된다.

간장에 찍으면 더 ‘감자전’ 같다

조금 더 한국스럽게 먹고 싶다면 소스도 바꾸면 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간장에 식초를 조금 섞은 초간장이다. 바삭한 감자 팬케이크를 초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한국에서 감자전이나 다른 전을 먹을 때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 난다.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넣으면 매콤함을 더할 수 있고, 양파를 넣어 간장 장아찌처럼 만들어도 좋다.

반대로 원래의 유럽식 분위기를 살리고 싶다면 사워크림이나 그릭요거트를 곁들일 수 있다.

실제로 이케아가 공개한 장마철용 레시피에서는 공로트를 바삭하게 구운 뒤 그릭요거트·마늘·오이·레몬·딜을 섞은 차지키 소스를 올리도록 제안한다. 흥미롭게도 이케아 코리아가 해당 레시피 제목부터 ‘장마철에 어울리는 스웨디시 감자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인의 ‘비 오는 날 전’ 문화를 정확하게 겨냥한 셈이다.

공로트가 재미있는 이유는 소스 하나만 바꾸면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는 데 있다. 초간장과 막걸리를 꺼내면 한국식 감자전 분위기가 난다. 사워크림과 딜을 올리면 유럽식 감자 요리가 된다.

이케아처럼 링곤베리를 곁들이면 달콤하고 새콤한 맛까지 더할 수 있다. 조금 더 근사하게 먹고 싶다면 이케아가 별도로 소개한 레시피처럼 새우와 사워크림, 캐비어, 적양파, 차이브를 올려 한입 요리로 만들 수도 있다.

냉동 감자 팬케이크 한 봉지의 활용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

공로트 잘게 썬 감자 팬케이크 / 이케아 공식 페이지
공로트 잘게 썬 감자 팬케이크 / 이케아 공식 페이지

외국인에게도 익숙하고 한국인에게도 익숙하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의 ‘비 오는 날에는 전과 막걸리’ 문화는 처음에는 꽤 재미있게 느껴진다. 정말 비가 오기 시작하면 친구들이 “전 먹을까?”라고 말하고, 막걸리집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케아에서 공로트를 발견하면 반대로 흥미로운 순간이 생긴다.

감자 팬케이크 자체는 유럽 여러 지역에서도 낯설지 않은 음식이지만, 한국에서는 똑같은 제품을 보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감자전’을 떠올린다. 서로 다른 식문화가 감자 한 장에서 만나는 것이다. 한국인은 초간장에 찍고 막걸리를 마신다. 외국인은 사워크림이나 요거트 소스를 떠올릴 수 있다.

방법은 다르지만 결론은 비슷하다.

바삭하게 구운 감자는 어디에서 먹어도 맛있다. 장마철, 이케아에서 가구 대신 이것을 사야 할 이유 공로트는 화려한 음식은 아니다. 감자를 잘게 썰어 만든 냉동 팬케이크 한 봉지다. 하지만 비 오는 날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창밖에서 비가 내릴 때 프라이팬에 팬케이크를 올리면 ‘지글지글’ 소리가 난다. 양쪽을 노릇하게 익혀 접시에 올리고 막걸리 한 병을 꺼내면 별다른 요리 없이도 장마철 분위기가 완성된다.

감자를 갈 필요도, 반죽 농도를 맞출 필요도 없다. 한 장만 먹고 싶다면 한 장만 꺼내면 되고, 사람이 많다면 여러 장을 한꺼번에 구우면 된다.

이케아에서는 가구보다 미트볼을 먼저 찾는 사람이 생겼고, 이제는 장마철 냉동실을 채우기 위해 ‘스웨덴식 감자전’을 찾을 이유도 생겼다.

다음번 비 오는 날 파전을 만들기는 귀찮고 막걸리 한잔은 생각난다면, 의외의 정답은 이케아 냉동 코너에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