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찬홈’, 일본 열도 동→서 ‘역방향 관통’…심상찮은 현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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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15호 '찬홈', 日 이바라키 사상 첫 상륙...곳곳 피해 속출

제15호 태풍 ‘찬홈’이 일본 열도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지르는 이례적인 경로를 보이며 곳곳에 피해를 남겼다. 강풍으로 부상자가 발생하고 수천 가구가 정전됐으며 항공편과 열차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제15호 태풍 찬홈 일본 이바라키현 상륙 /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제15호 태풍 찬홈 일본 이바라키현 상륙 /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찬홈은 12일 오전에도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본 중부를 지나 동해로 빠져나온 뒤 열대저기압으로 약화할 전망이다. 태풍 상태로 한반도에 직접 접근할 가능성은 낮지만, 찬홈이 몰고 온 동풍의 영향으로 국내 동해안에는 비가 내리겠다.

일본 열도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지른 찬홈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찬홈은 지난 11일 오후 8시께 이바라키현 남부에 상륙했다. 이바라키현에 태풍이 상륙한 것은 1951년 태풍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찬홈은 이바라키현 쓰치우라시와 지바현 가시와시,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시, 야마나시현 오쓰키시 부근을 차례로 지나며 간토·고신 지방을 서쪽으로 관통했다. 간토·고신은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과 야마나시·나가노현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12일 오전 6시에는 후쿠이현 쓰루가시 부근까지 이동했다. 당시 중심기압은 996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18m,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25m였다. 이동 방향은 서쪽, 속도는 시속 40㎞로 분석됐다.

일본에 접근하는 태풍은 통상 남쪽 해상에서 북상하거나 북동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찬홈은 일본 동쪽 해상에서 접근해 열도를 서쪽으로 가로질렀다. 일본 기상청은 일본 북쪽에 자리 잡은 고기압이 태풍의 북상을 가로막으면서 이 같은 경로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태풍 전문가인 쓰보키 가즈히사 나고야대·요코하마국립대 교수는 NHK에 “동에서 서로 이동해 평소와 다르게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태풍 중심 북쪽 반경 100㎞ 부근에서 강풍과 폭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최대 150㎜ 폭우 예보…범람·폭풍해일 비상

찬홈은 일본 중부의 도카이·호쿠리쿠 지방을 지나 동해로 빠져나간 뒤 혼슈 서부 산인 지방 앞바다에서 열대저기압으로 약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태풍 중심이 지나간 뒤에도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상공의 찬 공기가 만나면서 폭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NHK에 따르면 13일 아침까지 24시간 동안 예상되는 최대 강수량은 도호쿠와 도카이, 긴키 지방에서 각각 150㎜다. 간토·고신 지방에는 최대 12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일본 기상청은 산사태와 저지대 침수, 하천 범람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11일 밤에는 도쿄 스기나미구와 나카노구를 흐르는 젠푸쿠지강에 4단계 범람 위험 경보가 발령됐다. 총 5단계로 구분되는 일본의 경계 정보 가운데 4단계는 주민 대피 지시가 내려질 수 있는 수준이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가장 커지는 사리 때와 겹친 점도 변수다. 일본 기상청은 동일본에서는 12일, 서일본에서는 13일까지 폭풍해일을 엄중히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효고현 일부 지역에는 4단계 폭풍해일 위험 경보가 내려졌다.

부상자·정전 속출…항공편·열차도 멈췄다

제 15호 태풍 찬홈(CHAN-HOM) 2026년 08월 12일 04시 00분 발표 / 기상청
제 15호 태풍 찬홈(CHAN-HOM) 2026년 08월 12일 04시 00분 발표 / 기상청

아주경제에 따르면, 찬홈이 몰고 온 강풍으로 일본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11일 밤 이바라키현 기타이바라키시에서는 초속 29.3m, 도치기현 우쓰노미야시에서는 초속 28.6m의 최대순간풍속이 관측됐다. 12일 오전 6시 기준 이바라키현에서 3명, 도치기현에서 1명 등 모두 4명이 강풍으로 다쳤다. 부상자들은 모두 경상으로 파악됐다.

정전 피해는 한때 2만1500가구까지 늘었다. 12일 오전 6시에도 도쿄전력 관내 이바라키 등 6개 현에서 약 7660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긴 상태다. 이바라키현 미토시에서는 건물 지붕이 날아가 주차된 차량을 덮쳤고, 도쿄 오모테산도역 인근에서는 길이 약 7m의 가로수가 뿌리째 부러졌다.

도치기현에서는 쓰러진 나무가 운행 중인 JR 우쓰노미야선 열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우쓰노미야선과 쇼난신주쿠라인 운행이 약 3시간 동안 중단됐지만 승객과 승무원 중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항공편도 무더기로 결항됐다. 전일본공수(ANA)는 하네다·나리타공항 등을 오가는 59편을 결항해 승객 약 1만1000명이 불편을 겪었다. 일본항공(JAL)도 8편을 취소했다. 일본의 명절인 오봉 연휴와 겹친 가운데 일본 기상청은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교통기관 운행 차질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반도 직접 접근 가능성 낮지만 동해안에는 비

현재 예상 경로대로라면 찬홈은 한반도 쪽으로 북상하지 않고 동해에서 세력이 약해질 전망이다. 태풍 상태로 한반도에 직접 접근할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

12일 오전 제15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경북 포항시 송도해수욕장 백사장으로 높은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이날 아침 수상오토바이와 제트보트가 파도를 피해 백사장으로 올라와 있다 / 뉴스1
12일 오전 제15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경북 포항시 송도해수욕장 백사장으로 높은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이날 아침 수상오토바이와 제트보트가 파도를 피해 백사장으로 올라와 있다 / 뉴스1

다만 찬홈에서 불어오는 동풍이 태백산맥과 충돌하면서 동해안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겠다. 14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울릉도·독도 30∼80㎜, 강원 동해안·산지와 경북 동해안·북동 산지 20∼60㎜다. 부산·울산·경남 남해안과 경남 동부 내륙에는 10∼40㎜, 제주 산지에는 5㎜ 안팎의 비가 예상된다.

동풍은 태백산맥을 넘어 내려오며 뜨거워져 산맥 서쪽 지역의 기온을 끌어올리겠다. 12일 낮 최고기온은 25∼33도로 예보됐다.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동해상에는 강한 바람과 높은 물결이 일겠다. 전남·경남·제주·동해안에는 당분간 강한 너울이 밀려와 물결이 갯바위와 방파제를 넘을 수 있다. 현재 해수면이 높아지는 대조기인 만큼 해안 저지대 침수에도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