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텍사스 101억달러 태양광공장…혜택없으면 타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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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텍사스에 14조 원대 태양광 공장 세제혜택 신청…9712명 고용 제시
‘프로젝트 크리스탈 선’, 잉곳부터 모듈까지 수직통합…세제 혜택 없으면 이전 가능성도

테슬라가 미국 텍사스주에 101억 달러(약 14조 3,000억 원, 1달러 1,417원 기준) 규모 태양광 셀 공장을 짓기 위한 세제 혜택 신청서를 냈다. 텍사스주 회계감사관(Comptroller)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내부적으로 ‘프로젝트 크리스탈 선(Project Crystal Sun)’으로 불린다. 신청서는 7월 22일(현지시각) 테슬라 측 세무 변호사가 서명했고 컨설팅업체 크롤(Kroll)이 작성했다. 부지는 휴스턴 남서쪽 포트벤드 카운티, 리치먼드 인근에 조성될 예정이며 완전 가동 시 9,712명의 정규직을 창출할 것으로 제시됐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9년 1분기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며, 이는 테슬라가 서류상 제시한 미국 내 최대 규모 제조 투자다.
포트벤드 카운티 3,050에이커, 아직은 ‘신청’ 단계
신청서에 담긴 부지는 브라조스강 남쪽, FM 762와 FM 1994 도로 인근 약 3,050에이커(테슬라라티 등 일부 보도는 약 3,000에이커) 규모다. 리치먼드 인근 5개 필지에 걸쳐 있으며 램마 통합 교육구(Lamar Consolidated ISD) 관할이다. 테슬라라티(Teslarati)는 이 부지가 휴스턴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라고 전했다.
신청서는 텍사스주 JETI(Jobs, Energy, Technology and Innovation Act) 프로그램에 따른 10년 재산세 한도 적용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다만 프로젝트가 들어설 재투자구역(reinvestment zone)은 포트벤드 카운티가 아직 지정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신청서는 8월 6일(현지시각) 텍사스주 회계감사관 웹사이트에 공개됐고, 이튿날 소여 메릿(Sawyer Merritt)이 X(옛 트위터)에서 이를 소개하며 널리 알려졌다.

잉곳부터 모듈까지, 미국에선 보기 드문 수직통합
신청서에 포함된 설비 목록이 눈길을 끈다. 잉곳 제조, 웨이퍼 절단, 화학 코팅, 금속화, 인쇄 라인, 셀 테스트, 클린룸, 자동화 물류 시스템까지 태양광 셀 생산의 전 공정이 한 지붕 아래 들어간다.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넣으면 완성된 셀과 모듈이 나오는 구조다.
이런 완전 수직통합 방식은 미국에서는 드물다. 현재 미국 내 태양광 제조는 대부분 아시아에서 수입한 셀을 조립하는 모듈 공정에 그친다. 잉곳부터 모듈까지 한 곳에서 처리하는 방식은 그동안 중국이 주도해온 모델이다. PV매거진(pv-magazine)에 따르면 2026년 초 기준 미국 전체 태양광 모듈 제조 용량은 약 60GW지만 셀 제조 용량은 15GW에도 못 미친다. 투자금 중 15억 달러는 부동산에, 86억 달러는 제조 설비에 배정됐다.
“세제 혜택 없으면 다른 곳으로”…흔한 협상 카드
테슬라는 신청서에서 텍사스가 세제 혜택 없이는 경쟁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여러 주의 다양한 후보지”를 검토 중이며, JETI 한도와 지방세 감면이 없다면 포트벤드 부지의 경제성이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른 주의 경쟁 부지보다 떨어진다고 밝혔다. 재산세는 이런 규모 공장의 최대 운영비 중 하나라는 게 테슬라 측 설명이다. 신청서는 연방 차원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45X)와 48D 조항도 함께 거론했다.
크롤이 작성한 경제 영향 분석에 따르면, 프로젝트가 완전히 가동되면 38년에 걸쳐 텍사스주 GDP에 약 1,070억 달러(약 151조 6,000억 원), 주·지방세수에 64억 달러(약 9조 700억 원)를 기여할 것으로 추산됐다. 크립토브리핑(cryptobriefing)은 연간 인건비를 13억 달러로 추정하며 정규직 1인당 평균 연봉을 약 13만 4,000달러로 계산했다. 이런 수치는 테슬라가 세제 혜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제시한 전망치라는 점을 감안해서 봐야 한다.
이번 신청은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그라임스 카운티에 168억 달러(약 23조 8,000억 원) 규모 반도체 공장 테라팹(Terafab) 착공을 확정한 지 몇 주 만에 나왔다. 테라팹은 애리조나를 대안 부지로 거론하며 텍사스 측에 세제 혜택을 압박한 바 있는데, 프로젝트 크리스탈 선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협상 지렛대를 쓰는 셈이다.
머스크의 “연 100GW 태양광” 공언, 이번엔 다를까
프로젝트 크리스탈 선은 일론 머스크가 올해 초 던진 숫자의 실체이기도 하다. 신청서는 머스크가 1월(현지시각) 다보스에서 한 발언을 인용했다. 그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팀이 “미국에서 연간 100GW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아마 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3월에는 테슬라가 미국 내 태양광 확대를 위해 중국산 태양광 설비 29억 달러(약 4조 1,000억 원)어치를 구매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렉트렉(Electrek)은 이 발표를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관할구역끼리 경쟁시키기 위해 이런 신청서를 내고,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101억 달러 투자액과 9,712명 고용 수치는 확정이 아니라 협상용 포지션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테슬라의 태양광 사업 전과도 무관하지 않다. 뉴욕 버팔로에 세운 솔라시티(SolarCity) 기가팩토리는 연간 10GW 생산을 목표로 했지만 회사의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남았다. 태양광 지붕(Solar Roof) 사업도 수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일렉트렉은 전했다. 테슬라는 2016년 약 26억 달러(약 3조 6,800억 원)에 솔라시티를 인수했는데, 당시부터 투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거래다.
그럼에도 테슬라가 실제로 잉곳부터 모듈까지 수직통합된 공장을 미국 땅에 짓는다면 그 의미는 작지 않다. 차량 사업이 정체된 상황에서 에너지 사업은 테슬라의 몇 안 되는 성장 부문으로 꼽힌다. 테슬라는 이미 텍사스 브룩셔(Brookshire)에서 태양광 패널과 메가팩(Megapack) 배터리를 생산 중이며, 이번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기존 사업의 극적인 확장이 된다. 미국 최대 태양광 제조사인 퍼스트솔라(First Solar)도 자국 내 생산 확대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왔지만, 테슬라의 이번 단일 시설 투자 규모는 이를 넘어서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