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비트코인 등 3종만 승인...한도는 연 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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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앙은행, 비트코인·이더리움·USDT 거래 허용 초안 발표
일반투자자는 연 30만 루블 한도…비트코인 가격은 무덤덤

러시아 중앙은행(Bank of Russia)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Tether)의 스테이블코인 USDT를 자국 거래소에서 공개 거래할 수 있는 자산 목록에 올리는 초안을 내놨다. 8월 11일(현지시각) 공개된 이 초안은 새로 시행되는 디지털자산법이 정한 유동성·거래이력 기준을 충족하는 자산으로 이 세 종목만 지목했다. 다만 이는 8월 24일(현지시각)까지 의견 수렴을 거치는 초안 단계다. cryptoticker는 러시아 국영매체들이 이를 완료된 승인처럼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아직 끝나지 않은 협의 절차라고 짚었다. 일반 투자자에게는 중개기관 한 곳당 연간 30만 루블(약 3,650~3,690달러, 517만~523만원 상당) 한도가 설정돼 실질적 개방 폭은 제한적이다. 시장은 이 소식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승인했나: 5조 루블 기준이 가른 3개 종목
이번 목록에 오른 자산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의 USDT 세 가지뿐이다. 목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월 4일(현지시각) 서명한 연방법 282-FZ ‘디지털통화와 디지털권리에 관한 법률’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작성됐다.
법이 요구하는 조건은 까다롭다. 최근 2년간 평균 시가총액이 5조 루블(약 610억 달러) 이상, 평균 일일 거래량이 1조 루블(약 120억 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여기에 해외 플랫폼에서 최소 5년 이상의 가격 형성 이력도 갖춰야 한다. 이 세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암호화폐는 현재 비트코인, 이더리움, USDT뿐이라는 게 중앙은행의 판단이다. 블라디미르 치스튜킨(Vladimir Chistyukhin) 제1부총재는 입법 과정에서 이미 같은 세 종목을 거론한 바 있다. 중앙은행 이사회는 추후 다른 자산을 목록에 추가할 권한도 유지한다.

실제 개방 폭은 제한적…일반투자자 98%는 연 500만원대 한도
이번 초안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누가 얼마나 살 수 있느냐다. 비적격투자자로 분류되는 일반 개인은 중개기관(브로커, 거래소, 자산운용사 등) 한 곳당 연간 30만 루블까지만 암호화폐를 살 수 있다. 달러로는 약 3,650~3,690달러, 원화로는 약 517만~523만원(1달러 1,417원 기준) 수준이다. 매수에 앞서 위험성 인지 테스트도 통과해야 한다.
적격투자자로 분류되는 자산가 계층은 이런 한도 없이 거래소와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암호화폐를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다만 이들도 테스트는 동일하게 거쳐야 한다. cryptoticker가 인용한 중앙은행 관련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투자자의 약 98%가 비적격투자자로 분류돼 있다. 시장 대다수에게는 연 500만원대 한도가 그대로 적용되는 구조인 셈이다.
암호화폐로 러시아 국내에서 재화나 서비스 대금을 결제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된다. 새 법은 이 금지 조항을 그대로 유지했다. 거래 접근 경로도 거래소·브로커·자산운용사·디지털예탁기관 등 인가받은 중개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기존에 영업 중인 사업자들은 2027년 7월 1일까지 인가를 받아야 한다.
비트코인은 왜 시큰둥했나
규제 완화 소식에도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cryptoticker에 따르면 발표 당일 비트코인은 6만4,000달러 선에서 24시간 기준 약 1.6% 하락했고, 6만5,000~6만5,500달러 구간의 저항선을 다시 넘지 못했다. 이더리움은 1,871달러에서 거래를 시작해 2% 내렸다. 두 자산 모두 일주일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상태였다.
시장을 움직인 변수는 러시아 규제와 무관한 곳에 있었다. 다음날로 예정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포지셔닝, 9월 연준 금리인상 가능성이 반반으로 갈린 상황,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완화 거래가 풀리며 배럴당 89달러 선으로 되돌아간 국제유가 등이 거론됐다. 스트래티지(Strategy)가 비트코인 1,690개를 매도하며 2026년 누적 매도액이 4억3,200만 달러(약 6,121억원)에 달했다는 공시도 영향을 미쳤다. 7주 연속 매수가 없었던 뒤 나온 매도 소식이었다. G20 경제권의 규제 소식이 이런 변수들을 이기지 못한 셈이다.
XRP는 왜 빠졌고, 테더는 왜 주목받나
시가총액과 거래량 기준만 보면 XRP도 후보에 오를 법하지만 최종 목록에서는 빠졌다. decrypt는 2012년 리플(Ripple) 창업진이 만든 이 토큰이 그동안 겪은 규제 이슈, 즉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을 상대로 제기했다가 합의로 종결된 소송과 그 여파로 여러 거래소에서 상장폐지와 재상장을 오간 전력이 이번 배제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짚었다.
테더의 USDT가 목록에 오른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decrypt는 테더가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거래소와 연계된 USDT 수백만 달러어치를 동결한 바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역할이 계속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은행은 이번 초안에 대해 8월 24일(현지시각)까지 의견을 받는다. 초안이 확정되면 공식 게재 10일 후 발효되며, 엘비라 나비울리나(Elvira Nabiullina) 총재 명의로 서명됐다. 근거가 되는 법 자체는 9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어, 실제 거래가 언제부터 어떤 형태로 시작될지는 최종 확정안이 나온 뒤에야 분명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