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6500단어 에세이로 오픈AI·앤트로픽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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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6500단어 에세이로 오픈AI·앤트로픽 “권력 집중” 정면 비판
오픈소스 확대 예고하며 아모데이 겨눈 발언까지 담아 논쟁 재점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8월 10일(현지시각) 6,500단어에 달하는 장문의 에세이 “The Future is for Everyone”을 발표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두 회사를 정조준한 글로 해석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최근 뉴욕타임스 관련 보도에서도 두 회사가 업계 권력을 지나치게 집중시켜 혁신을 저해하고 위험을 키운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번 에세이는 저커버그가 지난해 내놓았던 초지능 관련 짧은 공개서한의 확장판 성격이며, 일부 내용은 2주 전 월스트리트저널에도 실렸고 메타 실적발표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된 내용이라고 테크크런치는 전했다.
오픈소스 대 폐쇄형, 다시 불붙은 논쟁
저커버그는 에세이에서 “해외 오픈소스 모델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목표는 미국 오픈소스 모델이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 오픈소스 모델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썼다. 그는 오픈소스 시스템이 사이버보안 측면에서 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더 많은 사람이 취약점을 찾아내고 시스템을 강화하며 최신 보안 버전으로 손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주장은 배경이 있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여러 빅테크와 AI 기업들은 최근 공동 서한을 내고 정치권이 오픈소스 AI 모델 규제를 서둘러 추진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누구나 접근·수정할 수 있는 오픈소스와 달리 폐쇄형 독점 모델을 운영한다. 지금까지는 성능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일부는 규제 관점에서 더 안전하다고 보지만 비용은 더 비싸다. 반면 중국 기업들이 최근 내놓은 대형언어모델은 성능이 개선됐을 뿐 아니라 기존 폐쇄형 모델보다 60~90%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게 풀닷컴 보도의 지적이다. 저커버그의 에세이는 메타가 노트북 활용을 겨냥한 오픈소스 모델 뮤즈 글리머(Muse Glimmer)를 선보이고, 최신 모델 스파크(Spark) 1.2의 가중치도 공개할 계획을 밝힌 시점과 맞물려 나왔다.

아모데이 겨눈 발언 “극단적 권력 집중이 더 위험”
에세이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를 향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이다. 아모데이는 그동안 AI에 대한 극단적 신중론을 펴며 강력한 규제와 세금 부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저커버그는 “AI가 대부분의 일자리와 인류의 존재 의미 대부분을 없앨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왜 그런 미래를 서둘러 만들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썼다. 이어 “AI가 너무 위험해서 유일한 안전한 길이 극단적인 권력 집중뿐이라는 발상은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풀닷컴은 저커버그의 이런 주장에 다른 동기가 섞여 있을 가능성을 짚었다. 오픈소스 모델에 대한 규제가 느슨해지는 쪽이 메타 사업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메타가 앞으로 여러 오픈소스 모델을 잇달아 내놓을 계획인 만큼, 규제 완화는 곧 메타의 이익과도 직결된다. 다만 기업용 AI 토큰 사용 비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오픈형과 폐쇄형 모델 간 논쟁은 업계 전반의 핵심 쟁점으로 커지고 있다. 오픈소스 모델이 지나치게 제한적이지 않으면서 더 저렴하다는 점이 입증되면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시장 우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PhD급 개인교사·초지능 변호사”…장밋빛 미래상과 반박
더 버지가 정리한 에세이의 핵심 중 하나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여론전이다. 저커버그는 “지속가능한 인프라 개발이란 각 프로젝트에서 지역사회가 상당한 혜택을 얻는다는 의미”라며 투자하는 모든 곳에 에너지 생산 인프라를 짓고, 2030년까지 운영 중인 유역에서 사용한 양보다 더 많은 물을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지역사회 지원을 위한 ‘Future Is For Everyone Fund’도 조성하고,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의 숙련 기술인력에게 무료 교육과 “고소득이 보장된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누구나 모든 과목에 박사 학위급 지식을 갖추고 무한한 인내심을 가진 개인 튜터와 코치를 갖게 될 것”이라며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갈렸던 학습 격차가 해소될 것이라고 썼다. 법률 분야에서는 “한 사람만 초지능 변호사를 가진다면 그 사람이 옳지 않아도 부당한 이점을 갖게 돼 사회가 나빠지겠지만, 모두가 초지능 변호사를 갖는다면 사법 정의가 오히려 더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실현될 것”이라는 사고실험을 제시했다. 도구 보급 방식에 대해서는 “무료 또는 최대한 저렴하게 제공될 것”이라며 수십억 명이 쓸 수 있는 무료 버전을 내놓고,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원하는 이용자에게는 동적 경매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테크크런치는 이런 예시들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저커버그가 언급한 개인 튜터는 이미 챗GPT·클로드·제미나이 같은 소비자용 챗봇으로 존재하는데,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숙제와 과제 작문을 AI에 맡겨 학습을 회피하는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워터마킹 같은 검증 체계가 없어 교사가 어떤 글이 AI로 작성됐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짚었다.
대중 신뢰는 여전히 물음표
테크크런치는 저커버그의 낙관적 서술이 대중의 불신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되짚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 설문에서는 미국인의 64%가 소셜미디어가 민주주의에 해롭다고 답했고, 비슷한 비율이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정파와 무관하게 고르게 나타난 결과라고 한다. 에세이 발표를 앞둔 주말에는 법원이 메타에 아동에게 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5억6700만 달러(약 8034억원, 1달러 1417원 기준)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정부 개입에 대한 저커버그의 입장은 이중적이다. 오픈소스 확산에는 정부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사이버보안 영역에서는 최전선 AI 연구소가 미국 정부와 협력해 핵심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개발사들이 학습이 끝나기 전 단계에서부터 정부에 학습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정부가 가장 강력한 모델에 조기 접근하고,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보안 취약점을 찾아 패치할 수 있게 된다”고 썼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AI 시험 프레임워크와도 맞닿아 있다는 게 더 버지의 분석이다. 저커버그는 또 연구소들이 법 집행기관과 협력해 시스템을 악용하려는 이들을 식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오픈소스와 폐쇄형 모델을 둘러싼 이번 논쟁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느냐는 메타뿐 아니라 오픈AI·앤트로픽을 포함한 주요 AI 기업 전반의 사업 전략과 주가에도 실질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메타 주가는 올해 AI 투자 확대에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AI 전략에 대한 의문도 여전한 상황이라고 풀닷컴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