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케일, ADA 상장자격 이틀 앞두고 ETF 자진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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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케일, ADA·DOT·HBAR 현물 ETF 등록 모두 철회
이틀 뒤 카르다노 SEC 요건 충족했지만 스폰서가 사라졌다

그레이스케일, ADA 상장자격 이틀 앞두고 ETF 자진철회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그레이스케일, ADA 상장자격 이틀 앞두고 ETF 자진철회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츠(Grayscale Investments)가 8월7일(현지시각) 카르다노(ADA)·폴카닷(DOT)·헤데라(HBAR) 세 종목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록을 모두 철회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신청서에는 “스폰서는 신탁 지분의 계획된 배포를 진행할 의사가 없다”는 한 줄 설명만 담겼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이틀 뒤인 8월9일(현지시각) 카르다노는 SEC의 신속 상장 기준 중 하나인 ‘6개월 규제 선물 거래 이력’ 요건을 채웠다. 미국에서 ADA를 직접 담는 현물 ETF를 추진하던 유일한 신청자가, 그 자격을 활용할 수 있게 되기 이틀 전에 스스로 물러난 셈이다.

그레이스케일, 사흘 만에 세 알트코인 ETF 동시 철회

그레이스케일은 8월7일(현지시각) 카르다노·폴카닷·헤데라 트러스트 ETF에 대해 각각 별도의 양식 RW(Form RW) 철회 신청서를 SEC에 제출했다. 세 문서 모두 임시 최고재무책임자 캐스린 매스키(Kathryn Masci)가 서명했고, 동일한 한 줄 설명이 담겼다. 세 신청은 같은 날 오후 3분 간격 안에 접수됐다.

그레이스케일 측은 이번 철회가 SEC의 반려가 아니라 자발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각 등록신고서는 한 번도 효력을 발생하지 못했고, 이 신탁을 통해 실제로 발행되거나 판매된 증권도 없었다. 실제로 운용되던 펀드가 있었던 게 아니라, 서류상 대기 상태였던 신청 자체를 접은 것이다.

세 상품의 신청 궤적을 보면 진행이 이미 오래전부터 지체된 상태였다. 카르다노 ETF의 최초 제안은 2025년 2월 나왔고, 폴카닷 신청은 같은 달 뒤에 이어졌다. ADA·DOT 등록신고서는 2025년 8월29일(현지시각) 제출됐고, HBAR 등록신고서는 2025년 9월9일(현지시각) 접수됐다. 그러나 뉴욕증권거래소 아르카(NYSE Arca)는 2025년 9월29일(현지시각) 카르다노 펀드 관련 규정 변경 제안을 철회했고, 나스닥도 2025년 11월3일(현지시각) 헤데라 상장 제안을 접었다. 폴카닷 관련 나스닥 제안은 지난해 9월 공지 이후 SEC 문서상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틀 차이로 놓친 SEC 자격 요건 / AI 생성 이미지
이틀 차이로 놓친 SEC 자격 요건 / AI 생성 이미지

이틀 차이로 놓친 SEC 자격 요건

그레이스케일이 등록을 접은 지 이틀 뒤인 8월9일(현지시각), ADA는 SEC의 일반 상장 기준(generic listing standards) 중 한 가지 자격 요건을 채웠다. 이 기준은 SEC가 2025년 9월 승인한 것으로, 상품이 개별 사건마다 거래소가 거쳐야 하는 별도의 증권거래법 19(b)조 규정변경 절차 없이도 상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요건 중 하나가 ‘기초자산의 선물 계약이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 규제를 받는 지정 거래소에서 최소 6개월 거래된 이력’이다.

CME(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ADA 선물은 2월9일(현지시각) 거래를 시작했고, 컴벌랜드 DRW(Cumberland DRW)와 윈터뮤트(Wintermute)가 첫 ADA 블록 거래를 체결했다. 선물이 6개월을 채운 날이 바로 8월9일(현지시각)이다. 다만 이 요건 충족이 곧 ETF 승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품을 실제로 판매하려면 스폰서가 효력이 발생한 증권법 등록신고서를 갖춰야 하는데, 그레이스케일이 등록 자체를 철회해 이 요건 충족이 자동으로 상품을 살려내지는 못한다.

한편 그레이스케일이 보유한 다른 알트코인 등록들, 즉 비트텐서(Bittensor)·에이브(Aave)·BNB·니어(NEAR)·지캐시(Zcash) 신청은 다음 날에도 그대로 활성·예비 상태를 유지했다. 이는 카르다노 한 종목의 문제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차원의 우선순위 결정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그레이스케일은 정확한 철회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체 상품의 한계…선물·바스켓형 ETF는 역부족

그레이스케일이 빠지면서 미국 내에서 ADA를 직접 담는 유일한 현물 ETF 신청은 사라졌다. 이런 상품이 있었다면 신규 지분이 만들어질 때마다 브로커리지·기관 수요가 곧바로 ADA 매수로 이어질 수 있었다. 지금은 그 통로가 비어 있고, 새로운 스폰서가 나서지 않는 한 이 상태가 유지된다.

대안으로 꼽히는 상품들은 규모나 구조 면에서 그 역할을 대신하기 어렵다. 볼라틸리티 셰어스(Volatility Shares)가 운용하는 카르다노 ETF는 CME의 ADA 선물을 기반으로 하며, 설명서에는 ADA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 펀드의 일반형·레버리지형을 합친 순자산은 7월 기준 약 126만 달러로, ADA의 시가총액 약 71억 달러(1달러 1,417원 기준 약 10조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바스켓형 상품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레이스케일의 코인데스크 크립토 5 ETF는 지수 구성 종목을 다섯 개로 재선정하는 1월 리밸런싱에서 ADA를 빼고 BNB로 교체했다. 프랭클린템플턴(Franklin Templeton)의 크립토 인덱스 ETF는 여전히 ADA를 담고 있지만 비중은 순자산의 0.69%, 지난해 말 기준 약 7만709달러어치에 불과하다. 두 구조 모두 ADA 수요가 독립적으로 반영되는 상품이 아니다.

시장에서는 규모별 시나리오도 나온다. 2,500만 달러 규모 ETF는 ADA 시가총액의 약 0.35%, 1억 달러는 약 1.4%, 2억5,000만 달러는 약 3.5%, 5억 달러는 약 7%에 해당한다. 5억 달러 규모라면 ADA가 눈에 띄는 독자적 배분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수준으로 꼽힌다.

가격은 다시 0.19달러대로…남은 두 가지 시나리오

공교롭게도 그레이스케일이 철회 신청을 낸 8월7일(현지시각) 당일 ADA는 7%대 급등하며 0.20달러 선을 넘어섰던 바 있다. 그러나 나흘 뒤인 8월11일(현지시각) ADA는 0.1885달러 선까지 밀리며 24시간 기준 4.7% 하락했다고 크립토뉴스(crypto.news)가 전했다. 다시 0.20달러 아래로 내려온 셈이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하락폭이 더 크다. 코인데스크(CoinDesk)에 따르면 ADA는 올해 들어 41% 넘게 떨어졌고, 그레이스케일이 최초 등록신고서를 낸 2025년 2월 이후로는 약 70% 하락했다. 같은 기간 DOT는 올해 54%, 등록 이후로는 80% 떨어졌고, HBAR는 올해 35%, 등록 이후로는 70% 넘게 하락했다.

기술적 지표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분석가 알리 차트(Ali Charts)는 8월11일(현지시각) X 게시물에서 100만~1,000만 ADA를 보유한 지갑 수가 8월2일(현지시각) 2,370개에서 2,340개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카르다노의 MVRV 비율과 7일 단순이동평균선 사이에 데스크로스가 나타났고, 일봉 차트에서 톰 디마크 시퀀셜(Tom DeMark Sequential) 매도 신호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경고가 확인될 경우 ADA가 0.170달러까지, 더 깊게는 0.144달러 구간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는 기술적 시나리오일 뿐 확정된 전망은 아니다.

가격 약세와 별개로 네트워크 개발은 이어지고 있다. 카르다노는 7월18일(현지시각) ‘반 로쎔(Van Rossem)’ 하드포크를 프로토콜 버전 11로 활성화했다. 위임대표(DRep)·스테이크풀 운영자·헌법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온체인 거버넌스 승인을 거친 결과다. 카르다노 생태계 단체 인터섹트(Intersect)는 이번 업그레이드가 완전한 거버넌스 체계 아래 완료된 카르다노 최초의 하드포크라고 설명했다.

카르다노 현물 ETF의 앞날은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뉜다. 낙관적 시나리오는 새 발행사가 ADA의 6개월 CME 선물 거래 이력을 활용해 신규 신청서를 내는 경우다. 그레이스케일이 확보했던 것과 동일한 자격을 물려받아 더 빠른 심사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발행사들이 수요가 더 뚜렷한 솔라나·리플·도지코인·BNB 등으로 관심을 옮기고, 카르다노에는 새 신청자가 나서지 않는 경우다. 그레이스케일은 이미 리플·솔라나·도지코인·체인링크를 담는 상품을 상장하고 있고, 에이브·니어·비트텐서·지캐시 신청도 여전히 살려두고 있다. 카르다노가 이 대열에 다시 합류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