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FCA, 토큰화 금 규제 착수…런던 금시장 70% 점유율 지키기 나섰다
작성일
영국 FCA, 토큰화 금 담보 편입 위한 규제 논의 착수
런던 금시장 점유율 70% 지키려 상하이·홍콩 견제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토큰화 금(tokenized gold)을 제도권 담보 자산으로 들여오기 위한 규제 논의에 착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2026년 8월 10일(현지시각) FCA가 주요 은행 등 업계 관계자들과 토큰화 금 규제 방안을 놓고 초기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 집계로 런던은 전 세계 금 거래량의 약 70%를 처리하는 최대 시장이다. 그러나 상하이와 홍콩이 도매 금 거래 주도권을 놓고 런던을 압박하면서, 영국 당국은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로 시장 지위를 지키려 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FCA는 몇 달 안에 관련 규제 표준 마련 계획을 발표할 수 있다.
상하이·홍콩 추격에 흔들리는 런던 금시장
런던은 오랫동안 국제 금 거래의 중심지였지만 최근 동아시아 금융 허브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시장 현대화, 즉 토큰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경쟁자들이 런던의 주도권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 구조상 걸림돌도 있다. FCA는 실물 금 거래 자체를 직접 감독하지 않는다. 금 파생상품과 공개시장에 상장된 상장지수상품(ETP)에 대해서만 규제 권한을 갖는다. 그만큼 토큰화 금을 어떤 틀에 넣을지가 이번 논의의 핵심 쟁점이다.

FCA·영란은행, 담보자산 편입 검토 본격화
이번 논의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FCA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산하 건전성감독청(PRA)은 올해 5월 18일(현지시각) 공동 정책 문서를 내고 토큰화 금을 미청산 장외파생상품(OTC) 거래의 담보 후보 자산으로 처음 명시했다. 두 기관은 토큰화 담보의 편익을 인정하면서도 업계와 함께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선례도 있다. 올해 4월 FCA 정책 성명은 토큰화 화폐시장펀드를 포함한 여러 펀드가 영국 유럽시장인프라규정(UK EMIR)에 따른 미청산 거래 담보로 인정될 수 있다고 확인했다. FCA와 영란은행은 지난 7월 3일(현지시각) 토큰화 전반에 관한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마감했으며, 업계 워크숍과 여름 중 답변 성명, 2026년 하반기 범기관 로드맵 발표를 예고했다. 현재 16개 기업이 영국의 디지털증권샌드박스(Digital Securities Sandbox)에서 실제 토큰화 자산 인프라를 시험하고 있다. 영란은행은 2027년 증권·담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2028년에는 디지털 자산 원장과 파운드화 중앙은행 화폐를 연결하는 동기화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런던의 실물 금 보유량도 이번 논의에 무게를 더한다. 런던금시장협회(LBMA)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런던 금고에는 9,339톤의 금이 보관돼 있었다. 이는 약 1조 3,840억 달러(약 1,961조 원, 1달러 1,417원 기준) 규모다. 세계금협회는 이와 별도로 실물 소유권과 디지털 전송을 결합한 도매용 디지털 금 구조 ‘풀드 골드 인터레스트(Pooled Gold Interests)’를 개발 중이다.
HSBC, 이미 22억 달러 거래…상업권은 한발 앞서
규제보다 시장이 먼저 움직인 사례도 있다. HSBC는 홍콩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2년여 전 토큰화 금 상품을 출시했다. 은행 측에 따르면 이 상품은 지금까지 27만 6,000건이 넘는 거래를 통해 22억 달러(약 3조 1,174억 원, 1달러 1,417원 기준) 규모가 거래됐다.
세계금협회는 디지털 금이 표준화되지 않은 금괴 크기, 보관 장소, 분산된 결제 시스템에서 오는 제약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금값 자체는 여전히 출렁이고 있다. 1월 온스당 5,595달러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웠던 금값은 2026년 8월 10일(현지시각) 기준 약 4,380달러로 내려앉았다.
남은 과제와 더 큰 그림
토큰화 금 논의는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더 큰 블록체인 전환 작업의 일부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국경 간 결제를 늘리기 위한 스테이블코인 규정 공동성명을 ‘미래시장을 위한 대서양 협력기구(Transatlantic Taskforce for Markets of the Future)’를 통해 최근 발표했다. 정부가 후원한 한 업계 태스크포스는 7월(현지시각) 토큰화가 2035년까지 영국의 연간 경제 산출을 최대 330억 파운드(약 440억 달러, 약 62조 3,480억 원, 1달러 1,417원 기준)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로드맵에는 2027년 초 영국 최초의 토큰화 국채 발행 계획도 담겼다. 실제로 HSBC의 오리온(Orion) 플랫폼을 활용한 디지털 길트(디지털 국채) 첫 거래가 2027년 1분기 말까지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한편 FCA는 이와는 별도로 지난 6월(현지시각) 가상자산 기업 인가 신청 기간을 2026년 9월 30일부터 2027년 2월 28일까지로 정했다. 토큰화 금과는 다른 규제 트랙이지만, 영국이 디지털 자산 전반에 대한 제도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준다.
다만 아직 토큰화 금만을 위한 별도의 FCA 규정집은 나오지 않았다. 자산의 적격성, 법적 소유권, 보관 방식, 위험 수준을 기존 실물 자산과 어떻게 비교·평가할지가 앞으로 규제 세부안을 완성하는 데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