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글래스 잇따라 금지…픽업아티스트 영상 60% “괴롭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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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더스푼 등 영국 800여 매장서 메타 스마트글래스 촬영 금지 확산
시드니대 연구, 영상 60%서 괴롭힘 정황…英 데이터보호 조사도

메타 글래스 잇따라 금지…픽업아티스트 영상 60% “괴롭힘” 논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메타 글래스 잇따라 금지…픽업아티스트 영상 60% “괴롭힘” 논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메타(Meta)의 스마트글래스가 영국 곳곳에서 잇따라 퇴출당하고 있다. 대형 펍 체인 웨더스푼(Wetherspoons)을 비롯해 유명 레스토랑, 극장, 프라이빗 클럽, 행사 주최사까지 착용 또는 촬영 금지를 선언했다. 같은 시기 시드니대학교 연구진은 이른바 ‘픽업 아티스트’들이 올린 인스타그램 영상 350개를 분석한 결과 60%가 잠재적 괴롭힘 행위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카메라가 안경 프레임에 내장돼 촬영 여부를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 사생활 침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술집부터 극장까지, 영국 전역서 촬영 금지 확산

영국에서 8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웨더스푼은 지난 금요일(현지시각) 매장 내 메타 글래스 카메라를 꺼달라는 방침을 밝혔다. 창업자 팀 마틴(Tim Martin)은 “저희 펍, 그리고 대부분의 펍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규칙은 손님이나 직원을 동의 없이 촬영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메타 글래스는 은밀한 감시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이 규칙과 상식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펍 내에서 휴대폰 영상 소리를 크게 트는 행위를 막아온 조치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런던의 고급 레스토랑 알링턴, 더 파크, 심슨스 인 더 스트랜드를 운영하는 레스토랑 사업가 제레미 킹(Jeremy King)도 매장 내 메타 글래스 착용을 금지했다. 그는 “태어날 때 갖고 나온 눈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손님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제 프라이빗 멤버스 클럽 소호 하우스(Soho House)는 모든 형태의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 이 정책이 메타 글래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영국 코믹콘을 운영하는 모노폴리 이벤츠(Monopoly Events)는 참석자들이 무단 촬영을 당한 뒤 행사 재방문을 꺼린다는 의견을 전달받아 금지 조치를 도입했으며, 앞으로 녹화 기기를 착용한 참석자는 퇴장을 요청받는다. 런던·브리스톨·에딘버러에서 극장을 운영하는 ATG 시어터스(ATG Theatres)와 트라팔가 엔터테인먼트(Trafalgar Entertainment)도 착용을 금지했고, 브라이튼의 옐로우 북 바(Yellow Book Bar)는 이 안경을 “불쾌하고 침해적”이라고 표현하며 금지 방침을 발표했다. 최근 폐막한 해킹 컨퍼런스 데프콘(DEF CON)에서도 참가자들에게 처방 렌즈용이라도 메타식 녹화 안경을 금지하고 “문제되지 않는 안경”을 챙겨오도록 안내했다. 스코틀랜드 페리 운영사 캘맥(CalMac)은 지난 6월(현지시각) 로흐 시포스 투어 중 한 승객이 승무원들을 불편하게 만든 뒤 선박 브릿지 방문을 임시 중단하기도 했다.

시드니대 연구, 픽업 아티스트 영상 절반 이상서 괴롭힘 정황 / AI 생성 이미지
시드니대 연구, 픽업 아티스트 영상 절반 이상서 괴롭힘 정황 / AI 생성 이미지

시드니대 연구, 픽업 아티스트 영상 절반 이상서 괴롭힘 정황

같은 시기 발표된 연구는 우려를 뒷받침한다. 시드니대학교 연구진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세계 각지에서 올라온, 남성 ‘픽업 아티스트’가 공개된 장소에서 여성에게 접근하는 모습을 담은 인스타그램 영상 350개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몰래카메라 형식의 1인칭 시점 영상 약 60%가 잠재적 괴롭힘으로 분류되는 행동을 보였다. 다수의 여성이 불편함이나 거부 의사를 나타냈지만 촬영과 접근은 계속 이어졌다.

영상의 43%에서는 등장 인물이 모욕적인 댓글에 노출됐고, 일부는 신상이 특정돼 온라인에 개인정보가 유포되는 이른바 ‘신상노출(doxing)’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레지스터(The Register) 보도에 따르면 메타 글래스는 특정 앱과 결합해 지나가는 행인의 신상을 단 몇 초 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이에 대응해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블루투스 신호로 주변 안경 착용자 존재를 알려주는 프로젝트도 등장했다.

영국 성범죄 통계와 LED 표시등 논란

가디언(The Guardian)에 따르면 올해 초 BBC는 동의 없이 촬영당한 뒤 그 영상이 SNS에 올라간 여성 여러 명을 인터뷰했다. 한 사례에서는 콘텐츠 제작자가 영상 삭제 대가로 비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2025년 3월까지 1년간 이미지 기반 성적 학대와 사이버플래싱은 잉글랜드·웨일스에서 신고된 성범죄가 11% 증가한 것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메타 글래스에는 촬영 중임을 알리는 LED 표시등이 달려 있어 끌 수는 없지만 손으로 가리면 녹화가 즉시 중단되는 구조다. 그러나 가디언은 이 장치가 적절한 안전장치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펍이나 공원, 해변, 직장은 “촬영장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더 레지스터는 영국법상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스마트글래스는 손으로 든 스마트폰보다 촬영 여부를 눈에 띄지 않게 만들어 규칙 적용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짚었다. 아울러 메타는 안경 영상의 국경 간 데이터 이동과 관련해 영국 데이터보호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케냐의 콘텐츠 리뷰어팀이 착용자들의 매우 사적인 순간이 담긴 영상을 목격했다고 보고한 사실도 알려졌다.

메타의 마케팅 전략과 규제 공백

메타는 이번 제품에 80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영국 판매가는 269파운드부터 시작한다. 올여름 광고 캠페인에는 카일리 제너(Kylie Jenner)를 내세웠고 “한 순간도 놓치지 마세요(Never miss a moment)”라는 슬로건으로 어린 자녀를 둔 부모층을 겨냥했다. 가디언은 이 마케팅이 성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구글이 2012년 내놓은 구글 글래스(Google Glass)는 대중화에 실패했다. 이후 메타는 안경 제조사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와 함께 레이밴 스토리즈(Ray-Ban Stories)를 2021년 출시했고, 2세대 레이밴 메타(Ray-Ban Meta)를 2023년 내놓은 뒤 오클리 브랜드로도 라인업을 확장했다. 이 제품군은 외관상 일반 안경과 구분이 거의 되지 않아 촬영 사실을 더 알아채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 제한이나 성적 이미지를 합성하는 AI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냈지만, 웨어러블 은닉 카메라 확산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며 규제 당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