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해서 어쩌나... 숨진 11세 소년, 사망 사흘 전 경찰서 찾아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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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때려요” 증언까지 했는데...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학대 정황 속에 숨진 11세 아동이 사망 사흘 전 경찰서를 찾아 "외할머니에게 맞았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이 가해자로부터 분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따. 2021년 이후 모두 4차례나 신고가 접수됐는데도 단 한 번의 '구조'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경찰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충남경찰청은 B(11)군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이 교회 목사 A(60대)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최근 수년간 B군을 교회 안에서 생활하게 하면서 학대하거나 방임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B군의 외조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외조모의 영장실질심사는 11일 오전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린다.

B군은 지난 5일 오후 8시 49분쯤 교회에서 고열과 의식저하 증세를 보인다는 119 신고로 세종충남대병원에 옮겨졌으나 신고 3시간여 만인 지난 6일 0시 2분께 숨졌다. 병원 측은 B군의 몸에서 다수의 멍과 결박 흔적 등 학대를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B군이 교회 안 침대에 묶여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B군이 숨지기까지 경찰이 위험 신호를 확인할 기회가 거듭 있었다는 점이다. 경찰 조사 결과 B군에 대한 학대·방임 의심 신고는 2021년부터 모두 4건 접수됐다. 2021년엔 취학 연령이 된 B군을 보호자가 방임하는 것 같다는 교육 당국의 신고가 있었다. 2024년과 이달 초순의 세 건은 모두 외조모의 학대를 의심한 신고였다.

특히 사망 1주일 전인 이달 초순에는 학대 신고가 이틀에 걸쳐 두 차례나 들어왔다. 이번에는 B군이 직접 교회 밖으로 나와 주민과 대화하거나 식당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시민이 경찰에 알린 것이다. 지난 2일에는 한 식당 관계자가 B군을 데리고 직접 경찰서를 찾았고, 이 자리에서 B군은 외할머니에게 맞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아동이 스스로 피해를 호소했는데도 경찰과 천안시의 대응은 '분리'에 이르지 못했다. 경찰과 천안시청 등은 현장 조사를 벌인 뒤 B군을 교회에 그대로 머물게 하면서 외조모만 떼어놓는 방안을 우선 검토했다. 보호시설 인계 방안도 논의됐지만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B군의 심리 상태와 행동 특성을 이유로 당장 시설로 옮기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B군은 학대 정황이 확인된 공간에 그대로 남겨졌다.

그마저도 법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찰은 외조모에 대해 긴급응급조치를 결정·고지한 뒤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 임시조치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를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임시조치가 기각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B군은 숨졌다. 경찰은 외조모가 임시조치 기각 이후에도 교회에 찾아왔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외조모는 2024년 외손자를 학대한다는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아 송치·기소돼 처벌까지 받은 전력이 있다. 세 차례 학대 신고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모두 외조모였음에도 반복된 신고가 실질적인 보호 조치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경찰 수사와 별개로 사법·행정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장기수 천안시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철저히 점검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