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푼다고?”…정부, 서울 '이 지역' 규제 풀어 아파트 공급 검토
작성일
서울시와 주민 반발 예상...그린벨트 해제, 성공 가능할까?
정부가 서울 강남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최대 2만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0일 매일경제가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부동산 세제 개편 이후 전월세 시장 불안과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서울 도심에서 활용 가능한 땅을 최대한 찾아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특히 강남 접근성이 높은 지역들이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실제 해제 여부와 공급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남권 그린벨트, 주택 부지로 검토
10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서울 내 그린벨트 여러 지역을 해제해 공공택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개발 밀도에 따라 최대 2만가구 안팎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과 강남구 세곡·자곡동, 수서차량기지 일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이들 지역의 가장 큰 장점은 서울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으면서 강남 업무지구와 가깝다는 점이다. 주택이 공급될 경우 강남권 직장인들의 출퇴근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고, 서울 외곽의 대규모 신규 택지를 개발하는 것보다 도심 주택 수요에 직접 대응하기 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의 그린벨트는 지난해 기준 149.1㎢로 전체 면적의 약 25%를 차지한다. 서초구가 23.89㎢로 가장 넓고 강서구 18.91㎢, 노원구 15.9㎢, 은평구 15.21㎢ 등이 뒤를 잇는다.
다만 서울 전체 그린벨트를 주택 부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산과 맞닿은 강북권은 대규모 개발에 제약이 있고, 강서권은 김포공항 고도 제한 등의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발 여건이 나은 강남권 그린벨트가 우선적인 검토 대상이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왜 지금 그린벨트를 다시 푸나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다시 검토하는 배경에는 ‘공급량’뿐 아니라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이 있다. 기존 신도시나 공공택지를 새로 지정하면 토지 확보부터 보상, 각종 영향평가, 인허가,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 정책 점검회의에서 가용한 주택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기존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공급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미 확보된 택지의 사업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서울 도심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부지를 찾아 공급 물량을 추가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전월세 시장의 불안 가능성과 서울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만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실제 입주 물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앞서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제도적 문턱도 낮췄다. 지난해 1월 발표한 대책을 통해 공공주택지구의 그린벨트 해제 면적을 일정 기간 ‘해제가능총량’에서 제외할 수 있는 특례를 마련했고, 지난 6월 관련 지침도 개정했다.
이미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과천 경마장·방첩사 용지, 성남 금토2·여수2 등에는 이 특례를 적용하기 위한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진행됐다. 정부가 그린벨트 활용을 단순한 검토 수준에서 실제 공급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선 셈이다.

서울시 반대와 주민 반발은 변수
문제는 그린벨트 해제가 곧바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시와의 협의부터 주민 의견 수렴, 환경·교통 등 각종 영향평가, 도시계획 절차와 공공주택지구 지정 등을 거쳐야 한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동안 서울의 그린벨트를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해제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외연 확장을 막고 녹지와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주택 공급만을 이유로 대규모 해제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후보지 인근 주민들의 반발도 변수다.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주변 지역의 교통량과 인구가 증가할 수 있고, 학교·도로·공원 등 기반시설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 반대로 주택이 들어서면서 토지 가치가 크게 오를 경우 개발 기대에 따른 투기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어 정부가 투기 방지 대책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2만가구’보다 중요한 것은 입주 시점
정부가 실제로 2만가구 규모의 공급을 추진하더라도 시장이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택지 후보지를 선정한 뒤 그린벨트 해제와 지구 지정, 설계, 인허가, 보상, 착공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대책의 핵심은 발표되는 가구 수 자체보다 실제 착공과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될 전망이다. 서울 주택 시장에서 공급 부족 우려를 낮추려면 ‘공급 계획’에 그치지 않고 시장이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입주 물량으로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린벨트라는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가용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공급 확대 기대감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개발에 따른 환경 훼손과 교통 문제, 지역 주민 반발 등을 얼마나 줄이면서 주택 공급 효과를 만들어낼지가 향후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그린벨트는 왜 만들어졌나
그린벨트의 정식 명칭은 ‘개발제한구역’이다. 도시가 무분별하게 외곽으로 팽창하는 것을 막고 녹지와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개발을 제한해 놓은 지역을 말한다. 쉽게 말해 도시 주변에 일정한 띠 형태로 설정해 건물이나 공장, 대규모 시설 등이 마음대로 들어서지 못하도록 묶어놓은 땅이다.
우리나라의 개발제한구역 제도는 1971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가 계속 외곽으로 확장되면서 농지와 산림이 빠르게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시 주변에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했다. 이후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됐으며, 도시의 허리 부분을 둘러싼다는 의미에서 ‘그린벨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그린벨트로 지정되면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땅이라고 해서 원하는 건물을 자유롭게 지을 수 없다. 주택을 새로 짓거나 공장·상업시설을 설치하고 토지를 대규모로 형질 변경하는 등의 행위가 제한된다. 다만 기존 주택의 증·개축이나 농업 활동처럼 일정한 범위에서 허용되는 행위도 있으며, 구체적인 허용 범위는 관련 법령과 해당 지역의 지정 목적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고 그린벨트가 영원히 개발되지 않는 땅이라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그린벨트 해제 후 해당 지역을 공공주택지구나 택지로 지정해 아파트 등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의 가장 큰 장점은 대규모 주택용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처럼 이미 도시화가 상당히 진행돼 빈 땅을 찾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외곽의 개발제한구역이 대규모 공급 후보지로 거론되기 쉽다. 새로운 도시를 멀리 조성하는 것보다 기존 도심과 가까운 곳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해제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개발 과정에서 녹지와 산림이 훼손될 수 있고,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 도로와 대중교통, 학교,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충분한 기반시설 없이 주택만 들어서면 교통 혼잡이나 생활 인프라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그린벨트 해제 발표만으로도 주변 토지 가격이 오를 수 있어 투기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 개발 대상에서 제외된 인근 지역까지 가격이 들썩일 경우 당초 주택 공급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려던 정책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 때문에 정부가 해제 지역을 발표할 때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나 거래 제한, 개발이익 관리 등 투기 방지책을 함께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